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남해군향우회 감사이자 재경상주면향우회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정태 향우의 둘째아들 김봉훈 박사가 숭실대학교 유기신소재‧파이버공학과 교수로 근무하다가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교수로 임용되었다.

고려대학교 재료금속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석·박사 과정을 거친 김 박사는 미국 일리노이 어바나-샴페인 대학교(UIUC)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2017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공동연구팀으로 ‘빛 감응 양자점 LED 개발’에 참여했으며 이 연구 성과가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지에 실리는 업적을 쌓기도 했다. 5년 전 국내로 들어온 김 박사는 숭실대학교 유기신소재·파이버공학과 교수직을 제안받고 숭실대학교에서 고분자공학을 가르쳤다.

아름공영(주)을 운영 중인 김정태 고문의 2남 1녀는 모두 이공계열로 진학해 각자의 분야에서 성공가도를 달리는 중이다. 장남 상훈씨는 고려대 전기전자과를 졸업하고 미국 위스콘신대 석사학위를 받고 LG연구원으로 근무하다가 반도체회사로 스카우트되어 재직하고 있고, 딸 상숙씨는 현재 싱가폴에서 코카콜라 아시아지사 IT팀장으로 활동 중이다.

김 고문은 “세 아이 모두 남해인의 자손들답게 근면성실하게 제 몫을 다해줘서 부모로서 고맙고 뿌듯하다”며 “아무래도 각자 기술이 있다면 자기 밥벌이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진학할 때 이공계를 추천했는데 모두 잘 따라주고 열심히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봉훈 박사 인터뷰는 코로나19로 인해 질문지를 보내 서면으로 진행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교수로 임용된 것을 축하드린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린다
“무엇보다 저에게 이렇게 훌륭한 환경에서 마음껏 교육과 연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의 기존 구성원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 제가 문장에서 ‘훌륭한’ 이라는 형용사만 사용한 것이 아니라 ‘이렇게’라는 부사를 같이 사용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이 세계적 수준의 연구역량과 교육환경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번 들은 적이 있었음에도 실제 캠퍼스 생활을 체험해본 결과는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선도적으로 수행하고 고급 과학기술인재를 양성하는 요람 역할을 위해서 국가 차원에서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는 것이 여실히 느껴진다. 앞으로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학생들에게 제가 가진 지식을 가르치는 데 최선을 다하고 동시에 다양한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함으로써 우리나라 과학기술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데 작은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그동안 신소재 분야에서 연구활동을 지속해오신 것으로 안다. 어떤 연구성과가 있는지 쉽게 설명해주신다면?
“크게 ‘재료분야’와 ‘소자분야’로 나누어서 말씀드리고 싶다. 저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대학원 학위과정을 이수할 때 ‘고분자 재료’와 연관된 연구를 수행했다. 구체적으로 자기조립 나노패턴닝 공정에 활용할 수 있는 블록공중합체 박막 관련 실험을 많이 했다. 쉽게 말씀드리면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 필수적인 미세 선폭을 갖는 패턴 제조에 관한 연구이다. 요즘 삼성반도체 관련된 기사를 보시면 5나노 또는 10나노라는 단어들이 많이 등장한다.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미세 선폭의 크기를 의미하는 단어들인데, 선폭의 크기를 작게 할수록 더 많은 패턴을 반도체 칩에 구현할 수 있다. 저는 5나노 정도의 매우 작은 미세 선폭을 갖는 패턴을 대면적에 저렴하게 제조할 수 있는 공정에 대해서 연구했다. 그 당시 삼성반도체와 삼성종합기술원 두 개의 기관과 공동연구 프로젝트를 동시에 수행할 만큼 반도체 기업들도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 모두 대학원 지도교수님이신 김상욱 교수님께서 저에게 의미있는 연구 프로젝트를 맡겨주시고 연구 지도를 체계적으로 해주신 덕분이다. 박사학위를 받은 다음 미국 일리노이 어바나-샴페인 대학교(UIUC)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근무할 때는 ‘웨어러블 소자’에 대해 연구했다. 간략하게 설명드리면 웨어러블 소자란 피부에 붙여서 사람의 건강 상태를 측정할 수 있는 전자소자를 의미한다. 사람 피부에 붙여야 하기 때문에 전통적인 전자소자와 다르게 유연성과 신축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따라서 전자소자 디자인과 제조공정 역시 기존의 방법과 매우 다르다. 저는 약 5년 동안 어떻게 하면 웨어러블 소자의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서 연구했다. 그 당시 저의 지도교수님이신 존 에이 라저스(John A. Rogers) 교수님께서 해당 분야에서 세계적인 대가라는 사실은 큰 행운이었다. 라저스 교수님의 지도하에 흥미로운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한 것은 제 인생에서 매우 소중한 경험이 아닐 수 없다.”

