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앙상한 나뭇가지를 스치는 드센 남해의 바닷바람이 겨울을 더욱 실감 나게 합니다. 때마침 떠오르는 아침 햇살이 세찬 바람이 싫은 듯 고개를 가로지르며 이렇게 소리칩니다. “얘들아! 겨울의 멋이 뭔지 아니, 겉으로는 차고 메마르고 외롭게 보이지만, 안으로는 온화하고 부드러운 순수 영혼이 쉼 없이 활동하고 있는 모습이란다.” 비록 겨울이 겉으로 보기에는 삭막하게 보일지라도 그 이면에는 약동하는 순수 영혼이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 그래서 차디찬 한겨울 속에서도 따뜻이 숨 쉬고 있을 순수 영혼을 들을 수 있다는 것, 그래, 겨울의 참모습이 바로 이것이구나! 아무리 추운 겨울이라도 생명을 유지하는 데 실마리가 될 순수 영혼. 그가 있기에 사계절이 순조롭게 운행된다는 사실을 어찌 잊을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순수 영혼의 실상을 보면 이름만 있을 뿐 그 실체가 드러나지 않기에 있는 듯 없는 듯합니다. 있는 것 같으면서도 없다는 논리가 다소 모호하지만, 분명한 것은 자신의 마음 깊은 곳에도 일어나는 생각과 감정을 지켜보며 평정심을 잃지 않도록 길을 열어주는 순수 영혼이 있다는 사실을 보면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순수 영혼이 이토록 아름답고 감동적이라면 그 소리를 들어도 보고 만나도 보아야지요. 겨울, 그 속에 담긴 순수 영혼을 논할 사이, 비록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한 나무가 뿌리에서부터 줄기, 가지, 잎과 열매를 맺기까지 그 과정 또한, 순수 영혼이 있기에 가능할 것입니다. 그 가능성을 예찬하며 머지않아 꽁꽁 얼어붙을 땅도 그 연원으로 보면 오랜 시간 동안 쌓여온 동식물과 바위가 산화한 흔적이요, 광합성 작용을 이끄는 햇볕도 그 먼 거리를 수십 년 동안 이어오며 단

한 치의 착오도 없이 일정하게 비춰주고 있는 현상을 보면 행여나 그것도 순수 영혼의 작용이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왜냐하면, 근원이 있어야 형상이 있고 형상이 있어야 근원이 있듯이 이런 맥락에서 보면 일체의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그 속성에서 형상 있는 몸과 형상 없는 마음을 순수 영혼이 주체가 되어 움직이게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더욱더 순수 영혼에 대한 열망을 놓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이를 때 회자하는 말이 “순수 영혼의 시작과 끝은 오직 지금이요, 지금을 온전히 있게 하는 것은 경험과 오직 하나가 되는 순수 영혼이다. 만약 지금, 이 순간을 허망하게 놓치면 다음 순간도 또 다음 순간도 허망하기는 마찬가지다. 망상과 욕망과 허상은 순수 영혼을 일으키는데 장애가 될 뿐입니다. 순수 영혼을 가슴에 담고 변화를 담아낼 때라야 만인에게 행복을 줄 수 있다. 나는 누구이며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화답은 나는 순수 영혼의 주인이요 순수 영혼으로 살아가는 주체자임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가장 아름다운 순수 영혼은 자연의 소리요, 가장 아름다운 순수 영혼의 느낌은 어머니의 따뜻한 품속”이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누구나 지니고 있을 이처럼 고귀한 순수 영혼이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의 가슴에서 멀어져가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요. 

어떤 일이든 시작이 있기 전에 그 시작을 알릴 동력이 바탕이 되어야 하고 동시에 그러한 동력을 이끌 영혼의 원소가 올곧게 발현되어야 시작의 의미가 제대로 살아날 것입니다. 

이런 까닭에 “영혼의 꽃 속에 핀 미(美)와 향(香)과 소리는 주변의 영혼마저 감화시키며, 영혼이 맑은 사람은 마음의 빛으로 주변을 새롭게 생성케 합니다. 만약 이 느낌을 제대로 느껴보려면 순수에 이르도록 가슴에 담을 화두를 사랑으로, 감사로, 고마움으로 표시해보면 어떻겠습니까? 

분명한 것은 순수 영혼은 정신세계의 최고봉이요, 의식의 정점이며 양심의 본원입니다. 그러므로 마음과 마음 사이, 생각과 생각 사이의 지평을 넓고 순수하게 가지며, 그러한 바탕에서 경험과 하나가 되게 하는 것 이것이 우리의 시각으로는 불변(不變)처럼 여겨질지라도 그 내밀한 정서를 이끌 힘은 역시 순수 영혼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것이 일 년 365일 내내 정신을 건강하게 할 양식이 된다면 이를 담아낼 남해의 겨울은 어느 때보다 더 밝고 의미 있는 계절이 될 것이 분명합니다. 

저작권자 © 남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