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2021년 한 해가 저문다.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한 해를 시작했는데, 한 해가 가버렸다. 올해 모두들 참 힘들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한 해가 간다. 

지난해 1월 20일 첫 확진자 발생 때만 해도 팬데믹이 이렇게 길어질 거라곤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속절없이 흘러가버린 시간이 아쉽고 억울하기만 하다. 살얼음을 딛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지나왔으니 당연한 일일 것이다. 무엇보다 식당, 카페, 편의점을 포함한 자영업, 양식 어업인 등 소비감소로 많은 사람들이 유난히도 힘들었던 2년이었다.

연말이 되면 매년 되풀이 되어서 나오는 얘기가 다사다난하지 않았던 때는 없었다고 하지만 2021년은 특히 힘든 시기였다. 그런데도 코로나가 더 극성스럽게 진행형이니 이 고통이 내년에는 끝나게 될지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다. 한 해를 마감하는 지금에도 어려움은 계속되고 있고 불안과 두려움이 컸던 한 해가 저문다. 

2년 가까운 장기간에 걸친 팬데믹의 지속은 우리 사회 전체에 영향을 끼쳤다. 코로나로 ‘이동하지 말고 집에서 머물거나 마스크를 써야 한다거나 백신 접종을 하라는 권고, 이동제한까지 받아 들여야하는 권고까지 전체주의 체제에서나 가능한 일들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한 방역지침을 2년간이나 따랐지만 바이러스의 변이종이 잇달아 나오고 감염 확진자들이 쏟아진 결과 오랫동안 누려운 자유의 억누름등 일상의 평화스러움은 깨지고 우리 모두는 서로를 두려워하면서, 살아가는 일상의 보람과 재미를 잃어 버리고 무엇보다 코로나로 우리 사회는 경제에 큰 타격을 입고, 특히 소상공인들은 생존의 절벽으로 내몰리게 된 것 같아서 우려 스럽다.

우리 모두의 삶이 한 시점을 뭉텅 강탈당한 듯 상실감에 빠져있을 테고, 언제 끝날지 모를 그 끝을 막연한 심정으로 기다리며 또 숨죽이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더 안타까운 것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희망을 가져야 하고, 그 희망을 길라잡이 삼아 이 시련을 이기고 나가야 하는 것을. 그것은 스스로에 대한 위로이자, 미래에 대한 약속이기도 할 것이다. 

이탈리아의 철학자이자 비평가인 조르조 아감벤은 “우려되는 것은 현재가 아니라, 다음이다”라며 오늘이 아니라 내일을 더 걱정해야 할 처지라지만 언제까지 두려움에 떨며 난간을 붙잡고 있어야 할까? 지금은 두려움을 떨치고 일어날 때다. 두려움에 맞서, 진실과 미래를 지킬 용기를 되찾아야 내일을 맞을 권리가 주어질 것이다라고 했다. 희망마저 갖지 못한다면 미래는 더 암울하고 우울할 것이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이 우리를 위로하는 것들이 우리 주위에 많이 있다는 것이다. 

모두가 힘든 이런 힘든 시기에 매년 기부에 앞장서는 이름 모를 많은 의인들에 대한 소식이 연말과 연시가 되면 들려오고 그 의인들이 존재하기에 세상은 다시 조정되고 순화된다는 것이다. 
금액이나 물품도 중요하지만 정작 더 귀한 건 그 의인들이 우리 사회에 안겨준 따뜻한 마음과 위로일 것이다. 성실하게 모았을 자신의 재산이 아깝지 않은 이, 누가 있을까 전통적으로 피붙이에 대한 애착이 강한 우리 정서에 자식보다는 우리 사회에 대한 기부는 큰 결단이 필요했을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 전체의 코로나 사태가 심상치 않다는 것은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다. 병실 부족으로 집에서 대기하던 환자가 사망하는 일이 일어나고 고열로 병원 분만실 출입을 거부당한 임신부가 3시간 동안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가 결국 사산하는 일이 발생하는 등 의료시스템 붕괴 직전까지 온 것이다. 대다수 많은 사람들은 불필요한 외출을 자제하고, 일상의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 지금은 개개인의 호응이 더 중요하다. 거리두기를 지키는 것이 자신은 물론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들을 지키는 길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2년전 일상과 현재의 풍경은 마치 전혀 다른 세계의 풍경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내가 사랑하는 이웃과 우리의 소중한 동반자들은 늘 곁에서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일까 2년 가까이 방역에 협조만 하다가 자영업 자체를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자영업자들의 불만과 집단행동이 어쩌면 우리에게 공감을 불러 오는지도 모르겠다.
힘든 자영업을 포함한 어려운 이웃에 대한 우려와 소중함이 우리 마음 안에서 더 단단해져 가는 듯하다. 내년에 대한 기대와 설렘으로 긍정적인 시각이 필요하다. 긍정은 해피 바이러스를 가져다 준다. 

부정적인 생각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모든 부정적인 느낌은 미련없이 그냥 쓰레기 통에 과감하게 던져 버리자. 

2022년은 반드시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 보자. 지금은 이 지긋지긋한 코로나를 벗어날 수 있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무엇보다 절실한 시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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