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은 주남해군생태관광협의회 사무국장
김 은 주
남해군생태관광협의회 사무국장

남해군에서 가장 오래 산 나무가 있다. 고려 시대부터 조선 시대 그리고 현재까지 700년 가까운 세월을 온갖 풍상을 겪고, 버티며 묵묵히 살아온 느티나무다. 사람으로 치면 그야말로 산전수전에 공중전까지 다 겪었을 나무다. 2022년 기준으로 무려 690살이다. 

남해군 12-35 보호수로 이동면 난음리 909번지에 우뚝 서 있다. 고려말의 대학자이면서 상당군을 지낸 이재 백이정 선생이 난음마을에서 남은 생을 보내며 심었다는 이야기가 전해 온다. 난음마을은 뒷산이 난초꽃 형으로 생겨 난화산이라 불렀고, 그 산 밑에 사람이 살고 있다 해서 난음으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이재 백이정 선생은 고려 말에 중국에서 들어온 성리학을 체계화시킨 분이다. 성리학의 사상적 토대 위에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했으니 백이정 선생이야말로 대단한 인물임이 틀림없다. 

난음마을 느티나무가 서 있는 자리 옆에는 난곡사가 있다. 난곡사는 1925년에 준공한 건물로 정면에 백이정 선생의 위패가 모셔져 있는 사당이다. 아주 옛날엔 난곡사 주변에 소가 끌던 연자방아, 삼베를 만들기 위해 삼을 찌던 삼베굴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지나던 과객들이 잠시 쉬어가며 목을 축일 수 있는 주막도 있었다고 한다.

난음마을 느티나무 아래에서 주위를 둘러보면 넉넉하고 아름다운 풍경이 사방으로 눈 앞에 펼쳐진다. 뒤로는 난초꽃 닮은 아름다운 난화산, 앞으로는 멀리 시원한 강진만 바다가 바라다보인다. 산과 바다 사이 서쪽에는 넓은 들판이 이어져 있다. 농토가 부족했던 시절 간척 사업으로 농지를 넓혔다고 한다. 

난음마을 느티나무는 봄에 막 꽃이 피고 잎이 돋아날 때가 제일 싱그러워 보인다. 난곡사 옆에 핀 벚꽃과 어우러진 모습도 조화롭고 멋지다. 백이정 선생의 선비 정신을 닮은 듯 우뚝 서 있는 모습이 장관이다. 느티나무 아래 모여 앉아 시를 짓거나 공부하며 후학을 양성했을 백이정 선생을 보는 듯하다. 올곧은 군자의 모습이다. 그래서 난음마을 사람들은 그를 군자라 여겼고 그가 지은 정자를 ‘군자정’이라 불렀던 모양이다.

난음마을 사람들은 군자정이 있는 느티나무 아래에서 두 손 모아 소원을 빌면 좋은 일이 생긴다고 믿어왔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처럼 큰 꿈을 이룰 수 있다고도 여겼다.

이동면 난음마을 느티나무 전경
이동면 난음마을 느티나무 전경
이동면 난음 느티나무 꽃
이동면 난음 느티나무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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