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눈에 많이 띄는 간판이 병원 간판이다. 부산 서면 거리에 한동안 성형외과 간판이 많았다. 그런데 요즘은 갑자기 척추, 관절 또는 허리, 어깨, 무릎이라고 써진 간판이 많이 생겼다. 다음으로는 안과 간판이 눈에 많이 보이는 것 같다. 이런 현상은 한마디로 고령사회의 특징이다. 

노인들의 숫자가 많으니 허리, 어깨, 무릎에 고장이 나는 사람이나 시력이 나빠지는 사람이 많고, 그에 따른 병원들도 개업을 많이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다음 많이 생겼다고 생각되는 곳이 요양병원이다. 

우리가 마지막 가야 할 곳이 그곳이 아닌가 싶다. 살다가 병이 나서 자신이 스스로 거동하기 어려우면 가야 할 곳이 바로 그곳이다. 현대인의 고려장터라고 하지만 거동 못 하는 노인이 어디에서 지내겠는가.

집에서는 요양하기가 쉽지 않다. 부부가 같이 살면 그래도 약간의 불편한 몸은 남편과 아내가 서로 도우며 집에서 지낼 수가 있겠지만 부부 어느 한쪽이 없는 경우라면 결국 자식이 보살펴야 할 것인데 바쁜 직장생활, 쪼달리는 가정형편 때문에 쉽지가 않다. 효자, 불효자를 떠나서 자식이 부모를 모시고 살기에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현대사회는 핵가족 사회이다. 그 좁은 공간 속에 부모가 들어가는 자체가 어려움이 많이 있다. 노인들이 살아온 습관이나 생활방식이 젊은 사람들과 많이 달라서 서로가 불편하다. 아들, 며느리, 손주들이 외식을 가거나 여행을 가려 해도 왠지 늙은 부모가 짐이다. 그렇다고 부모를 두고 휑하니 가려니 마음에 부담이 된다. 이런 상황을 잘 조절하지 못하면 서로 간에 원망이 생기고 불화가 생기기 마련이다.

어떤 경우는 어머니를 모시고 산다고 하면서 어머니가 식모고 가정부이다. 일체의 가정 살림은 물론이요, 집안 청소에 손자들까지 돌봐야 한다. 아침에도 시어머니가 일찍 일어나 청소 다 하고, 아침 식사 준비가 끝나, 자식들을 깨우면 그때야 며느리도 일어나 식탁에 앉는다. 그렇게 해도 시어머니가 그 집안에 같이 사는 것이 불만인 며느리고 있다. 딸도 마찬가지이다.

부모와 같이 사는 집 형태를 보면 그 부모를 모시고 사는지, 데리고 사는지를 알 수 있다. 부모를 모시고 사는 집은 주택이 자식의 소유라도 부모가 안방에 사는 집이다. 자식이 안방을 차지하고 부모가 작은 방에 기거를 한다면 그 집은 부모를 모시고 사는 집이 아니라, 부모를 데리고 사는 집으로 봐야 한다. 

자식이 모시고 살든, 데리고 살든, 부모는 나이 많아 병들면 병원으로 가야하고, 병을 치료하다 거동이 어려워지면 결국은 요양원 신세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요양원 신세가 되면 제아무리 큰 건물, 넓은 땅, 많은 재물을 가지고 있어도 소용이 없다. 은행에 넣어 둔 많은 돈도 내 것이 아니다. 

요양원에 있는 사람 누구에게나 똑같이 요양원에서 해 주는 대로 받아먹고, 환자복 입고 지내야 한다. 많이 가지려 욕심 부리고, 돈 아까워 좋은 옷 한 벌 못 사 입고, 고급 식당에 가서 맛난 음식 한 번 먹어보지도 못하고 모아 두었던 돈도 이곳에 들어 온 뒤에는 움직이지 못하는 몸으로 별 쓸모가 없게 된다. 

요양원에는 나이가 많으신 분들이 침대에 누워 지낸다. 저런 상태로 요양원에서 지내는 것도 사람이 사는 것인가. 요양원에서 움직이지 못하는 몸으로 침대에서 지내는 시간은 100세 시대의 100이라는 숫자에 넣지 않아야 할 것 같다. 내 육신을 내 마음대로 움직이고 활동을 할 때 사람이 살았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삶의 끝에서 보면 인생의 답은 없다. 젊어서는 꿈과 희망 속에 힘차게 살았다. 나이 들어 나름 멋있게 이름도 날리며 높은 자리에 앉아 행세도 했다. 악착같이 재물도 모았다. 아름다운 지구별에서 온갖 역할을 다한 멋진 배우였다. 그러나 요양원에서 보면 그런 것이 다 헛된 꿈이요 환상일 뿐이다.

인생이란 무엇인가. 인생의 끝에서 머무는 요양병원에서 힘없이 여생을 기다리는 모습만을 그려서는 안 될 것이다. 인생은 그렇게 무의미한 것만은 아니다. 인생은 허무한 나그네길이 아니다. 아름답고 뜻 싶은 사연들이 머릿속 낡은 일기장에 겹겹이 쌓여있다. 못다한 사연들이 촘촘히 남아 있다. 이 생이 끝나고 또 인연이 되어 이 아름다운 지구별에 다시 태어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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