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섬남해포럼에서 지난 11월 말 남해-여수 해저터널에 관한 세미나를 열었다. 좋은 이야기가 오갔다. 종합토론 좌장을 맡았지만 시간 제약으로 못다 한 이야기가 남아있어 몇 가지 덧붙인다. 

2028년에 개통 예정인 남해-여수 해저터널은 좋은 소식이며 일종의 도전이다. 변화는 위기와 기회를 가져온다. 이런 도전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우리의 과제다. 터널이 개통되면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만 할 게 아니다. 

단순히 관광객이 올 것이라는 건 식당 열면 손님 올 것이라는 기대와 다를 바 없다. 공부방 만들어 주고 책상 마련한다 해서 성적이 오르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관광객을 끌어들이려면 볼 것, 먹을 것, 즐길 것이 있어야 한다.

터널 개통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는 정해져 있는 게 아니다. 남해가 어떻게 준비하고 대비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빨대 효과’라는 게 있다. 빨대효과는 좁은 빨대로 컵의 음료를 빨아들이듯이 대도시가 주변 중소 도시의 인구나 경제력을 흡수하는 대도시 집중현상을 말한다. 이런 현상은 교통여건의 개선이 균형 있는 지역개발로 이어지지 않고 오히려 지역의 쇠퇴를 초래하는 부작용이 생긴다는 것이다.

하나의 예로 남해의 의료시장이 위축될 가능성이다. 여수의 종합병원에 접근이 쉬워지면 환자가 여수로 달려갈 가능성이 커진다. 물건을 사러 여수행이 활발해질 수도 있다. 또한 당일 여행으로 숙박여행이 감소될 가능성도 있다. 우리는 그럴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우선 남해만의 독특한 관광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비싼 물가, 불친절 등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남해를 찾는 외지인의 눈과 평가에 귀를 기울여보라. 답은 거기에 있다. 찾아오고 싶고, 살고 싶은 동네를 만들려면 남해에서만 만나 볼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결정적 장소가 될 콘텐츠를 발굴·개발해야 한다. 

미국의 최남단에 키웨스트 섬이 있다. 마이애미에서 망망대해에 세워져 있는 11.2km(세븐 마일) 다리를 건너가야 하는 곳이다. 

그곳에는 헤밍웨이가 살던 집이 관광명소가 돼 있다. 키웨스트 섬의 서쪽 끝 멜로리 광장(Mallory square)에는 해지는 모습과 광장에서 공연되는 예술가들의 퍼포먼스를 보러 관광객이 구름처럼 몰려든다. 

남해에도 그런 곳이 왜 없겠는가. 남면과 서면 어느 곳에도 그런 멋진 낙조를 볼 곳이 있을 것이다. 남해 바래길 해변에도 장소에 따라 잔도나 데크를 만들어 관광의 멋스러움을 돋보이게 할 곳이 있을 것이다. ‘남해=걷기 천국’, ‘남해=힐링 천국’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야 한다.

어떻게 관광객을 머무르게 만들지, 관광업을 지역경제의 돌파구로 발전시킬지 고민해야 한다. 

막연히 앉아서 관광객이 오기를 기다릴 수는 없는 일이다. 해상스포츠 체험을 특색 있게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 ‘해양관광은 남해’라는 브랜드화로 새롭게 도약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남해를 마케팅해야 한다.

남해를 알리고 살리는 다양한 메뉴판을 짜자. 제주도의 유명한 분재원과 동백수목원, 거제도의 외도 보타니아 정원과 같은 곳을 개발하자. 창선면의 비밀의 정원 ‘토피아랜드’, 남면의 ‘섬이정원’과 같은 곳을 비롯해 여러 명소를 더욱 다듬고 바래길과 해수욕장, 다랭이논 같은 곳에 스토리를 입혀 세상에 알리는 노력을 계속 펼쳐야 한다.

남해가 변하려면 공무원에게 맡겨서는 안 된다. 군민이 자발적으로 나서야 한다. 제주도 인구는 70만 명인데 연간 관광객은 1,500만 명에 이른다. 

남해를 여수-광양-순천-사천-진주-하동을 묶는 남중권 중심으로 만들 전략을 짜자. 남해를 제2의 제주로 만들려면 골프장도 여럿 만들어야 한다. 여유 공간, 휴식공간을 만들지 않고 관광객이 찾아올 리가 없다. 

남해인의 단결력은 널리 알려진 장점이다. 그러나 단결력이 배타적으로 흐르면 안 된다. 남해를 보물섬이라고 하지만 어떤 보물이 있는가. 우리 스스로 보물을 만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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