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우산>이 소나타라면, <백두산 이야기>는 심포니라고 할 수 있어요.”
갖가지 색깔을 가진 우산들로 비오는 날의 풍경을 잔잔하면서도 재미있게 표현한 서정성 짙은 작품 <노란 우산>의 작가 류재수 씨는 <백두산 이야기>로는 민족의 크고 장대한 꿈을 노래하고 있다. 그의 말처럼 그림책 <백두산 이야기>는 한 편의 웅장한 교향곡을 귀가 아닌 눈으로 감상하는 듯한 책이다.

그림을 완성하는데 4년의 긴 세월이 흘렀다는 사실을 모르고 보더라도 이 책을 처음 만나는 이들은 겉모습만으로도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짐작하게 될 것이다. 황토색 짙은 바탕에 고구려 벽화나 민화, 탈춤 등에 나오는 전통적인 소재들은 보기에 편하고 익숙하다.

또한 이민족의 침입으로부터 조선을 지켜낸 백두 거인이 백두산이 된다는 이야기 역시 흥미롭다.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로 시작하는 이육사의 시 ‘광야’를 떠올리게 만드는 신성한 역사의 시작과 문명의 태동 그리고 백두산의 탄생으로 이어지는 이야기 전개는 읽는 이들을 환상적인 신화의 세계로 끌어 들인다.

살아 숨쉬는 것 같은 장면들과 작품 전체를 이어가는 웅장함은 마치 백두거인이 잠들어 된 백두산의 큰 숨소리를 곁에서 느끼게 한다. 또 이야기 중간 중간 흐르는 “그때 우리는 조선의 먼동을 다시 보리라~~”는 백두산 노래는 백두산 천지의 분출처럼 언젠가 하나 된 민족의 힘을 약속하고 예언하는 것 같다.

책이 크고 두꺼워 아이들이 재미있게 볼까 미리 짐작하는 것은 어른들의 기우다.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이 보아도 좋은 그림책이다.  초등학교 2학년 아이들에게 읽어 줬더니 또 읽어 달라고 졸라대고 대출까지 받아 온 이 책의 매력을 같이 맛보기 바란다.

/박 미 순 (동화읽는어른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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