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향 이정순(이동 초양)
혜향 이정순
(이동 초양)

 

산비둘기 구구구
꼬꼬댁 꼬꼬 암탉 우는 소리
가을아침의 짙은 안개
나락끝에 맺힌 이슬 방울
풀잎에도 조롱조롱
정겨운 고랑물 소리 졸졸졸

고개숙인 벼이삭들
풍성한 들녘
화알짝 핀 귀여운 고마리
늙어버린 연꽃대도
마냥 고맙다
고향의 가을 아침은 평화롭다
밀물때라 마을 앞까지 
넘실대는 바닷물
설렁거리는 물소리도 정겹다
가지런히 줄지어 밀려오는 물결
옛적 
쏙 잡고 조개파고 굴 까던
시절이 아득히 밀려 오는데
머언길 떠난 동무 생각에
눈시울이 적신다

고향을 떠난 동무들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그리운 친구들 보고 싶다
생전에 볼 수 있을까

하늘 소풍 떠난 

내 부모님도 보고 싶은 날
산과들 바다 그대로인데
나만 늙은 모습일까
익은 모습일까
마음은 옛적 그대로 인데
육신은 쭈굴거리고 
아픈 데가 많은 삭신

밝아 오는 아침
선명하게 보이는 축항
드나들던 나룻배들은 보이지 않고
빈 축항만 덩그러히
내마음처럼 쓸쓸해

까르르 갈매기 울음소리에
처랑해지는 마음
마냥 좋기만 한 것이 아닌 것이
젊은 날의 내가 아니다

하염없는 마음으로
걷다보니
어느새 강머리
소똥 냄새도 고소하게
여겨지는 날
고향 동네를 한바퀴
 

저작권자 © 남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