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정 연설천면장
박 정 연
설천면장

비온 뒤 고요한 숲 속 산책,  몰입할 수 있는 조조시간의 영화관람, 책방에서 읽고 싶은 책을 골라가며 읽는 것‥‥혼자일수록 편안해지고 지친 영혼을 달래주는 모습들입니다.

호주머니에 넣어 둔 모래알처럼 소리 없이 빠져 나가는 시간들. 코로나와 싸우며 지내 온 시간 동안 가슴 속에 묻어 둔 그리움이 하나 둘 스쳐가는 계절입니다.

냉혹한 현실에서 그리움을 손꼽아 헤아리며, 한 걸음 한 걸음 박음질하듯 힘겹게 내딛고 있는 우리 모두는 삶이라는 여정에서 수많은 시간을 자신과 싸우며 한계를 이겨낸 진정한 승자입니다.

힘이 들수록, 눈물 날수록, 가쁜 숨을 몰아쉴 때일수록, 가슴 속에 간직한 자신만의 언어로 간절한 기도를 하게 됩니다. 때론 가혹하리만치 우리의 희망과 인내심 사이에서 끈적거리며 달라붙은 시간이 야속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헤치고 나아가야 할 현실이기에 아득할 정도의 반복의 과정들을 행하게 되는지도 모릅니다. 이 힘든 시간을 견뎌내고 나면 비로소 우리의 영혼은 훌쩍 자라 더욱 단단해져 있으리라 기대해 봅니다. 

우리에게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마주할 시간을 계획하며 멋진 스코어 카드(Score Card)를 만들어 내기 위하여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시간만이 우리 앞에 남아 있습니다.

역경의 시간을 함께 나눈 우리 모두에게 최고의 순간, 최고의 마침표를 장식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이 곳 남해에서는 멈춘 듯 느릿느릿 흘러가는 시간이지만 백로를 지난 9월의 바람결은 자연이 주는 정직함과 맞닿아 있는듯합니다. 애절한 울음으로 우리의 마음을 흔들어 대던 매미는 귀뚜라미에게 자리를 내어 주고, 으스대며 푸르름을 과시하던 나무들도 서서히 옷을 갈아입는 모습이 눈에 선하게 다가옵니다.

특히, 해가 기울고 얼굴에 와 닿는 바람은 묵직하게 쌓인 하루의 피로를 씻어내고 새로운 에너지를 채워줍니다. 이처럼 자연이 변해 가는 모습과 표정, 우리를 감싸고 있는 공기를 몸으로 느끼며 자연과 더불어 숨 쉬고 살아가는 것에 감사함으로 하루가 치유되는 듯합니다.

작은 정원
작은 정원

남해의 표정은 화려하지도 눈부시거나 반짝거리는 모습은 아니지만 지는 해를 조용히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수수께끼처럼 묘한 가슴 벅찬 감동을 안겨줍니다.

이번에 소개해 드릴 소품은 사색과 낭만의 계절인 가을을 맞이하여 곁에 두고 보는 것만으로도 영혼을 위로해 주는 소품을 만들었습니다. 앤틱 캐비지 로즈원단과 리투아니아 린넨을 조각조각 맞추어 프렌치 레이스를 활용하였습니다. 사랑스런 꽃모양은 리본자수의 개더스치티로, 정원의 작은 돌맹이는 구슬(비즈)로 표현하였고, 느슨한 울타리의 느낌을 살리기 위하여 앤틱 레이스로 연출했습니다. 게다가 프랑스 자수 빈티지 모노그램을 곁들여 스레디드 러닝스티치로 조각조각 레이스를 자르고 붙였더니 따스함으로 영혼을 달래주는 사랑스런 작은 정원으로 탄생되었습니다.

나무로 지은 집은 바람이 불 때 서로의 뼈를 맞추느라 우두둑 소리를 낸다고 합니다. 코로나로 인하여 긴 침묵의 시간이 힘들게 여겨지지만 오히려 세상의 바람에 마음을 맞춰갈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다독여 봅니다. 나무의 나이테처럼 내면에서 일고 있는 감정들을 정성껏 자신 안에 잘 새겨 들여다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아름다움이든 두려움이든 다 경험하라. 감동에는 이르지 못할 곳이 없으리니. 
- 라이너 마리아 릴케(Rainer Maria Rilke, 1875.12.4. ~ 1926.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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