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이순신공원
남해 이순신공원
남해대교
남해대교

전쟁이나 외세의 침략으로 인하여 발생한 잔혹한 과거의 침략사와 범죄와 관련된 문화유산은 민족주의와 민족분파주의의 중요한 자원이 되기도 한다. 우리 나라의 경우에도 외세 침략으로 인하여 상처받은 과거의 역사와 문화유산이 존재하며 민족주의를 강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남한산성은 병자호란 당시 청나라의 침략을 받아 왕이 피신했던 곳이며, 백성들이 추위와 굶주림 속에 목숨을 잃어가며 항전했던 곳이다. 남한산성은 201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그리고 일제의 잔혹한 역사를 전시하고 있는 독립기념관이나 6.25 한국전쟁의 참상을 볼 수 있는 전쟁기념관, 동북아시아의 전쟁터이며 이순신 장군의 순국지인 남해군 관음포에 위치한 이순신공원은 과거의 아픈 상처이지만 과거에서 끝나지 않고 현재까지 전해지고 있으며, 우리 나라 다크 투어리즘을 상징하고 있다.  

문화유산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시대를 대표하는 아름답고 화려한 문화유산도 중요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학살당하거나 목숨을 잃은 현장과 유물도 중요한 문화유산으로 인식해야 한다.

독일 나치가 저지른 유태인 대학살 현장인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 일본군이 중국인 30만명을 대학살한 난징 대학살 사건을 고발한 난징 대학살기념관 그리고 원폭으로 사망한 일본인을 기리는 일본 히로시마 평화공원, 영화 “킬링필드”로 인하여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캄보디아의 대학살 현장, 원전 폭발 사고로 전 지역이 초토화된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 9.11테러로 숨진 뉴욕 시민의 죽음을 추모하고 있는 뉴욕의 그라운드 제로의 9.11 메모리얼 박물관과 같이 인류의 죽음과 대학살 그리고 슬픔을 주제로 한 문화유산을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 혹은 블랙 투어리즘(Black Tourism)이라고 한다.

남해 다크 투어리즘의 상징인 이순신공원과 브라운 필드(Brownfield)인 남해대교를 오픈 에어 뮤지엄과 에코 뮤지엄으로 남해의 랜드마크와 문화중심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오픈 에어 뮤지엄(Open air museum)은 생활사가 중심이며 야외의 한정된 공간에 유물을 보존 전시하며 체험 위주의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다. 에코 뮤지엄(Eco museum)은 오픈 에어 뮤지엄의 정의에 덧붙여 생태학적 관점으로 지역의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것으로 지역주민이 운영주체가 되며 지역 전체를 뮤지엄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오픈 에어 뮤지엄과 에코 뮤지엄은 지역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형태의 뮤지엄으로 지역의 문화유산을 발굴하고 보존함으로써, 지역이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는 문화관광의 새로운 트랜드라고 말할 수 있다.    

에코 뮤지엄과 에어 오픈 뮤지엄의 외국 성공사례를 보면 화력발전소를 현대미술관으로 개조한 영국의 테이트 모던 현대미술관, 2001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독일 루르지역 촐퍼 라인, 영국의 게이츠 헤드와 비미쉬 오픈 에어 뮤지엄, 스페인의 빌바오가 있다. 

왕과 귀족 중심의 화려한 궁궐이나 대성당이 아닌, 평범한 하층민의 삶의 역사 속에 하찮은 존재로 버려진 유산이 오픈 에어 오픈 뮤지엄과 에코 뮤지엄을 통해서 가치 있는 문화유산으로 변신하고 세계적인 관광자원으로 변모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산업시설로 활용하다가 산업구조의 급변으로 버려지거나 방치된 노동자의 삶의 이야기가 그대로 담겨있는 발전소, 창고 저장고, 탄광, 제철소, 제분소, 양조장, 도축장, 공장, 조산소, 배수탑, 감옥, 부두, 철로, 교량 등과 같은 산업문화유산의 브라운 필드(Brownfield)와 그레이 필드(Grayfield)가 수복재생을 통하여 새로운 생명력을 얻고 인류의 산업문화유산으로 재창조 되는 일이 지구촌 곳곳에 발생하고 있다. 

남해의 다크 투어리즘의 대표인 이순신공원, 교량으로서의 생명력을 잃은 브라운 필드 (Brownfield) 남해대교를 문화중심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관주도의 “단시간 졸속 관광지 개발”을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문화, 예술, 역사전문가들과의 충분한 교감과 함께 지역주민이 운영주체가 되어 에코 뮤지엄을 함께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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