김 은 주
남해군생태관광협의회 사무국장

요즘처럼 농사철이 다가오면 이팝나무꽃이 하얗게 피어나는 모습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언뜻 보면 나무 위에 눈이 하얗게 내린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팝나무 이름의 유래는 절기로 입하 무렵 피어난다고 입하 나무라 부르다가 이팝나무가 되었다는 설이 있다. 또 쌀밥 즉 이밥처럼 보인다고 해서 이팝나무라 불렀다는 설도 있다.

서양식 속명에는 눈이라는 뜻과 꽃이라는 뜻의 말이 합쳐져서 하얀 눈꽃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밥심으로 사는 우리는 쌀밥으로 보았고, 빵심으로 사는 서양 사람들은 하얀 눈으로 본 것이다.

이팝나무는 어린잎은 말려서 차를 끓여 먹기도 하고, 뜨거운 물에 살짝 데쳐서 나물로 이용할 수도 있다. 요즘은 번식 기술이 좋아졌지만, 예전엔 번식이 좀 까다로워서 삽목이 잘 안되고, 종자는 이중 휴면을 하기 때문에 두 해 동안 노천매장을 해야 발아가 겨우 된다. 옛날에 아주 귀한 당산목으로 받들어 모시면서 풍년을 기원하는 제사를 지내기도 했던 나무다. 이팝나무꽃이 동시에 나무 가득 하얗게 피어나면 풍년이 들고, 그렇지 못하면 흉년이 든다고 여기기도 했다. 이팝나무는 물을 좋아하는 나무다. 꽃이 피는 시기가 논농사를 시작하는 지금의 시기와 맞물리게 되는데 그래서 농사의 풍흉을 점치는 기상목의 역할도 하였나보다.

은점마을 이팝나무는 삼동면 물건리 719에 위치한, 남해군 12-01-5 보호수다. 2001년 5월 28일에 지정됐다. 수령은 220년 정도다. 

은점마을은 은이 많이 나서 캐낸 은을 거래하던 가게가 있던 곳이라고 ‘은점’마을이 되었다고 한다. 300여 년 전에 조성된 숲과 몽돌밭이 있는 아름다운 바닷가 마을이다. 은점마을 이팝나무는 방풍림 안쪽에 자리 잡고 있어 자세히 살펴보아야 보인다. 가까이 다가가 보면 새끼줄이 둘러쳐져 있는 범상치 않은 나무다. 나무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제각이 있는데 매년 10월 보름날 동제와 용왕제를 지내는 당산나무다. 

은점마을은 300여 년 전 국수산 자락에 경주 최씨가 터를 잡아 지금까지 살아온 곳이라고 한다. 은점마을 방풍림도 이 무렵부터 조성된 것으로 마을 쉼터 역할, 마을 보호 역할 그리고 마을을 하나로 묶어 주는 구심점 역할을 동시에 하고 있다. 

은점마을은 옛날부터 어업 활동이 활발했고 사람들도 많이 모여 살았던 곳이다. 동제와 용왕제가 동시에 모셔지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지금은 많이 간소화되었지만, 옛날엔 대단하게 지냈던 제사였다고 한다. 

아쉬운 점은 건물이 차츰 늘어나면서 울창하던 마을 숲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남해군 내 보호수 중 유일한 은점 이팝나무는 팽나무, 느티나무, 말채나무 사이에 끼여 우뚝 서 있고 수형, 수관, 수피, 수분 영양, 훼손도, 활력도 등 건강 상태도 좋지 않아 겨울에는 찾기가 쉽지 않을 정도다. 여러모로 보호 대책이 세워져야 할 것 같다.

은점마을 이팝나무가 줄지어 서 있다
은점마을 이팝나무가 줄지어 서 있다
이팝나무 꽃이 핀 모습
이팝나무꽃이 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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