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콜라 직원이 업무 시간에 펩시콜라를 마시면 배신(背信)일까. 2003년 코카콜라사는 회사 유니폼을 입은 채로 펩시콜라를 사서 마신 자사 배달차량 기사를 해고했다. 해고된 기사는 펩시콜라 한 캔을 마신 것은 개인의 선택권이라고 항변했고 노조도 회사를 부당노동행위로 고소했다. 여론 악화에 몰린 코카콜라사는 해고 기사를 재고용하는 선에서 사태를 봉합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배신자는 미움의 대상이다. 서구 문명에서 수천 년간 예수를 배신한 유다와 함께 지상의 제왕인 카이사르를 암살한 부르투스를 배신의 대명사로 불리는 것을 보더라도 자신에게 해를 끼치지 않더라도 사람들은 배신자에 부정적 감정을 갖는다. 정치계에서도 ‘배신자’는 치명적 낙인이다. 도의 명분을 중시하는 우리나라에서 ‘배신자 프레임’은 곧잘 먹힌다. 최근 홍준표 국회의원이 “내가 가장 혐오하는 부류는 배신자다. 한 번 배신해 본 사람은 또 배신한다”고 했다.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모르고 있었던 정보를 민주당 지지자들이 신문사에 많은 제보를 해왔다. 제보내용이 오랫동안의 인연 그리고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안면 때문에 이번 주 이런 글을 쓰기가 마음 아프지만, 우선 제보 내용을 기초로 뉴시스 2021.08.30.일자 기사를 그대로 옮기면 「경남 전·현직 지방의원 86명…이재명 후보 지지선언, 더불어민주당 소속 경남 전·현직 지방의원 86명은 지난달 30일 경남서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민주당 소속 박삼준 남해군 전의원, 이광희 김해시의원, 한은정 창원시의원, 김성갑 거제도의원, 빈지태 함안도의원, 박철홍·윤갑수·서은애 진주시의원 등 10여 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경남에서 의미있는 민주당 지방의원들이 이 후보를 지지하게 됐다”고 밝히고 “이 후보가 결선투표 없이 경선의 피로감을 줄이면서 오롯이 본선 대선으로 직행하기를 기원하는 기회를 경남에서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제보를 해 오면서 흥분하기까지 한 민주당 지지자가 하고자 하는 얘기는 이재명 후보가 대세로 기울어진다고 해도 김두관 후보가 경선 중이고 경선 결과 후 지지선언을 해도 충분한 시간이 있는데도 이럴 수가 있느냐는 것이다. 

‘배신’의 사전적 정의는 ‘믿음이나 의리를 저버림’인데 경계가 애매할 때가 있다. 이성계의 역성혁명도 고려 왕조 입장에서는 배신이다. 내부 고발의 경우 해당 조직 시선으로는 배신이겠지만 사회 공익으로는 분명 정의다. 그 경계를 구분짓는 것은 조직을 등진 사유의 정당성 및 사리사욕 추구 여부가 아닐까 한다. 

참고로 히틀러의 집권에 아주 긍정적이었던 측근 클라우스 폰 슈타우펜베르크 백작은 무모한 전쟁의 참혹상을 전선에서 직접 경험하면서 1944년 7월 20일 히틀러 암살을 기도했지만 거사 실패 후 그는 다음날 총살로 즉결처분되었다. 70년이 지난 2014년 독일인의 이 사건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46%는 매우 긍정적, 33%는 그저 그렇다는 소극적인 평가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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