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캘리포니아주에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 태평양 해안선을 따라 내려가는 1000km를 넘는 긴 1번국도가 있다. 캘리포니아 북부를 출발하여 샌프란시스코, 산타크루즈, 몬트레이, 산타바바라를 거쳐 로스앤젤레스로 이어지는 이 도로는 세계의 사람들이 가보고 싶어하는 매우 아름다운 해안 도로이다. 업무상 미국의 서부에 거주할 기회가 있었던 필자는 이 도로를 운전할 때마다 현지인들에게 내 고향 남해에 가면 이보다 더 멋진 해안도로가 있다고 자랑하곤 했던 기억이 난다.

벌써 30년이 지난 오래전 일이지만 필자가 미국의 실리콘밸리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할 때의 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인터넷이 무엇인지 아직 잘 모르고 있었고 상사에게 보고할 때는 항상 서류를 프린트해 가지고 가서 대면하여 이야기하던 시절이었을 때, 이곳에서는 바로 옆방에 있는 상사에게 찾아가지도 않고 인터넷과 이메일을 통하여 업무를 보고하는 미국 연구원들을 보면서 신기하기도 했고 약간은 충격적이기도 했다.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는 PC와 인터넷의 대중화로 인한 제3차 산업혁명과 모바일통신, 인공지능, 빅데이터와 소프트웨어의 융합을 통한 제4차 산업혁명의 소용돌이 가운데서 혼란스럽기도 하지만, 서로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큰 기회의 시간을 맞이하고 있다. 특히 COVID-19 팬데믹으로 인한 생활환경의 변화는 오랫동안 연구해 오고 있던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는 속도를 증가시키고 있다. 

메타버스(Metaverse)는 초월을 뜻하는 메타(Meta)와 세상을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서 ‘초월적 세상’을 의미하며 아직도 그 정의가 확장되고 있는 개념이다. 메타버스는 가상세계, 증강현실, 거울세계, 라이프로깅을 포함하는 더 넓은 개념의 디지털 세상을 의미한다. 

현실세계와 디지털세계를 융합하여 다른 차원의 세상을 이루는 것이다. 메타버스라는 세계에서는 물리적 제한 없이 이동이 가능하며, 시간적 제한 없이 여행할 수 있고, 언어적 장벽 없이 소통할 수 있다. 

생긴 모습에 관계없이 메타버스 세상에서 활동하는 특별한 나를 표현할 수 있으며 새로운 자아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30대의 멋진 자아인 내가 언제든지 전 세계 모든 지역을 현실과 가상세계를 넘나들면서 아무런 언어적 제한 없이 관광하고 거래하며, 사람들과 교제하며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세상에서 살게 된다. 메타버스는 단순한 기술의 발전이 아니며 새로운 삶의 방식이고 새로운 세상이다. 

필자는 남해 설천면 진목리라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어렸을 때는 우리 동네, 우리 집, 앞산과 뒷산, 초등학교만이 내 세상의 전부였다. 서울이라는 도시가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고 관심도 없었다. 

그러나 철이 들면서 부산과 서울이라는 전혀 새로운 환경을 만났고 운 좋게도 미국이라는 넓고도 새로운 세상에서 세계인들과 어깨를 부딪쳐가며 살아가는 법을 알게 되었다. 삶의 터전을 옮길 때마다 적응을 위한 문화적인 충격이 대단했다. 

메타버스는 우리가 살아가는 그리고 살아가야할 재미있고 편리한 새로운 세상이다. 우리 모두는 자신도 모르게 이미 상당 부분 이 세계에 들어와 있다. 우리는 매일 인터넷이라는 통신 인프라를 통하여 뉴스를 보고 물건을 사고팔며, 사람들과 소통을 한다. 

더 이상 관공서에 가지 않고도 많은 공적 업무를 처리하며 실시간 온라인을 통하여 강의를 듣고 학위를 받는다. 유튜브를 통하여 세계를 경험하며, 매일 SNS을 통하여 인적연결을 유지하고 제페토와 같은 가상세계를 통하여 자아를 실현하고자 한다. 우리는 이미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회변화에 떠밀려 메타버스에 들어왔으며 제3차, 제4차 산업혁명을 직접 겪으면서 적응에서 오는 온갖 어려움과 문화적 충격을 경험해 왔다. 때로는 이를 즐겁게 받아들이기도 하고 때로는 이질적인 방식에 의아해하고 좌절하기도 한다. 

