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계절입니다. 겨울 하면 추위와 칼바람 그리고 꽁꽁 언 얼음을 연상하게 합니다. 어느 계절이든 나름의 특색이 있겠지만, 특히 겨울은 그 의미만큼이나 아름다운 눈과 얼음, 썰매와 연날리기와 같은 동심(童心)의 추억이 서려 있기에 더욱더 정다운 계절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 어린 시절, 칼바람으로 부르기도 하는 매서운 바람을 맞으며 군불용 솔잎(갈비)을 하려 망태기 지고 산을 오르내리던 모습은 겨울 이미지를 더욱 실감나게 하는 장면입니다. 그때를 연상하며 감성에 젖을 즈음 점점 짙어지는 저녁 하늘에 새겨진 달과 별들이 이제 막 넘어가는 석양의 여운 따라 물들어져 가는 모습이 또한 장관입니다. 

그 어떤 글로서도 나타낼 수 없을 이토록 아름다운 저녁 하늘을 언제 보았는가를 상기하니 그 횟수를 손으로 꼽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하지만 세월이 유수같이 흘러 동심이 사라진 현실에서 아무리 감동적인 모습이 있어도 어린 시절 북두칠성을 바라보며 꿈을 키우던 그때의 설렘만큼이야 하겠습니까? 

오늘에 있어 그때의 감격을 다시 만날 수는 없지만, 저녁 하늘을 붉게 물들인 석양과 이에 동화된 별과 달의 장엄함은 여전히 우리의 가슴을 뜨겁게 할 기적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이러한 장면을 기적이라고 칭하였습니다만 필자의 시각으로 기적의 사전적 의미는 상식을 벗어난 기이하고 놀라운 일이라는 해석임에도 우리가 늘 보아오는 평범한 일상 속에도 기적은 얼마든지 일어나고 있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해 봅니다. 다시 말하면 기적은 어떤 특별한 것이라기보다 작용을 있게 하는 가능성 그 자체라고 말입니다. 

이를테면 걸음을 걷는 것도, 팔, 다리를 움직이는 것도, 말하고 웃고 숨 쉬고 밥을 먹는 것도 기적이요, 매 순간 심장의 박동이 멈추지 않고 일정하게 움직이는 것도 그렇고 두뇌 신경세포의 작용이라든가 혈액이 말초 혈관에 도달하기까지 움직이는 역동성도 기적이라면 기적입니다. 

기적의 역동성에서 단순히 보이는 현상으로 치부하면 아무렇지 않게 여길 수도 있겠지만 그 이면에 작용하는 원리로 보면 실로 엄청난 내공과 원력이 함축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행보에서 기적이란 특별한 어떤 것이 아니라 우리가 늘 접하는 생각과 감정, 말과 행동에 따른 차이나 질적 변화 속에 있다는 것, 이것이 우리의 감성을 자극할 기적이라면 이 겨울에 그러한 기적을 성사시켜보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기적은 의식을 어떻게 지니며 잠재력을 어떻게 배양하느냐에 달렸다면 이러한 능력을 일으킬 기적은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가능성 그 자체가 아닐까요. 이러한 까닭에 내가 어떻게 마음을 정하느냐에 따라 도래될 기적의 사유를 깊이 공유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적, 그 심오한 이치를 생각하면 마치 불연(不然)처럼 느껴지는 것도 우연이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그 어떤 기적이라도 사람의 마음 작용에 따라 성사가 갈려진다면 그 의미를 심대히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마음이 주체가 될 때 그 힘은 어떠한 불치병도 낫게 한다는 사례를 심심찮게 접하면서 결국 기적은 마음에 달려 있다는 통설을 어찌 한갓 허구로 돌려버릴 수 있겠습니까? 

이러한 통설은 특히 우리 몸을 구성하고 있는 세포들의 잠재력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세포들의 헌신적 사랑, 박애 정신, 살신성인을 상기해본다면 아쉽게도 그 주인인 자신은 세포와 같은 정신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대체 어떤 일이 있길래 이처럼 불가사의한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요. 이런 까닭에 기적을 일으킬 심사(心思)에서 자신에게 부여된 선한 기운이 어느 정도인지 그 잠재력을 정말 절박한 심정으로 바라보아야 하겠습니다. 

순간마다 엄청난 기적을 행하고 있는 세포의 작용을 보면서 내게서 기적을 연출할 언행인 이해, 용서, 겸손, 자비, 사랑과 같은 능력을 얼마만큼 쓸 수 있는지도 곁들여서 말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가장 큰 기적이란 미움이나 원망 등의 부정적 마음가짐을 포용과 사랑, 자비의 능력으로 다시 태어나게 할 기쁨이기에 그러한 기적을 이 해가 가기 전에 연출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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