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면 출신의 백시종 작가는 올해로 문단 데뷔 54년째로, 그동안 58권의 책을 출간했다. 최근 14년 동안에는 매년 장편 1권씩을 내고 있다. 지난해 <여수의 눈물>에 이어 올해 <황무지에서>를 발간한 그를 인사동 뉘조 한정식에서 만났다.
구수한 시골 아저씨 같은 미소를 머금은 첫인상에서 너그럽게 주위 사람을 보듬어주는 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백 작가는 고향은 남해였지만 여수에서 학교를 다녔다. 아버지 직장을 따라 학교를 옮겨 다녔지만 아름다운 고향 남해를 잊어본 적이 없다고 한다. 지금은 경기도 양평에서 생활하고 있다.

▲제40회 세종문화상 수상을 축하드린다. 그동안 다른 문학상도 많이 받으셨는데, 작가로서 세종문화상 수상에 대한 특별한 소감이 있으신지?
“세종문화상은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위업을 기리고자 문화관광부가 제정한 상으로, 매년 한글날 학술상, 예술상으로 구분 시상한다. 그러니까 세종문화상 예술부문은 우리나라 예술인 중에서 단 한 명만 선정하기 때문에 확률상 수상 가능성이 매우 적은 경우이다. 사실 저 같은 사람이, 그것도 대통령표창으로 주는 큰 상을 받을만한 그릇이 되는지 스스로 생각해도 많이 부족한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나에겐 과분한 상이다.”

▲많은 작가들이 어린시절의 기억을 소재로 삼곤 하는데, 선생님의 작품 중에 고향 남해를 소재로 한 것이 있나? 선생님께 고향 남해는 어떤 곳으로 각인돼 있나?
“내 고향 남해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을 많이 썼다. 주로 젊은 날 20대에서 30대까지 발표한 단편 ‘들끓는 바다’, ‘배가 산으로’, ‘망망대해’ 등이 그렇다. 모두 30여 편이 넘는 것 같다. 그 중 ‘망망대해’로 1975년 제1회 한국소설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만큼 내 고향 ‘남해’는 내 소설의 본령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이다.”

▲그동안 많은 작품을 선보이셨는데, 소설가로서 선생님께서 추구하는 작품세계는 무엇인가? 독자들이 알기 쉽게 해설하면?
“초창기는 내 고향 바닷가 사람들의 원색적인 얘기를 썼고, 50대에는 노동과 자본의 불균형을 주제로 한 기업사회의 소설을 썼다. 그리고 60대에는 환경문제에 초점을 맞췄다가 최근 10여 년 간은 우리가 놓치고 지내온 근대사와 오늘의 현상을 비교하는 역사의 지평 문제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소설가협회 이사장도 역임하셨다. 문단에서 숙제로 남는 일이 있으시다면.
“소설가들은 생활이 어렵다. 이사장을 하면서 수익을 올릴 수 없나 하고 생각하곤 했다. 소설은 기운이 있어야 쓸 수 있다. 소설가 수준을 높일 수 있는 방법도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남해 출신 선배 작가인 정을병 선생은 1934년 남해에서 태어나 1990년 제1회 한국난문학대상을 수상했고, 2003년 한국소설가협회 이사장을 하셨다. 그의 유언이 “내 고향 남해에 작은 문학비를 세워달라”는 것이었는데, 아직 세우지 못해 나의 숙제로 남아있다. 정을병 문학비는 현재 서대문 안산공원에 세워져 있다.”

▲작가로서 아직 완성하지 못하고 남겨둔 작품이 있을 것 같다. 어떤 작품을 구상하고 계시는지 앞으로의 계획을 알려달라
“미래에도 읽을 수 있는 문장, 시간이 날 때마다 지금 뭐가 보이고 들리고 만져지는지, 자신에게 묻는 연습을 해야 한다. 남해에 대한 숨어버린 역사를 발굴하여 새롭게 이해하고 현시대에 맞추어 재미있게 쓰고 싶으며 준비 중이다. 남해 바닷가가 모티브가 되어 글을 즐겁게 쓰고 있다. 남해는 나의 자양분이 되었고 힘이 되었고 에너지를 주었다. 
소설가 입장에서 보면 우리나라는 일본보다 역사가 깊고 아픔과 고통 등이 많다. 소설 얘기가 파란만장하다. 나는 글을 쓰는 것이 즐거웠고 나의 적성에 맞는 것 같다.”

▲남해 출신들이나 고향과의 교류는 어떻게 하시나? 고향에는 자주 가시나?
“남해에는 친척들이 별로 없지만 자주 가고 있다. 남해 출신이란 게 자랑스럽다. 고인이 된 최치환 국회의원, 김일두 전 변호사 등 많은 훌륭하신 분들을 만났다. 고(故) 최치환 의원은 인격적으로 모두를 포용하는 분이셨다. 그로부터 나는 삶의 지침을 배웠다. 그는 어려운 분들을 많이 도와주셨다. 남해인들은 고 최치환, 김일두 두 분을 꼭 기억해야 한다. 남해처럼 훌륭한 인물이 많고, 역사가 깊은 곳은 드물다.”

백 작가는 남면 평산리가 고향이다. 부모님은 한때 평산교회를 섬기다가 고향이 아닌 외지에서 타계하셨다. 백 작가는 남해 동향인 부인 정성애(78)씨와 슬하에 두 아들을 두었고, 3명의 손자 손녀가 있다. <좋은생각> 정용철 전 발행인이 처남이다. 고향 남해의 역사와 정서를 담아내는 작품을 구상하고 있다니 또 한편의 명작을 기대해본다.

<백시종 작가의 약력>

- 1944년 남해군 남면 출생
- 1967년 동아일보와 대한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1975년 제1회 한국소설문학상 수상
- 2001년 제38회 한국문학상 수상
- 2002년 제10회 오영수문학상 수상
- 2003년 제7회 서포문학상 수상
- 2004년 제2회 채만식문학상 수상
- 2020년 김동리문학상 수상
- 2021년 제40회 세종문화상 예술부문 (대통령표창) 수상
- 대표작 :  <주홍빛 갈매기>, <물>, <그 여름의 풍향계>, <서랍 속의 반란>, <풀밭 위의 식사>, <강치>
              <돼지 감자 꽃>, <수목원 가는 길>, <팽>, <오옴하르 음악회>, <물 위의 나무>
              <호 아저씨를 기다리며>, <누란의 미녀>, <여수의 눈물>, <황무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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