메타버스는 더 이상 피할 수 있는 세상이 아니며 우리와 우리 자손들이 살아갈 세상이다. 메타버스에서는 현재와 과거가 공존하며, 공간적 한계는 사라진다. 도시와 시골의 경계는 허물어지고 세계는 하나의 경제 공동체로 수렴된다. 

남해는 남한 면적의 약 0.36%, 남한 인구의 0.1%에도 못 미치는 작은 행정단위이며 지리적으로 수도권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수도권의 혜택이 많이 미치지 않는 곳이다. 메타버스 측면에서 남해를 생각하면 별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지도 모르지만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메타버스는 지역적 한계가 없다. 지금까지 남해가 지리적으로 다소 소외된 지역이었다면 새로운 메타버스 세상에서는 이러한 한계를 뛰어넘는다. 메타버스를 통하여 남해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로 제한없이 나아갈 수 있다. 여행을 좋아하는 필자는 코로나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전 세계로 여행을 즐긴다. 북아메리카의 유명한 국립공원, 유럽의 유서깊은 성과 역사적인 장소들, 아시아의 명소,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산과 바다. 물론 남해도 포함된다. 어떻게 여행하는지 궁금한가? 바로 드론을 이용한 메타버스 기술을 통해서다. 아직 발전시켜야 할 부분이 많지만 고해상도 카메라가 탑재된 드론을 이용하면 지상의 거리와 하늘, 측면에서 보여주는 박진감 넘치는 자세한 장면과 함께 매우 몰입도 높은 가상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특히 이탈리아의 지중해 해변도시인 아름다운 소렌토와 바로 앞에 떠 있는 환상의 카프리섬을 여행하다보면 기분도 좋아지고 보여주는 특산품도 구매하고 싶어진다. 우리 남해도 너무 아름다운 섬인데 저렇게 가꾸고 홍보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메타버스에 대해 이야기하다보면 사람들이 그 구성기술과 인프라 구축이 어려워 시도하는 것을 주저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메터버스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콘텐츠이다. 메타버스를 구현할 기반기술은 이미 상당 부분 완성되어있고 이를 사용할 수 있는 무료 플랫폼도 제공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플랫폼 상에서 무엇을 보여주고 무엇을 팔 것인가이다. 남해는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천혜의 콘텐츠를 가지고 있다. 남해는 해안선, 해수욕장, 가파른 산이라는 아름다운 경치를 가진 섬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또한 멸치, 꼬막, 바지락 등의 신선한 해산물과 남해초 시금치, 마늘, 상추, 부추, 콩 등의 건강한 섬마을 농산물, 그리고 예쁜 원예식물과 공방제품들이라는 뛰어난 콘텐츠가 바로 그것이다. 인간은 정보의 80%를 시각에서 얻는다고 한다. 

남해의 아름다운 경치를 3D 메타버스로 관광하게 하면서 곳곳에 숨어 있는 특산품들을 마을의 사람들과 대화하며 메타버스 안에서 직구하게 하면 현실세계와 가상세계의 융합을 통한 큰 경제적 이익을 가져올 수가 있게 될 것이다. 

메타버스의 또 하나의 장점은 현실을 뛰어넘는 경험과 재미에 있다. 지면의 제한상 자세히 언급할 수는 없지만 메타버스를 통하여 노량 앞바다에서 직접 배를 타고 한 사람의 군사나 지휘관이 되어 임진왜란을 생생하게 경험하게 하는 콘텐츠, 아름다운 금산과 망운산 꼭대기에서 바다를 향하여 질주하는 가상의 3D 스윙슈트 콘텐츠, 실세계에서는 자전거 모형물을 타면서 남해의 둘레길을 여행하는 환상의 가상세계(VR)을 경험하는 콘텐츠 등을 제공하면 메타버스와 함께 차원이 다른 수준 높은 관광사업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메타버스는 피할 수 없는 세상이며 대단히 새롭고 흥미로운 세상이다. 우리 남해인들도 이 메타버스 세상에서 살아가야 한다. 우리는 이 새로운 세상에서 큰 기회를 맞고 있다. 남해에 주어진 천혜의 환경은 그 자체가 곧 뛰어난 콘텐츠이다. 우리가 이 콘텐츠를 메타버스라는 세계안에서 가꾸고 개발하여 대한민국뿐 아니라 세계 속의 남해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필자는 메타버스 속에서 남해섬의 아름다운 경치를 구경하면서 고향분들과 정겨운 이야기도 나누고 좋아하는 죽방멸치와 남해초 시금치도 마음껏 살 수 있는 날이 속히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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