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원 선수 (사진출처 : 대한체육회)<br>
이채원 선수 (사진출처 : 대한체육회)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이 지난 20일 막을 내렸다.

개막식 때부터 한복 논란, 대회 초반 쇼트트랙 편파판정 등 홈 텃세 속에서도 선전한 우리나라는 금메달 2개, 은메달 5개, 동메달 2개를 얻어내며 평창, 밴쿠버 올림픽 이후 최다 메달 획득으로 종합 순위 14위에 올랐다. 

전 국민들은 메달을 획득했든, 하지 못했든, 우리나라를 대표해 올림픽에 출전한 모든 선수들에게 그동안 흘린 땀방울과 성과에 박수를 보냈다.

이번 베이징올림픽에서도 대회 시작 전부터 기록갱신, 메달 기대감 등으로 주목을 받은 선수들이 많았는데 이채원 선수도 그중 한 명이었다. 

여자 크로스컨트리 국가대표 이채원(41·평창군청) 선수는 베이징올림픽에 출전한 대한민국 선수단 중 최고령으로, 6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한 베테랑이다.

이 선수는 지난해 작고한 남해군 서면 장항마을 장기홍(1949년생)씨와 남면 상가 북구마을 김영주(1954년생)씨의 2남 1녀 중 장남인 장행주 씨의 아내로 남해의 며느리다. 

크로스컨트리의 국내 1인자인 이 선수는 2018년 평창 대회에서 완주 후 은퇴를 선언했지만 자신과 싸움에서 이기는 쾌감을 잊지 못하겠다며 불혹의 나이에 마지막 도전에 나섰다. ‘동계 올림픽의 마라톤’이라고 불리는 크로스컨트리는 다른 종목에 비해서 체력적인 부담이 크지만 이 선수는 지난해 12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당당히 1위로 통과해 녹슬지 않은 기량을 선보이며 베이징 올림픽대회 출전권을 확보했다.  

올림픽 6회 출전은 동·하계올림픽을 통틀어 한국 선수의 역대 최다출전 타이기록으로 이규혁(빙상), 최서우, 최흥철, 김현기(이상 스키) 등 4명 보유하고 있었는데 여기에 이 선수가 이름을 올리게 된 것이다.

이 선수는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 첫 출전 이후 2006년 토리노, 2010년 밴쿠버 대회 출전에 이어 2014년 소치 대회에서 33위에 오르며 한국 크로스컨트리 사상 올림픽 최고 성적을 기록했으며 2011년 동계아시안게임에서는 한국 크로스컨트리 사상 첫 금메달을 따냈고,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 12위, 올림픽 33위 등 한국 선수 최고 순위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이 선수는 지난 5일 중국 허베이성 장자커우 국립 크로스컨트리센터에서 열린 베이징 동계올림픽 한국 선수단 첫 경기인 스키 여자 크로스컨트리 15km 스키애슬론에서 완주에 성공, 61위를 기록했다.

설원을 가르는 이채원 선수 (사진출처 : 연합뉴스)
설원을 가르는 이채원 선수 (사진출처 : 연합뉴스)

경기 전 “6번째 올림픽인 만큼 후회 없이 하고 싶다. 최선을 다해 최대한의 성적을 내는 것이 목표라면서 즐겁게 멋진 경기를 하겠다”고 각오를 다진 이 선수는 중국 입성 후에 독감 주사를 2차례나 맞아야 할 만큼 몸이 좋지 않았다. 산소가 부족해 숨이 턱턱 막히고 감기로 목이 부어 기침에 코까지 얼얼한 상태로 컨디션이 뚝 떨어졌다. 

고지대의 대회 코스는 낯설었고, 체력도 많이 떨어지고 기록차도 컸다. 현지 날씨마저 혹독해서 레이스 중에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수차례 들면서 포기하고 싶다는 마음도 들었지만 이 선수는 끝까지 완주해 61위를 기록했다.

경기 후 이 선수는 “중간에 정말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는데 딸에게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기 위해서,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을 위해서 참고 완주했다”며 당시 심정을 밝혔다.

한편, 이 선수는 오는 25일 개막하는 제103회 전국동계체육대회에서 동계체전 크로스컨트리 여자 1.2㎞ 스프린트와 5㎞ 클래식, 10㎞ 프리, 15㎞ 계주, 복합 등 5개 종목에 출전해 통산 80번째 금메달 획득에 도전한다.  

1996년부터 동계체전에 출전한 이 선수는 그동안 동계체전에서 금메달만 78개를 따냈으며  2015년에는 통산 60번째 금메달을 따면서 체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되기도 했다. 

70개를 돌파할 때도 ‘노익장’ 소리를 들은 이 선수는 이후 2019년 4관왕, 2020년 3관왕을 달성해 현재 체전 금메달 수 78개를 기록 중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몸소 증명해 내고 있는 대한민국 여자 크로스컨트리의 산증인이자 남해의 자랑스러운 며느리 이채원 선수. 이 선수의 아름다운 도전이 계속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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