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은 주
남해군생태관광협의회 사무국장

흔치 않은 풍경이다. 길 한가운데 예스럽고 아름다운 나무가 우뚝 서 있다. 독일 마을과 원예 예술촌에서 내산 편백 자연휴양림으로 가는 길목에서 만날 수 있는 느티나무 모습이다. 내산으로 올라가는 길, 내산에서 내려오는 길 도로 한가운데 넓게 자리 잡고 있다. 옛날에는 삼거리라 불리던 곳에 있는 느티나무 보호수다. 봉화마을 느티나무는 그야말로 마을의 큰 자랑거리다. 남해군 보호수 12-22-3-6-1인데, 삼동면 봉화리 1009-2에 자리 잡고 있다. 나무 나이는 지정 일자(1982.11.10.) 기준으로는 301년. 2022년 기준으로는 341살이다. 나무 규모로 봤을 때는 훨씬 더 오래된 노거수로 보인다.

봉화마을 느티나무는 여러 가지로 특이한 나무다. 나무 양쪽으로 길이 나 있는 것도 그렇고, 나무 아래 삼층석탑 두 기가 놓여있는 것도 그렇다. 주변에 기암괴석에 얽힌 다양한 전설이 전해지고 있는 것도 특이함을 더한다. 또 봉화마을 동제는 마을 성씨의 숫자와 같은 열 한 개의 상을 차려 지냈다고 한다. 신성한 동제를 지낸 다음에는 주민 모두가 참석하는 마을 잔치도 겸해졌다. 그야말로 마을 축제의 장이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느티나무 보호수와 함께 마을의 큰 자랑거리였던 오래된 삼층석탑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 버리는 변고가 생겼다. 신라 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삼층석탑이다. 어쩌면 원효대사와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는 삼층석탑이었으니 마을 사람들 심려가 말도 못 할 만큼 컸다고 한다. 전국 방방곡곡을 다 뒤져서라도 애써 찾고 싶은 심정이었을 것 같다. 문화재 전문 도굴꾼들이 날뛰던 시절이라 찾기가 무척 힘들 수밖에 없었다. 지금이라도 찾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현재의 삼층석탑은 느닷없이 사라진 삼층석탑을 대신해 곧바로 새롭게 세운 것이다. 뒤이어 마을 어르신들의 기억을 더듬고, 고증을 거친 후 최대한 원형에 가까운 탑을 하나 더 세웠다고 한다.

지나는 길이 있으면 길옆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봉화마을 사람들 마음처럼 경건하고 엄숙한 마음으로 한참을 바라보는 것도 좋겠고, 느티나무 아래서 그냥 잠시 쉬어가는 것도 좋겠다. 오래도록 건강하고 아름다운 느티나무 기운을 듬뿍 받아 갈 수 있는 행운은 덤으로 가져갈 수 있다. 가능하다면 느티어르신의 생육공간 확보를 위하여 양쪽 도로를 나무에서 조금 더 먼 곳으로 냈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본다.

녹음이 우거진 삼동면 봉화마을 느티나무
녹음이 우거진 삼동면 봉화마을 느티나무
오래된 느티나무에 마을의 안녕을 비는 동제단(洞祭壇)도 보인다
오래된 느티나무에 마을의 안녕을 비는 동제단(洞祭壇)도 보인다

 

저작권자 © 남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