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산회라는 이름의 모임이 있다. 80대 중반에 이른 남해중 3회와 제일고 20회 친구들의 등산모임이다. 

삼산회 회원은 어릴 적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70년 동안 만나온 사이지만 등산모임은 대부분 현직에서 은퇴한 후 2011년 9월부터 시작했다. 날씨가 덥든 춥든, 비가 오든 눈이 오든 빠짐없이 매주 수요일에 만난다.

현재 회원은 심부름꾼 이기배 회장을 비롯해서 고동식, 김옥실, 김용숙, 김원호, 김형호, 류동길, 박희두, 윤수일, 전재성, 정종준, 조재성, 채승석, 채태석 등 모두 14명으로 모두 건강한 편이다. 

그들은 국가공무원과 공공기관 간부, 기업경영자와 회사의 중요 간부, 약사, 교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했고 현재 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분도 있다. 모임에 한 번 빠지면 준회원 또는 비정규직으로 강등시키겠다고 협박(?)을 하기도 한단다. 언제든 10~12명 정도는 나온다. 협박 때문이 아니라 만나면 우선 재미가 있기 때문에 나온다는 것이다.

삼산회에는 독특한 약속이 있다. “아흔 살 전에 죽으면 결코 용서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것이다. 용서하지 않겠다는 구체적 내용이 무엇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쨌든 모두가 동의한 약속이다. 결코 오래 살자는 욕심이 아니라 건강하게 즐기며 살자는 뜻을 담은 약속이다. 아흔 살은 일차 목표다. 아흔 살이 되면 어떡할 것이냐고 하니 그때 다시 결정한단다.

등산이나 산책은 어디에도 비할 데 없이 즐거운 일이지만 사실 모임의 하이라이트는 점심시간이다. 그 시간에는 온갖 이야기보따리가 터진다. 와인에다 소주, 막걸리를 적당히 나누며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낸다. 거기에는 오래된 장맛도 나고 구수한 된장 맛도 난단다. 자랑할 것도 숨길 것도 없는 사이에 오가는 정겨운 담소는 삶의 활력소와 즐거움으로 쌓인다. 만나면 좋고 함께 있으면 더 좋고 헤어지면 또 만나고 싶은 그런 사이다. 까마득한 먼 옛날 보리밥도 제대로 못 먹던 시절 고향에서 학교를 함께 다녔다는 인연이 이어지며 꽃을 피우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삼산회가 다닌 곳은 즐비하다. 서울 근교의 산과 둘레길은 물론, 남해 바래길, 경북 봉화의 청량산, 인천 무의도 호룡곡산, 경기도 양평의 운길산, 강원도 오대산과 설악산에도 다녔다. 가을에는 남한산성의 단풍을 즐기고 서울 마포의 하늘공원과 노을공원에서 봄꽃과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풀을 보며 계절의 풍취를 즐긴다. 특별히 갈 곳이 정해지지 않으면 주로 서울 대공원 치유숲과 청계산을 오르고 대공원 호수길 따라 걷는다.

철 따라 전어회 파티도 하고 장어파티도 즐긴다. 때때로 한턱을 쏘는 회원이 있어 삼산회는 더욱 윤기가 흐른다고 한다. 고향하늘은 먼 길 돌아 추억을 안고 온다고 했다. 까마득히 먼 옛날 고향 하늘 아래 어렵던 시절 함께 학교를 다녔던 인연이 이렇게 이어지고 있다. 

고향 남해를 그리워하는 삼산회는 산삼보다 더 몸에 좋고 그 어떤 보석보다 값진 모임으로 알려져 있다. 우정도 다지고 건강도 챙기는 이런 좋은 모임이 있다는 걸 세상에 널리 알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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