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아름다운 항구, 미조항
우리들의 아름다운 항구, 미조항
  • 남해신문
  • 승인 2021.10.01 16: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임종욱 작가의 남해화첩 (21)
임종욱 작가
임종욱 작가

표면의 3분의 2가 바다인 지구에는 대륙과 섬을 오가는 배들이 출항하고 기착하는 항구가 깨알처럼 흩어져 있다. 또 만나고 떠나는 사람들의 추억과 회한이 어렸고, 나그네가 머물며 쉴 수 있는 공간들도 즐비하다.

옛날부터 인류는 뭍과 물이 만나는 항구에서 문화를 꽃피웠다. 각 대륙의 다양한 인종들은 저마다의 개성과 문명, 사상을 싣고 항구에 모여 공유하고 전파했다. 그래서 문명은 항구를 차지해서 아름다움의 극치로 만들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항구가 많다보니 이른 바 미항(美港)이라 불리는 곳도 여럿이다. 보통 3대 미항이라 해서 이탈리아의 나폴리항,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항, 오스트레일리아의 시드니항을 손꼽는다. 나는 이 중 어느 군데도 가본 적이 없지만, 사진이나 영상만 봐도 그 아름다움을 절감한다.

그러면 한국의 3대 미항은 어디일까? 의견이 분분하겠지만, 내가 다녀본 느낌이라면 통영항, 목포항, 묵호항을 들고 싶다. 어마어마한 덩치의 컨테이너선이 들어오고 유통량이 대경실색할 만하지는 않아도 이 세 항구에는 역사의 굽이굽이마다 알알이 새겨진 슬픔과 환희가 서려 있기 때문이다.

더 시선을 모아 우리 남해는 어떨까? 바다로 둘러싸인 섬인 남해에 항구가 많은 것은 당연하다. 공식적으로 남해에는 111개(외우기도 쉽다)가 있다고 한다. 읍면마다 10개 이상의 항구가 있으니, 몇 걸음 걸으면 항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중 남해의 3대 미항하면 어디가 될까? 항구마다 개성이 있고 특징이 있는데 부질없이 순서를 정한다고 나무라지 말고 재미 삼아 찾아보자.

미조항 / 유화 / 70X53cm
미조항 / 유화 / 70X53cm

나라면 큰 주저 없이 미조항과 선소항, 물건항을 한 바구니에 넣고 싶다. 남해의 모든 항구를 가보지 못한 선택이니 항변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추억과 경험은 모두 개인적인 것이다.

미조항은 읍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자주 가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갈 때마다 미조항은 감탄을 자아낸다. 특히 바깥쪽에 있는 남미조항은 눈부시게 아름답다. 그곳에는 어민들의 굴곡지고 흥겨운 삶이 묻어나고, 우리의 남쪽 바다를 지킨 역사가 아로새겨져 있다.

기억에 남는 일은 예전 미조 멸치 축제가 있었을 때 남해합창단의 일원으로 공연을 했을 때다. 축제의 분위기가 가득했고, 그물에 걸린 멸치를 털어내는 퍼포먼스는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매구 단원으로 한 바탕 풍악을 울릴 뻔도 했는데, 타 지역 풍물패가 오는 바람에 통쾌하게 북을 두드릴 기회를 놓친 게 아쉽다. 내년에 제대로 멸치축제가 열리면 꼭 상모를 돌리면서 축제의 흥분에 휩싸이고 싶다.

그림 속에서 맞은 편 왼쪽 흰색 건물은 새로 단장한 ‘스페이스 미조’다. 냉동창고로 쓰였는데, 말끔하게 새 옷으로 갈아입고 문화와 역사, 휴식이 어우러진 지역의 명소가 되었다.

오른쪽 멀리 은갈치처럼 길게 누운 건물은 2019년 완공된 ‘남해군수협수산식품산업거점단지’다. 안정적이고 체계적으로 수산물을 관리하는 시설이다.

준공식 때 우리 매구패가 가 신명나게 잔치판을 뒤집어놓았다. 쌀쌀한 날씨였지만, 바닷바람을 맞으며 놀고 걸걸하게 막걸리 사발을 걸친 기억이 어제인 듯하다.

가을이 무르익으면 다시 찾아가 소주잔 기울이며 회 한 접시 먹고 싶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