▲신소재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연구 및 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앞선 선진국과 비교해서 설명해주신다면?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우리나라의 신소재공학은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세계적인 수준’이라는 표현이 다소 진부한 면이 있어서 좀 더 색다른 문구를 사용하고 싶으나 현재 상황을 이보다 더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없는 것 같다. 모든 사람이 인정하는 것처럼 대한민국은 많은 분야에서 빠른 시간내에 눈부신 발전을 하였다. 2022년 현재 대한민국의 경제 규모는 러시아와 비슷하고 무역규모는 영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모두 우리 부모님들과 선배님들이 피땀으로 노력하신 결과이다. 신소재 분야도 마찬가지이다. 저 개인적으로는 1990년대만 해도 신소재 분야에서 대한민국과 다른 선진국의 수준 차이는 매우 컸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최근 국내 연구진이 발표하는 연구논문과 국제학회 발표 내용을 보면 심지어 특정 신소재 분야에서는 대한민국이 전 세계 기술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는 강한 확신이 든다. 단순히 추상적인 느낌을 말씀드리는 것은 아니다. 각국에서 발표하는 연구 논문의 질을 평가하여 순위를 매기는 다양한 자료들이 많이 있다. 이러한 분석 결과를 고려하면 신소재 분야에서 대한민국의 약진은 명백한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미국에서 5년간 박사후연구원 경험을 고려할 때도 동일한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신소재 공학자 관점에서 이러한 사실이 매우 흥미롭기도 하다.”

▲신소재 분야는 우리 산업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하나? 그 중요성을 알려주신다면?
“보통 인류 역사를 구석기, 신석기, 청동기, 철기 시대처럼 그 당시 인류가 사용했던 재료에 따라 나눈다는 사실에서 신소재공학의 중요성을 설명한다. 그만큼 신소재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고 할 수 있다. 저는 그 원인 중의 하나가 신소재공학에서 다루는 범위에 한계가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신소재공학은 원자부터 우주까지 연구한다’라는 표현을 즐겨 사용한다. 사실상 신소재공학은 모든 것을 다룬다. 따라서 시대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고 사회가 지금 가장 필요로 하는 기술적 이슈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기 매우 유리하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중요한 산업 분야들을 떠올린다면 쉽게 이해가 되실 것이라 생각한다. 예를 들어서 많은 공학자들이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반도체’와 ‘배터리’ 산업 기술에 대해서 말씀드릴 수 있다. 두 산업 모두 고도로 발달된 신소재공학을 필요로 하는 기술 분야이다.”

▲2019년에 숭실대 교수로 임용된 후 3년만에 대구경북과학기술원(DIGIST)로 자리를 옮겼다. 어떤 계기가 있는지?
“숭실대학교는 저의 첫 국내 직장으로써 저에게 많은 것을 선물해 준, 개인적으로 항상 감사드리는 대학교이다. 숭실대학교에서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로 이직을 하게 된 계기는 저의 연구 분야와 관련이 깊다. 원래 제 성격이 하나에 집중을 하지 못하고 매우 부산스러운 편이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는 것을 좋아하는 경향이 제 연구 주제에도 고스란히 반영되는 경우가 많다. 즉, 저는 신소재공학을 너무나도 사랑하고 좋아하지만 동시에 이를 다른 공학 분야와 융합하는 연구에 매우 큰 흥미를 느낀다. 숭실대학교에서 제가 근무했던 학과는 ‘유기신소재파이버공학과’이었던 반면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에서 소속된 학과는 ‘로봇및기계전자공학과’이다. 저는 신소재공학 관련된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얻었던 지식과 노하우를 로봇공학 분야에 적용하고 싶었고 이것이 이직에 가장 큰 계기였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

▲앞으로 대구경북과학기술원(DIGIST)에서 어떤 연구를 하실 계획이신지?
“연구 분야 관점에서 말씀드리면 ‘신소재공학을 활용한 차세대 로봇 기술 개발’ 정도로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쉬운 예를 말씀드리면 ‘어떤 재료로 로봇을 만들어야 효율이 높고 고장도 안나는 로봇을 만들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고 노력할 것 같다. 연구 철학 관점에서 답변을 드린다면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기술적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연구’가 저의 목표가 될 것 같다. 저의 연구 목표는 ‘고급 생크림 케이크가 아니라 식빵’이라고 자주 표현한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사람이라도 식빵 한 개 정도는 구입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가능하다. 용돈이 부족한 청소년들도 배가 고플 때 길거리에서 파는 따뜻하고 맛있는 토스트 하나 정도는 사서 먹을 수 있다. 식빵 제조법을 처음 발명한 사람이 이 모습을 본다면 얼마나 흐뭇하겠는가?”

▲아버님은 고향 남해에 대한 애착이 강하신 분이다. 교수님께서는 남해에 대해 어떤 추억 또는 인상을 가지고 계신가?
“제가 무척 어렸을 때 남해를 방문해서 해변에서 놀았던 기억이 있다. 어린 마음에도 너무나 깨끗하고 아름다운 바닷가가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있다. 아쉽게도 대학교 졸업 후에는 직접 방문할 기회는 없었으나 각종 언론 기사에서 남해를 다루었기 때문에 항상 곁에 있는 친구와 같은 느낌이었다. 언론 기사에서 수려한 자연경관을 바탕으로 나날이 발전하는 남해를 접하면 마음이 뿌듯하고 큰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역시 대한민국 3대 섬은 남해, 제주도, 독도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남해 시금치를 아주 좋아한다. 육지에서 재배된 시금치와 동일한 식물이라는 것이 믿기 어려울 정도로 맛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아버님께서 자식들을 키우며 강조하신 것은 무엇인가?
“모든 사람이 그러하듯이 부모님은 저의 영웅이시다. 특히 저는 아버님으로부터 유능한 엔지니어가 되기 위해 갖추어야 할 중요한 덕목들을 배울 수 있었다. ‘완벽한 일처리의 중요성’이 가장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아버지께서 항상 강조하셨던 귀중한 교훈들이 제가 공학자로 성장하는데 큰 밑거름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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