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새 법계위원장에 전 동국대 이사장 법산스님이 선출됐다. 법계위원회는 지난달 10일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57차 회의를 열어 지난해 12월 입적한 위원장 원경스님 후임에 법산스님을 만장일치로 선출했다. 

법계위원회는 수행력과 지도력을 상징하는 대종사 법계를 비롯해 각급 법계의 품서, 특별전형, 포상, 법계무효 등을 관장한다. 위원회는 총무원장이 중앙종회의 동의를 거쳐 위촉된 원로급 스님들로 구성된다는 점에서 종단 내에서 권위가 높다.

법산스님은 “스님들의 위계를 정하고 교육을 담당하는 중책을 맡아 부담이 크다”며 “위원 스님들과 협의해 종단 법계 제도가 올바로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법계제도는 스님들이 해당 법계에 맞는 수행과 역량을 갖췄는지를 점검하고 교육하기 위한 것임에도, 현재 일정 자격을 취득하기 위한 통과의례쯤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면서 “법계 품서에 앞서 스님들이 해당 법계에 맞는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재교육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법계산림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법계산림은 법계 품서에 앞서 스님들이 한자리에 모여 출가자로서의 습의를 익히고, 해당 법계에 맞는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일정 기간 재교육을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현행 법계법에는 법계위원장이 법계 품서 때 법계산림을 개설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강제성이 없어 정기적으로 열리지 않고 있다. 조계종은 2019년 10여년 만에 3급 승가고시를 거친 중덕(비구니, 정덕) 법계 품서 대상자를 대상으로 3박 4일간 법계산림을 진행한 바 있지만 이후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비대면 교육으로 전환됐다.

법산스님은 “법계산림은 스님들이 법계가 한 단계가 높아짐에 따라 그 위치에 걸맞는 수행력과 지도자로서의 역량을 키우는 과정”이라며 “대중과 함께 습의를 익히고 처음 발심했던 그 마음을 회복한다는 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법산스님은 현재 중덕 법계 대상자로만 한정돼 있는 법계산림을 대덕(혜덕), 종덕(현덕) 법계 대상자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법계위원 스님들과 논의할 계획이다.

법산스님은 또 종단의 최고 법계인 대종사(명사) 법계 특별전형에 대해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조계종은 2020년 7월 법계법을 개정해 대종사(명사) 법계 특별전형 지원자격 요건을 크게 완화해 일정 경력을 갖추면 대종사 및 명사 법계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로 인해 대종사 법계 품서 대상자가 대폭 늘어났다. 지난해 10월 동화사에서 진행된 품서식에서는 비구 66명, 비구니 16명의 스님이 각각 대종사, 명사 법계를 품서했다.

법산스님은 “그동안 대종사는 종단에서 오랫동안 수행하고 후학들을 지도한 능력을 인정받아 온 스님들이 받은 상징적인 법계”라며 “종단발전을 위해 헌신한 많은 스님들이 대종사 법계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 것은 긍정적이지만, 너무 많은 스님들이 받게 된다면 자칫 대종사 법계의 위상이 훼손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스님은 “대종사 법계의 상징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법계위원회와 중앙종회, 총무원이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법산스님은 덕산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1961년 수계했다. 실상사 백장선원, 벽송사 벽송선원, 남산사 고경선원 등에서 안거 수행했다. 동국대 교수, 학교법인 동국대 이사장, 조계종 고시위원장을 역임했으며 2014년부터 조계종 법계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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