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정 연 설천면장
박 정 연 설천면장

이 계절은 저에게 한 가지 모습으로만 다가오지 않습니다.

가을 햇살은 한 곳에만 머무르지 않고 여기 저기 옮겨 다니는 듯합니다. 

어떤 날은 느티나무에 또 어떤 날은 단풍나무에 내려앉았다가 또 다시 은행나무에 머물러 앉기도 합니다. 나무들은 어느새 잎을 떨구고 새로운 생명을 키우기 위한 준비로 분주하고 서서히 번져가는 석양(夕陽)마저 아름답게 물들어 가는 계절입니다.

서리 내린 풀 섶에 찾아오는 아침 햇살마냥 소리 없이 흘러가는 시간의 바퀴자국은 우리의 생활에 녹아 삶이라는 무늬를 만들어 갑니다.

살얼음이 잡히고 땅이 얼기 시작하여 점차 겨울 기분이 드는 소설(小雪).

노루의 꼬리보다 더 짧다는 가을은 아쉬움만 남긴 채 차분한 설렘으로 겨울을 맞이해 봅니다. 보물섬 남해(南海)의 변해가는 자연의 모습과 표정, 우리를 감싸고 있는 공기는 일상의 배경이 되어 지친 생활에 따뜻한 위로를 건네주기도 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하여 놓쳐버린 일상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절뚝거리며 달려온 시간. 
기다림의 감정은 아마도 그리움이라는 이름으로 찾아오는 듯합니다.

삶을 운영하는 시간과 속도는 개개인마다 다르지만 자신의 리듬을 찾아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시기에 새로운 삶의 지시어대로 연주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거미줄보다 가늘고 팽팽해진 마음의 현을 약간 느슨하게 조율하여 때론 여유로운 마음으로 우아하게, 때론 격렬한 기분으로 빠르게……

얼마 남지 않은 한 해의 끝자락에서 돌이켜보니 눈인사라도 꼭 해야 할 대상은 여전히 많이 기다리고 있는 듯합니다. 삶에 있어 정답은 아니어도 우리의 인생은 매 순간마다 빛이 나듯이 지금 우리는 우리를 지켜주는 누군가의 마음과 믿음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하여 우리를 시험하는 인생의 과제들을 헤치고 나가는 동안 힘겹게 일구어 온 삶의 여정이었기에 반짝반짝 빛나는 아름다운 감동의 시간으로 장식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크리스마스 리스
크리스마스 리스

이번에 소개해 드릴 소품은 가을을 보내는 아쉬움을 달래가며, 행운을 안겨 주는 크리스마스 리스(Wreath 화환)로 따뜻하게 겨울을 맞이해 봅니다. 봄과 여름 그리고 가을을 품은 자연의 소재인 마른 나뭇가지를 둥글게 둘둘 말아 뼈대를 만들고, 고운색감의 울사로 탐스런 눈송이와 장미꽃을 표현했습니다. 앙증맞은 사탕은 목(木)구슬을 활용하여 래핑비즈 기법으로, 수술(퐁퐁)은 포근하고 부드러운 눈송이를 생각하며 풍성하고 따뜻하게 연출했습니다.

인생은 홀로 피는 꽃, 우리는 누구나 자신만의 꽃을 피우며 살아갑니다. 

움츠리고 살아가는 이 시간이 언젠가 우리의 꽃봉오리가 터뜨려지고 활짝 피어 날 꽃을 기다리며 희망을 품고 정성껏 돌보는 좋은 기회라 생각해 봅니다.

“희망은 좋은 것이며, 가장 소중한 것. 좋은 것은 절대 사라지지 않아요. 희망은 우리를 자유롭게 만들죠.” 영화 『쇼 쌩크 탈출』의 희망 메시지로 삶의 새로운 리듬을 찾으시길 바라며, 그 동안 사랑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인사를 전합니다.

올 한해 변변찮은 취미활동 프랑스자수 소품을 글로 표현할 수 있도록 소중한 공간을 내어 주신 남해신문 최철호 대표님과 직원 여러분, 또한 챙겨가며 글을 읽기 위해 떼어놓은 시간을 설렘으로 기다려 주신 남해신문 독자 여러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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