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 ‘3월 9일 제20대 대통령선거’가 딱 5일 남았다. 각 가정은 대선 후보들의 자세한 인적 정보와 공약을 담은 책자형·전단형 선거공보와 투표안내문을 이미 다 받아 보았을 것이며 오늘 4일부터 내일 5일까지 사전투표를 한 군민들도 있을 것이고, 9일 본투표를 앞두고 현재는 어떤 후보를 결정해야 하는 ‘유권자의 시간’이다. 

이 시점에서 “국민은 자신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는 말이 떠오른다. 프랑스 사상가 조제프 드 메스트르가 남긴 명언이다. 국민이 유권자로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취지로 자주 인용된다. 대통령 선거는 지난해 경선부터 오랜 시간에 걸쳐 진행되어 TV만 켜면 대부분이 선거와 관련한 뉴스가 수개월을 이어오기 때문에 아마 군민 대부분은 이 시점 이전에 이미 결정을 했을 것이다. 

선거 분석가들에 따르면 현재까지 지지하는 후보에 대한 바뀔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선거기간 중 남아있는 TV 토론 등 변수로 인해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단하기 이르다. 

유력한 두 후보 간의 격차가 다시 오차범위 안에 머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제3후보에게 지지하는 유권자도 상당수 있기 때문에 아직도 결심을 하지 못하고 있는 부동층 유권자들의 판단이 결정적일 것이다.

최근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전역에 포연이 자욱해지고 있는 현실을 보면서 우리 모두 국가 지도자의 선택 그리고 그를 보좌하는 권력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확신했을 것이다. 개전 초기 러시아 침공원인중 하나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2019년 당시 41세의 ‘코미디언’ 젤렌스키를 대통령으로 선택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많은 국제외교 전문가들이 분석했다는 것이다. 

경제발전과 개혁의 가장 큰 걸림돌은 ‘올리가르히’라고 불리는 소수 신흥재벌과 권력층의 부정부패라고 한다. 권력층의 부패에 신물이 난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국정 경험이 없더라도 때 묻지 않은 젤렌스키가, 오염된 기득권층보다는 나을 것으로 봤다고 한다. 젤렌스키가 드라마에 대통령으로 출연해서 기득권을 깨부수는 연기를 해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현실 속에서 그렇게 재연해 주기를 고대했다는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나름 다양한 개혁 플랜을 가동했지만, 우크라이나 국민들이나 현재 상환중인 IMF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적인 평가가 많은 데 ‘올리가르히’라는 ‘부패 몸통’에 대한 청산을 못해 불안감을 말끔히 해소시키지 못하고 있었는데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되면서 대통령에 대한 평가도 반전이 시작된 것이다. 

초보라는 지금까지 평가와는 달리, 러시아 침공 이후 대통령이 보인 행동은 그에 대한 평가를 완전히 새롭게 바꾸고 있다. 그는 해외로 대피하라는 미국 측의 권유를 마다하고 국내에서 대러시아 항전을 지휘하고 있다고 한다. 국민을 버리고 해외로 꽁무니를 뺐던 아슈라프 가니 전 아프가니스탄 대통령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앞으로 젤렌스키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다. 러시아 화력의 절대적인 열세 앞에서 낙관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19년 해외 기업인과 투자자들을 초청해서 투자포럼을 열었다. 당시 투자자들을 사로잡기 위해 내민 키워드는 ‘한국’이었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였던 한국은 수십 년 만에 부유한 하이테크 국가로 변모했다”면서 우크라이나를 제2의 한국으로 만들 ‘코리아 플랜’이 준비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푸틴의 침공을 이겨내고 ‘코리아 플랜’으로 우크라이나 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를 기원하고 응원하면서 3월 9일 우리 군민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경쟁해야 하는 엄혹한 국제현실과 우리 미래를 위해 어떤 후보자를 선택할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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