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범두 교령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인내천(人乃天) 사상은 동학의 3대 교주 손병희가 주장한 천도교의 근본이 되는 것으로 인간 존중이 핵심이다. 이러한 동학은 손병희가 천도교로 개칭했다. 멀게만 느껴졌던 동학과 천도교의 보고로 보물섬 남해군이 조명받고 있다. 

지난 13일 남해문화체육센터 강당에서 열린 ‘2021 인내천 문화활동 남해동학학술문화제’의 풍경은 달랐다. 우리 가까이에 이미 존재해있는 동학의 면면과 더불어 평화를 추구하는 여러 문화 행사들이 어우러진 그날을 담아본다. <편집자 주>

“코로나19로 엄중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참석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 남해는 천혜의 자연과 따뜻한 인심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섬이면서 훌륭한 인물을 대거 배출한 인재의 고장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동학학술문화제가 열린 데 더욱 의미가 깊다” 

박인준 천도교 종무원장의 개회사로 시작된 학술문화제였다. 

장충남 군수 또한 “우리 지역의 큰 인물이신 송범두 교령님을 모시고 오늘 이런 뜻깊은 자리를 마련할 수 있어 감사하다”며 “우리 남해가 현재로서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천도교인들이 많고 교령님 또한 다섯 분이나 배출한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학술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아직 연구가 부족하다. 우리 남해가 천도교의 본령으로 명맥을 이어나가는 자리가 되는 마중물이 되는 행사이길 바란다”고 축하를 전했다.

이어 송범두 천도교 교령<사진>의 환영사가 있었다. 송범두 교령은 “코로나19로 우린 참 어렵게 하루하루를 걱정하면서 지내고 있다. 오늘 행사를 도와주시고 무던히 애써준 남해군의회와 남해군, 문화체육관광부, 묵묵히 준비해준 집행부에 감사를 보낸다. 남해는 자연의 보고, 인재의 보고이기도 하다. 먹을 것이 생기면 까치발로 담 너머 이웃에 전하던 나눔의 정, 어려움을 같이 하던 정신, 근면함, 뛰어난 향학열, 사람이 되는 길을 놓지 않았던 도덕관 등 이 모든 게 남해를 인재의 보고로 만든 가치였다”며 운을 뗐다.

또 “1976년도에 고향 남해를 떠났으나 한시도 고향을 잊은 적 없다. 남면 구미동에서부터 선구교당까지를 한참을 걸어가면 교당 문간에서 어르신들이 다정히 부르던 ‘송 군, 어서 와’하며 손을 잡아주고 맞절해주셨다. 그길로 그냥 마냥 좋았다. 그러한 어르신들을 거울삼아 살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추억 한 토막을 들려주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 천도교가 남해에서 어떻게 해서 이 많은 부흥을 일으켰나, 생각해본다. 임진산성에서 돌멩이로 일본놈들을 대적했다는 이야기도 들리는데 우리가 지금 아는 남해동학의 흐름보다 더 깊은 것이 있지 않겠나. 남해인으로서 그것을 찾아봐야겠다는 마음에서 이 조촐한 행사가 시작되었다”며 “차별에서 벗어나고자, 사람답게 살고자 했던 염원, 정말 살맛나는 세상에서 행복하게 사는 것이야말로 우리 모두가 바라는 게 아닐까, 그러한 동학정신을 찾아가는 일의 그 시작을 오늘 여러분과 같이 하고 싶다”는 말씀으로 환영의 박수를 받았다.

개회식에 이어 김철웅 악단의 연주와 무용, 노래가 ‘평화 이야기(peace story)’로 펼쳐졌다. 동학 정신과 떼레야 뗄 수 없는 ‘새야 새야’부터 ‘그리운 금강산’, ‘압록강 2천리’, ‘산노을’, ‘한울 세상’, ‘동방의 빛’ 등 평소 자주 접할 수 없었던 아픔과 그리움을 담은, 그리하여 평화를 염원하는 이야기로 고스란히 전해졌다.

남해 ‘우우통’ 이야기를 아시나요?

‘남해 동학과 인내천’이라는 주제로 2부 학술대회가 진행됐다.

채길순 명지대 교수의 ‘남해지역 동학농민혁명 유적지와 활용방안’이라는 주제로 기조 강연이 시작되었다. 채길순 교수는 “가장 먼저 동학 관련 사적지의 표지판부터 제작하기를 제안드린다. 또 죄수 퍼포먼스와 ‘우우통’ 재현행사를 꼭 했으면 한다. 미처 발굴되지 않은 많은 향토사가 있을 것이다. 이를 체계화하고 콘텐츠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주제부터 언급했다.

여기서 나오는 ‘우우통’ 이야기는 남면 당항리 우형마을에 거주하는 유자신(1924년생)이 어릴 때 어른들에게서 들은 이야기 중 “남해의 동학농민혁명 시기에 ‘우우통’이라는 말이 돌았다. ‘우우통’이란 동학농민혁명 시기에 동학농민군이 봉기해 악질 관료와 지방 수령을 끌어내어 짚둥치에 실어 설천면 노량리 앞바다에 띄워 응징하는 형벌을 일컫는 말”이라고 한다.

이처럼 남해만의 고유한 이야기를 재현하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음을 제시한 것이다.

이어 동의대 역사인문교양학부의 성강현 교수의 ‘남해지역의 동학 유입과 확산’이라는 주제의 강연이 이어졌다. 성강현 교수는 “남해는 천도교가 발전한 대표적인 지역으로 특히 해방 이후 수천 호가 마당포덕되었다. 이러한 교세의 확장으로 해방 이후 남해군에는 남해, 선구, 고현, 포상 등 4개의 교구가 설치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국사편찬위 문찬인 사료조사위원은 ‘서부 경남의 동학농민혁명과 남해’에 대해 논했고, 영산대 송봉구 교수는 ‘동학과 천도교 발전에 기여한 남해인’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특히 송봉구 교수는 천도교의 가르침을 포덕한 묵암 신용구 선생과 그 가르침을 남해에 펼쳐 남해에 천도교 왕국을 이룩한 천도교인들로 정재모 선생, 하준천 선생, 이천운 선생, 김명진 선생, 고정훈 선생을 꼽았으며 이들의 생애와 업적을 두루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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