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이면 특히 생각나는 것이 3·1 독립 만세운동입니다. 1919년 3월 1일 탑골공원에서 시작된 독립 만세운동은 온 국민이 하나가 된 비폭력 의거로서 특히 천도교, 기독교, 불교가 하나가 된 운동 사례는 유래를 찾기 힘들 정도로 대통합의 의미를 아로새기게 하고 있습니다. 

근현대의 운동사 전체를 보더라도 전체 국민이 한마음 한뜻으로 의지를 모아 치룬 일이 얼마나 있었는가를 생각해보면 당시의 의거는 오늘의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각기 의견이 혼재되어 서로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 되는 오늘의 현실에서 통합이야말로 이러한 대립을 해소할 가장 적절한 해법이라는 점에서 더욱 기대되는 소명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통합적 사고를 견지하기보다는 생각의 차이, 이념적 갈등, 이분법적 사고에 편성하여 갈등이 더욱 심화되는 양상을 극복하지 못한 채 노심초사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생각의 정도가 나와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현상입니다. 이 세상 누구라도 나와 같은 생각이나 감정을 가지고 살아갈 수는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같음과 다름 이 양자 사이에서 우리는 얼마만큼 동질적 사고를 이끌어 낼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우리가 사는 세상에 드리워질 선각자란 다름 아닌 각각의 다름을 인정하고 공존과 통합으로 사랑을 이끌 인물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이러한 사례에 비추어 근현대사에서 통합의 실체를 가장 잘 보여준 인물이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만델라 대통령일 것입니다. 그는 흑인과 백인 간 갈등의 시초가 된 인종 격리 정책에 맞서 17년간 감옥살이를 하면서도 백인 소수 주의자의 횡포에 맞서 흑인의 인격을 도모하는 데 앞장서 왔습니다. 그러면서도 인종차별이 종식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흑인과 백인 간에 공존과 평화를 부르짖으면서 마침내 대통합의 결실을 이루어 냅니다. 자신을 비롯하여 흑인들에게 수모를 가한 소수 백인을 품어 안으면서 공존의 미덕을 선보인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자신에게 박해를 가하던 사람을 미워하기보다 오히려 용서하고 사랑으로 감싸 안은 그의 인품에서 통합이 갖는 진정한 의미를 발견할 수가 있습니다. 이런 행보를 보면 통합이란 이것과 저것의 차이에서 드러난 다름을 부정하지 않고 하나로 융화하려는 마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거나 받아들인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답고 위대한 일인가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원효의 화쟁(和爭) 철학인 개시개비론(皆是皆比論)은 틀린 것을 통찰하고 맞는 것을 배우는 자세로, 나를 보되 틀린 것을 중심으로 보고, 너를 보되 맞는 것을 중심으로 보자는 것으로 진정한 의미의 통합을 설파한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어떤 대상을 부정할 때는 부정자가 자기 자신도 부정의 반열에 올려놓고, 또 긍정할 때는 긍정자가 미워하는 상대까지도 사랑할 수 있는 긍정심이 있는가를 살펴보는 것입니다. 바라본다는 것은 생각이나 판단을 개입시키지 않고 모든 대상을 나와 둘이 아닌 하나로 파악하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내가 꽃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꽃을 안다고 할 수 없는 것처럼 스스로가 현상과 하나가 되어서 그것이 나와 하나인 상태가 되는 것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이런 관계에서 우리는 본질적으로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누구나 근원에서 보면 모두가 한마음이요 한 생명입니다. 마음이란 큰 줄기에서 보면 각자는 서로 다른 존재의 잠재된 능력을 주고받으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결국, 통합적 사고란 자신의 관점에서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느낌이나 감정을 온전히 수용하여 하나가 되도록 개화(開和)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통합이 절실히 요구되는 일상에서 늘 접하는 대상(남편 혹은 아내, 자녀나 형제, 친구와 지인, 단체와 단체 간)에게“당신의 입장으로 돌아가 생각해보겠습니다”라는 통합적 사고로서 차이와 다름을 수용하고 더 넓은 사랑을 담아낼 수 있다면 3·1절에 걸맞은 대통합만큼이나 우리 사회는 일체의 갈등이 종식되고 화합의 물결로 가득 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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