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들의 하라주쿠, 도쿄 ‘스가모 시장’을 아십니까?
할머니들의 하라주쿠, 도쿄 ‘스가모 시장’을 아십니까?
  • 강기철 시민기자
  • 승인 2021.11.26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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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에는 사람들이 유독 많이 모이는 ‘번화가’를 뜻하는 일반명사로 알려진 ‘하라주쿠’가 두 군데 있다고 한다. 한 곳은 도쿄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쇼핑거리인 시부야의 하라주쿠이다. 나머지 한 곳은 오늘 소개할 ‘할머니들의 하라주쿠’라는 별칭이 있는 도쿄 ‘스가모 시장(市場)’이다.

일본에는 수많은 쇼핑 상점 거리가 있다. 하지만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 많이 찾아서 유명해진 시장은 도쿄 ‘스가모 시장’이 유일하다. 한 때 서울시가 탑골공원 일대를 어르신 친화거리로 조성할 때 벤치마킹한 곳이 바로 도쿄 스가모 시장이다. 

스가모 시장은 모든 것이 노인 위주이고 ‘바쁜 사람은 안 와도 돼요’라는 생각으로 시작된 노인들을 위한 특화 거리라고 보면 된다. 스가모 시장에는 노인들이 편하게 쇼핑할 수 있도록 편의시설도 갖추고있어 몇 가지 소개해 본다.

첫째,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 멀리서도 물건의 가격표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크게 써 붙여 놓았다. 나이가 들면 돋보기 없이 작은 글씨나 물건을 보기 힘들다. 돋보기 없이 잘 보기 위해서는 글자를 크게 적으면 된다. 

둘째, 이곳에서는 상인연합회 주도로 가게 문턱을 없앴다. 대개 일본의 상점가는 도로와 보도와의 단차를 없애 편안한 쇼핑을 유도하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스가모 시장은 이것뿐만 아니라, 가게 입구 단차를 상인회 주도로 없앴다. 어떤 가게의 경우에는 아예 가게 문을 없애 출입을 자유롭게 한 경우도 있다. 

셋째, 다리 아픈 노인들을 위해서 곳곳에 쉼터를 마련해 놓았다. 다리가 아파서 많이 걷지 못하는 노인들을 위한 것인데 노인들은 여기에 잠시 앉아 쉬면서 물을 마시거나 간단하게 간식을 먹도록 배려하고 있다. 물론 가게 안에도 앉을 수 있는 의자를 배치하여 노인들이 잠시잠시 쉬면서 쇼핑할 수 있도록 배려를 했다. 

넷째, 상인회가 중심이 돼 다양하고 실용적인 노인대상 상품과 편의시설들을 싸고 편하게 구입하도록 배려하는 데 신경을 쓴다. 예를 들면 지팡이 전문점이라든지, 실버카페라든지, 노인 전용 이·미용실 등이 있고 상인회 교육을 통해서 ‘말은 천천히, 목소리는 크게’ 하라는 친절교육을 통해서 노인 방문객들의 소통을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스가모 시장이 노인 특화 상점 거리라고 해서 노인들만 오는 것은 아니다. ‘할머니들의 하라주쿠’라는 입소문이 퍼져 전국에서 많은 방문객이 스가모 시장을 방문하고, 젊은이들도 옛 정취를 느끼기 위해서 자주 온다. 외국인 방문객도 점차 늘고 있어 도쿄 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일본 총무성 통계국 조사에 의하면(2021.09.15. 기준) 일본의 고령화 비율은 29.1%이다. 일본 인구 3명 중 거의 1명이 노인이라는 말이다. 노인대국 일본이니까 스가모 시장과 같이 ‘할머니들의 하라주쿠’ 시장이 만들어졌겠거니 하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남해의 고령화 비율은 얼마나 될까? 남해군에 의하면 2021년 10월 노인인구 비율은 38.79%이다. 남해군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일본보다 약 10%가 더 많다는 이야기이다.

통계 비교만 본다면 우리 지역에서도 노인특화 쇼핑거리가 생길 수도 있겠다. 남해에서는 노인이 40% 가까이 모여 사시는데, 노인이 정말 편하게 천천히 쇼핑하면서 시장 나들이할 수 있는 곳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일본 스가모 시장처럼 그대로 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스가모 시장이 왜 일본에서 노인특화 쇼핑거리로 유명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성공 비결에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전국의 어르신들이 ‘남해에 가면 우리와 같은 노인들이 편하게 쇼핑할 수 있는 곳이 있대’, ‘쇼핑뿐만 아니라, 노인이 편하게 휴양할 수 있는 곳도 많대’, ‘우리 한번 가 볼까?’ 이렇게만 된다면 노인특화 쇼핑거리가 남해의 ‘1등 브랜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노력이야말로 진정한 WHO 고령친화도시의 의미가 아닌가 한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기억하자. 머지않아 노인은 세금만 까먹는 ‘비용’의 대상이 아니라, 이젠 “지역 경제를 살리는 ‘투자’의 대상이 될 것이다”라는 사실을.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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