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군 출신의 두 청년, 정세준(왼쪽), 백성범. 이들은 부산대 대학원 동기로 ‘경상남도지방정책연구소’라는 이름을 내걸고 지역의 여러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며 의미있는 걸음을 내딛고 있다
남해군 출신의 두 청년, 정세준(왼쪽), 백성범. 이들은 부산대 동기로 ‘경상남도지방정책연구소’라는 이름을 내걸고 지역의 여러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며 의미있는 걸음을 내딛고 있다

보물섬 남해, 부산대, 학사 장교, MZ 세대, 돈보다는 꿈, 이상향, 소통…백성범(28), 정세준(28) 두 청년의 공통분모다. 여기에 ‘훈남’, ‘바른 생활’, ‘효자’, ‘불을 끄려는 사람’ 등의 키워드까지 더하고 싶다. 우리 사회에 혹은 이웃에 불행이란 불이 번져나갈 때 물론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어쩌면 도망가는 것일지 모르겠지만, 도망치기 앞서 불이 났다고 고래고래 소리 질러 주는 사람이고 싶다는 두 멋진 청년을 청년리빙랩 성과보고회에서 한 번, 청년센터 바라에서 두 번, 그렇게 만났다. <편집자 주>

거부할 수 없는 ‘스마트폰’ 필수시대, 잘 활용하면 세대간 소통의 場
‘시니어 스마트 데이’ 청소년들이 지역내 어르신들에게 스마트폰 교육을 한다면

삶 속에서 겪는 여러 문제를 다양한 시도와 실험으로 변화를 꾀해보고자 추진하는 ‘청년 리빙랩’사업. 톡톡 튀는 기획 사이에서 두 청년이 보였다. ‘시니어 스마트 데이’라는 기획으로 창선면 7개 마을에 총 21번의 스마트폰 교육을 통해 ‘소통’을 ‘시도’하고 ‘실험’해본 청년들이었다. 

부산대 조경학과를 졸업한 백성범 씨와 부산대 행정학과 졸업 후 사회복지 석사과정을 앞두고 있는 정세준 씨가 당찬 주인공들이었다. 두 사람은 각각 남해읍과 창선면 출신으로 고향이 같다는 공통분모로 부산대에서 친해졌으며 우연의 일치로 학군 장교(RoTc)로 군 생활을 같이한 동기이기도 했다. 

한 사람은 대기업에, 또 한 사람은 공기업에 취직이 확정된 안정된 탄탄대로를 박차고 ‘의미 있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결의로 ‘경상남도지방정책연구소’를 만든 괴짜들이기도 하다.

연구소장 직함을 맡고 있는 세준 씨는 “저희는 소위 말하는 MZ세대다. 돈만 보고 쫓아가기엔 인생이 너무 허무할 것 같았다. 군대에서 친구 성범이와 앞으로의 삶의 방향을 이야기하는데 서로가 상당히 통했다. 넉넉하지 않은 환경에서 어머니의 지극정성으로 성장했다. 장애를 입은 가족, 할머니 등 자연스레 가족을 통해 ‘복지’에 대해, 누구나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많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이 기획한 ‘시니어 스마트데이’ 사업은 군내 청소년이나 청년이 마을 어르신들을 찾아 스마트폰 교육을 해드리자는 일종의 ‘스마트폰 버전의 새마을 운동’ 같은 것이라 이해하면 된다. 정책연구소의 청년이사를 맡고 있는 성범 씨는 “이 모델을 만들고자 저희가 창선면 7개 마을을 찾아다니며 교육해 본 결과 너무 필요한 활동이라며 높은 참여도와 만족감을 보여 주셨다. 특히 코로나19로 손주 얼굴을 못보다가 영상통화 하는 법을 통해 2년만에 봤다는 할머니의 사연이 인상깊었다”며 “저희가 겪은 학창시절을 돌이켜보면 대학입시를 위해서라도 다양한 사회참여경험이 중요했다. 자소서 한 줄이라도 더 쓰기 위해 남해군의 청소년들은 ‘단순 환경미화봉사’를 벗어나기 위해 진주나 타지로 봉사활동 실적을 쌓기 위해 가는 걸 많이 봤다. 그런데 이런 ‘시니어스마트데이’같은 기획이 들어간 봉사활동이라면 군내에서 군내 어르신을 위해, 우리네 가족 같은 어르신들을 위해 뜻깊은 봉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자원봉사센터와 각 마을 주민자치회, 이장님들과 연계해 청소년들은 일주일에 1-2번씩 봉사하는 경험을 통해 봉사활동점수도 받고. 자연스레 세대 간의 소통 계기도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다시 봄…함께 한다면 
누구든 봄을 맞이하듯 청춘으로 꿈꿀 수 있다

“저희도 좋은 옷 입고 좋은 차 타고 싶었던 시절 있었다. 그런데 좀 더 생각을 가지런히 해봤을 때 그런데 당장 좋은 차가 필요할까? 아무리 아등바등해도 곧장 집은 못 사네? 이런 현실자각시간이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금 우리가 가진 것으로 바로 실천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삶이란 뭘까? 거기에 더 집중했더니 길이 보였고 힘이 생겼다”.

이 놀라운 청년들은 청춘에 대한 애정 또한 각별했다. “인생을 사계절에 비유하지 않나. 그런데 그 계절이라는 게 생의 주기에 맞춘 것만은 아니다. 물리적으론 어린 나이일지라도 처한 환경이 내내 겨울인 사람도 있고 흰머리가 수북해도 뜨거운 여름날처럼 강인한 사람도 있다. 다행인 것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지나면 반드시 다시 봄이 온다는 것인데, 이렇게 돌아오는 봄을 모든 사람과 함께 누릴 수 있다면, 이게 바로 청춘의 삶이 아닐까 싶어서 팀명을 ‘청춘은 돌아온다’, ‘청춘을 널리 퍼뜨리자’는 의미로 청춘어람으로 정했다”고 한다. 노인을 대상으로 한 프로젝트를 가장 먼저 기획한 것 또한 ‘지역사회’를 ‘같이 사는 모두의 집’이라 상정했을 때 불이 나듯 가장 당면한 문제가 노인 문제, 세대 간의 소통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이번 리빙랩 활동을 통해서 본 남해 사회에 대해서 이들 청년은 “같이 불 끄려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 기뻤다”며 “청년친화도시 또한 선언에 그치지 않고 정말 어떠한 ‘태동기’에 놓인 듯 역동적인 움직임이 느껴졌다. 문제를 해결해보려는 의지가 강한 남해군이라는 게 느껴져서 뭔가 남해사람으로서 자부심이 더 생겼다. 우리 청년들이 더 참여를 이어간다면 정말 모든 날 모든 순간 조금씩 성장해 있지 않을까 싶다”며 함께 가자는 당부도 빠뜨리지 않았다.
 

※ 시니어 스마트 데이 및 추후 진행할 여러 프로젝트에 관심이 있거나 동참을 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편하게 연락 하면 된다. m.010-9665-0493 청춘어람 정세준 연구소장  

 

저작권자 © 남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