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다. 새벽 기온이 내려가면서 어느새 춥다는 느낌속에서 눈을 뜨는 때가 많아진다. 

고맙게도 아침의 찬 기운이 잠을 깨워주고, 신선한 가을 아침 공기처럼 평온한 하루라는 사실에 안도하게 된다. 

창문을 열자 아침 바람의 상쾌한 향기가 코앞을 맴돈다. 파란 하늘을 보니 가슴 설레는 가을이다. 가을엔 뭘 해도 좋다. 걷기도 좋고 등산도 좋고 무슨 운동이든 다 좋다. 책 읽기도 좋고 여행하기도 좋다. 먹거리도 풍성하니 인심도 좋다. 가을은 봄 같은 설렘도 있지만 선명하고 의젓한 숭고함도 있다. 그건 아마도 치열한 여름을 뚫고 나온 강렬한 생명력의 원숙함이 아닐까. 

남해의 논에서는 벼베기를 시작하고 마음 급한 농민들의 논과 밭은 벌써 시금치와 마늘 밭 심기가 마친 것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산에는 점점 짙푸른 녹색에서 자신만의 가을색으로 변신하고 있는 나무들, 그리고 풋풋했던 감나무들의 색깔이 노랗게 변하는, 이렇게 모든 색들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가을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사람들은 하얗고 까만 마스크에 가려 가을을 즐기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미소를 볼 수가 없는 것이 아쉽다. 이 갑갑한 마스크를 언제쯤 벗어날 수 있을까 모두들 지난해 연말쯤이면 끝날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고 공영방송광고에서도 머지않아 끝난다고 했는데 아직도 기약조차 없으니. 

인간은 누구나 외로움과 두려움을 간직하며 사는 존재이지만 가을밤은 더 외로운 것 같다. 마치 어린 시절 우연히 집이 비어서 식구 중 누구든지 들어오기만 기다리고 있던, 유난히 짧아진 해가 능선 너머로 꼴깍 잠기고, 땅거미가 길어지던 그런 저녁나절을 생각하게 되는데, 조금씩 빨라지는 어둠의 저녁이 밀려오고 그 차분함에 머리가 맑아짐을 느낀다. 그래서 가을은 유달리 조용하게 자기를 되돌아보는 여유를 가지기엔 제격인 듯싶다.

가을은 누구에게나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계절이다. 

10월의 아름다운 햇살과 바람은 뜻 모를 아쉬움을 저편에서 추억을 불러내곤 한다. 지금까지의 삶을 음미해 보면서 어릴적 살던 동네와 친구, 그리고 가족을 그리워하며 보고싶어 하는 계절이다.   

“눈을 뜨기 힘든 가을보다 높은 저 하늘이 기분 좋아”로 시작되는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는 가장 가을에 잘 어울리는 노래다. 시원한 바람과 단풍이 버무려지는 10월이 되면 거리 곳곳에서 이 노래가 들려온다. 많은 성악가와 대중가수가 노래했지만 바리톤 김동규의 목소리로 들어야 제맛이 난다. 

10월의 가을은 봄, 여름을 거쳐오면서 치열했던 시절을 뒤로하고 한 해를 떠나보내야 하는 준비의 시간이기도 하다. 

이제 몇 장 남지 않은 달력을 뜯어내면서 이 한 해를 또 이렇게 흘려보내야만 하는가, 아쉬움 속에서 왠지 갈 곳 모르게 허전한 마음 이 가을을 한번 느껴보자.

저작권자 © 남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