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렬 작가의 사진전 <땅, 사람, 관계탐구 Reflecting on Relationship: Earth & People>가 오는 6월 5일까지 서울 종로구 성곡미술관에서 열린다.

박 작가는 아이비프라자 박상준 회장(읍·전 남강회 회장) 고(故) 정덕희 여사의 장남이다.

박형렬 작가는 “이번 전시는 성곡미술관에서 2022년 <성곡 내일의 작가>상 수상을 통해 기획된 개인전시이며 지난 10년 동안 작가 활동을 위해 변치 않는 믿음과 지원을 해주신 아버지와 지금은 돌아가신 어머니의 사랑과 기도 덕분에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있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앞으로도 꾸준하고 묵묵하게 작품 활동을 이어 나갈 각오이므로,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이번 전시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탐구하는 예술가인 박형렬의 작품을 소개하고, 이를 통해 땅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사유하는 기회를 갖고자 기획됐다. 퍼포먼스를 기반으로 사진 작업을 하는 박형렬은 우리 주변을 둘러싼 자연 요소에 관심을 가지고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는 구조를 시각화하고자 한다.

<땅, 사람, 관계탐구>에서는 지난 10년 동안 작가가 기록한 땅의 다양한 모습을 사진과 영상으로 보여주고자 하며, 자연과 인간은 서로에게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작가가 고민한 흔적이 드러나도록 기획한 전시이다.

박형렬 작가는 작업노트에서 “제 작업은 소유할 수 없는 자연을 마치 소유할 수 있는 것처럼 집착하는 사람들로 인해 발생하는 풍경의 흉험하고 이질적인 모습들을 접하면서 심화되었다. 척박하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땅을 찾아다니며, 때로는 땅을 조각하거나 파헤치는 식으로 일시적인 형상을 구성하고, 촬영 후에는 파냈던 땅을 다시 덮어 인간의 폭력적 개입의 흔적을 최소화하는 방식을 취했는데 그 목적은 자연을 단순한 소비의 대상이 아닌, 나라는 인간과 내밀한 관계를 지속하는 주체적 존재로 취급하기 위해서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현시대 한국 사회의 ‘땅’은 누군가에겐 기회의 공간이며, 또 다른 누군가에겐 좌절과 무력함의 공간이다. 생존의 터전인 동시에 투기의 대상인 ‘땅’을 둘러싼 다양한 층위의 방법론과 논리가 존재함에도 땅을 소유하고 변형하는 것, 심지어 보호하는 것마저 인간의 의지에 달렸다는 전제는 변하지 않는다. 땅을 향한 수없이 많은 욕망이 맞부딪히는 지금, 박형렬은 대한민국에서 ‘땅’을 사유한다. 

박형렬 작가는 스스로 ‘별 볼 일 없는 땅’이라고 명명한 대지를 찾아 나선다. 개발과 이윤의 논리가 지도마저 바꿔버린 서해안 간척지, 아직 아무도 찾지 않지만 개발을 목전에 둔 수도권의 땅, 인간의 욕망으로 사라져 이제는 기록으로만 남겨진 산과 평야. 박형렬의 작업은 자본의 논리에 갇혀버린 이 땅에 뿌리를 내린다. 

그가 반듯하게 파낸 흙더미 아래, 커다랗게 남아있는 기하학적인 상처는 구조화된 도시를 은유한다. 가까이 다가가면 비로소 층층이 쌓아 올린 도시의 지도 밑에 깔려, 개발을 위해 뿌리 뽑히고 파헤쳐진 본래의 자연이 그 존재를 드러낸다. 폭력적인 진실의 역설 앞에서 박형렬은 파헤쳐진 땅을 다시 덮고 보듬으며 작가의 개입을 치유의 행위로 전환시킨다. 인간의 개입으로 드러난 땅을 찰나의 순간으로 포착하여 시점을 바꾸고 변형을 가하는 등 사진의 조형적 요소를 활용해 그만의 방식으로 전유함으로써, 박형렬의 대지는 비로소 닫힌, 완결된 예술로 자리매김한다.

박형렬이 그리는 대지는 이미 역사 속에 들어와 버린, 인간과 수없이 많은 관계를 맺어 온 땅이다. 간척지나 개발 직전 땅의 모습을 ‘형상’이라고 명명한 행위는 단순한 자연경관의 표현을 넘어 감정을 더한 대상의 모습을 담아낸 것이다. 작가가 모래사장 위에 설치한 색색의 셀로판지는 인간의 무차별한 욕망에 의해 변형된 미래 계획의 섬뜩한 청사진을 연상케 하고, 눈사람을 만들 듯 거대한 땅덩이를 굴리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유희를 위해 자연을 훼손시키고 결국 함께 파멸에 이르는 인류의 미래를 예견하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의 대지를 회복하고자 치유의 퍼포먼스를 펼치는 박형렬의 작업을 통해 땅이 내는 아픔의 소리에 연민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이번 전시는 ‘성곡 내일의 작가상’을 수상한 박형렬 작가의 초대전으로 작가의 지난 10년을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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