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이 끝난 뒤 함께 모여 포즈를 취한 ‘다온나’ 밴드. 왼쪽부터 피아노 강선희 님, 바이올린 정성아 님, 기타와 퍼커션 정대성 님
공연이 끝난 뒤 함께 모여 포즈를 취한 ‘다온나’ 밴드. 왼쪽부터 피아노 강선희 님, 바이올린 정성아 님, 기타와 퍼커션 정대성 님
‘남해 어게인’ 공연 장면
‘남해 어게인’ 공연 장면
‘남해가 버스킹’ 공연 장면
‘남해가 버스킹’ 공연 장면
‘다온나’ 밴드 연습 장면
‘다온나’ 밴드 연습 장면

남해에는 합창단과 색소폰 동호회, 학생 오케스트라, 화전매구, 다물 등 다양한 음악 연주 단체가 있다. 워낙 흥이 많은 남해 사람들인지라 언제라도 멍석을 깔면 노랫가락이 실타래처럼 풀려나온다.

그런데 지난 2년 동안 코로나19가 전국을 휩쓸면서 마음 속 희로애락을 풀어낼 길이 막혀버렸다. 거리두기를 지키랴 감염에 주의하랴 눈치 보고 조심하느라 음주가무는 다른 세상 얘기가 되고 말았다. 듣는 분도 많지만 보여주는 인원도 많아 여러 모로 불편했다.

이제 곧 위드 코로나 시대가 오면 남해에도 다시 신바람이 불 것이다. 그런 변화의 낌새를 알아챘는지 남해에서 태어났거나 살고 있는 젊은 뮤지션 세 사람이 모여 트리오 밴드를 결성했다.

이름도 정겨운 ‘다온나(DAONA)’ 밴드다. 남해의 사정상 어쩔 수 없이 대부분 구성원들의 연령이 높았던 반면 이들은 모두 30대 후반의 청년이란 점이 더욱 눈길을 끈다.

늦가을, 쌀쌀하지만 온기가 깃든 햇살을 맞으며 지난 일요일(17일) 읍내 카페에서 이들을 만났다.

음악으로 세상을 담고 싶다
단원은 세 명인데, 같은 점만큼이나 다른 점도 많았다. 나이는 한 살씩 아래위인 02학번들이었다. 피아노와 바이올린, 기타와 퍼커션이란 구성이 가을 정취에 젖어들기 좋은 재즈 향이 물씬 풍겼다.

맏이이자 밴드의 리더가 된 정성아 님은 부산 출신으로 바이올린을 맡는다. 부산예고를 졸업하고 동덕여대 관현악과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했다. 읍내 김내과의원 원장인 부군을 따라 남해에 들어오면서 한동안 쉬었다가 다시 시작했지만, 실력은 여전하다.

둘째 강선희 님은 피아노를 맡고 있는데, 어릴 때부터 연주를 했다. 부산대 언어학과를 졸업한 뒤 한일장신대에 들어가 피아노를 수학했다. 부모님이 남해 사람이고, 남해합창단을 비롯한 여러 학교에서 피아노와 합창을 가르친다.

막내 정대성 님은 재주가 단연 팔방미인이다. 기타를 치면서 다양한 퍼커션도 다룬다. 삼동면 내산 출신이고, 진주고에서 밴드 활동을 했다. 백제예술대 실용음악과와 경상대 영어교육대학원에서 석사를 받았다. 지금은 이동면 남해고등학교에서 영어교사로 있는데, 학생들에게 인기가 대단하단다.

두 누나가 대성이는 미혼이니, 이 기회에 공개구혼을 부탁했다. ‘제사는 없고, 재산은 많은’(?) 능력 있는 남자라면서 빨리 천생배필을 만났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싱어송라이터로, 대학 때인 2003년에는 대학가요제 전북대회에 자작곡 <생활의 발견>을 들고 나가 인기상을 받았다.

정성아 님과 강선희 님은 듀엣 ‘바이피아(Vipia=Violin+Piano)’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다온나’는 올 여름에 결성되었다. 처음에는 버스킹 의뢰가 들어와 우연히 셋이 뜻을 모았는데. 코로나로 행사가 미뤄지면서 연습이 이어졌고, 9월부터 무대에 선을 뵈었다. 남해청년센터 ‘바라’에서 첫 공연을 가졌는데, 반응이 좋아 세 차례나 연주했다. 꾸준히 섭외가 들어와 당장 이번 주 23일(토) 저녁에는 화방사 산빛문화제에서 연주가 있으니, 많이 와 달란다.

화음으로 의기투합한 음악동지들
평소 연습은 어떻게 하는지 물었다. 다들 시간이 바빠 자주 모이지는 못하고 매주 한두 차례 저녁에 모여 호흡을 맞추는데, 열정이 대단해 밤늦은 줄도 모르고 음악에 빠져든다고 했다. 지금은 읍내 ‘한아름센터’에서 연습한단다.

연주곡목은 관객에 따라 선곡하는데, 클래식부터 재즈, 가요, 가곡, 영화음악 등 장르는 종횡무진이다. 세상의 모든 시름을 놓아버리고 행복에 젖는 관객을 보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이라고 한다.
언제라도 합주할 레퍼토리는 20여 곡 쯤 되고, 그 중에서도 영화 ‘라라랜드(LaLa Land)’에 나오는 <Another Day of Sun>이 가장 자신 있단다.

밴드 이름 ‘다온나’는 어디서 왔는지 궁금했다. 다들 남해에 살고 있는 청년들이라 ‘모두 오시다’는 남해 사투리를 빌려 왔는데, “모든 좋은 일이 다온다”는 ‘다온’과 함께 그 주체는 바로 ‘나’라는 의미가 따른다고 했다.

이처럼 ‘다온나’ 밴드는 남해에 사는 재기발랄한 젊은이들이 모여 음악으로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모였다. 기자도 평소 다 잘 아는 분들이었지만, 이처럼 뭉쳐 음악으로 남해의 빛깔을 새롭게 물들이겠다니 너무나 반갑고 고마웠다. 머지않아 남해의 남녀노소가 한데 어우러져 춤과 노래로 어깨춤을 추는 모습을 볼 것 같다.

음식도 가리지 않고 먹어야 건강에 도움이 되듯 음악도 사람들의 취향에 따라 다양하면 좋다. 지구에서 가장 먼 곳에 있는 우주탐사선 보이저(Voyager) 1호에도 바흐와 베토벤의 음악이 실려 외계인이 들을 기회를 기다렸다. ‘다온나’ 밴드의 음악이 남해를 발판으로 전국 아니 세계로 뻗어나가 남해를 알리는 ‘전서구(傳書鳩)’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이들에게 공연 의뢰를 하고 싶은 분이 있다면 이메일 dsget@naver.com(정대성)으로 연락 주시기를 바란다. 감미롭고 아름다운 음악 선물을 들고 여러분들에게 달려갈 준비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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