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은 신이 인간에게 준 가장 큰 선물 중 하나다. 

신은 예술과 함께 예술가의 삶과 작품 속에서 인간의 본질을 찾을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고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삶의 모습이 다름으로 그 시대를 반영하는 시대정신은 예술을 통해 다양하게 표현되어 왔다.    

우리가 현대를 살아가면서 조선시대나 르네상스 시대의 그림을 그릴 때 이것을 창조라고 하지 않는다. 예술의 한 장르인 미술은 그 시대의 현상을 보고 미술가의 눈을 통해 끊임없이 전복시키고 새로운 것을 아름답게 변화시키는 것이다.    

인간은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면서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하지만 신명나게 몰입하여 창조한 예술작품은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명작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 우리 시대에 필요한 것은 자유로운 상상력을 발휘하고 유희에 몰입하여 새로운 예술을 창조하는 천재적인 예술가다. 이들은 대중이 보지 못했던 독창적인 세계를 열어주고 천재들의 풍부한 상상의 세계에 몰입시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위대한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 고흐 『자화상』
반 고흐 『자화상』

인상파 대표 화가 네덜란드 빈센트 반 고흐(1853-1890)의 자화상을 보면 귀에 붕대를 감고 있다. 고흐가 자신의 귀를 자른 후 그린 그림인데 왜 그가 자신의 귀를 잘랐는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이야기가 있다. 조선후기 화가 호생관 최북은 권력있는 인사의 그림 요구에 거절하자 그들로부터 협박을 당하게 된다. 이에 분개한 최북(崔北, 1720?~?)은 송곳으로 한쪽 눈을 찔러 스스로 애꾸눈이 되었다고 한다. 그림을 주기 싫다고 자신의 눈을 찌른 최북 역시 작품을 자기 생명보다 더 사랑했던 것이다.  

세기의 명작을 창조한 예술가들은 자신의 작품을 자신의 몸보다 더 사랑하고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불같은 열정을 가지고 있다. 미술은 단순히 사물의 외관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는 힘이 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피그말리온은 자기가 만든 조각품과 사랑에 빠져 비너스 여신에게 간절히 기도해 인간이 된 조각상과 결혼을 한다. 이는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새롭게 창조하는 미술의 힘을 비유한 것이다. 간절함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는 현상을 ‘피그말리온 효과’라고 한다. 인간은 사랑이라는 감정을 통해 엄청난 창조를 할 수 있는 존재임을 알 수 있다. 

생명이 없는 죽은 나무나 버려진 돌에 영혼을 불어넣은 예술작품을 창조 할수 있는 것은 예술가들의 마음에 불같이 타오르는 진실한 사랑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화가의 뜨거운 사랑과 열정을 불어넣은 작품을 통해 사람들은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게 되고 세상을 아름답게 변화시키는 것이다. 

최북 조선 숙종, 영조 때 화가
최북 조선 숙종, 영조 때 화가

서양에서는 예술가의 학문적 능력이나 인격적 품성을 논하지는 않았다. 고대 스콜라 철학에서는 예술이 품성의 소산이라 보았고 습관이나 숙련이 아니라 영혼을 충만 시키는 능동적인 활력이며. 예술은 실천적 지성의 품성이라고 보았다. 동양미술사는 미술가의 정신적 수양과 인품과 학식에 대한 논의가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동양에서는 직업화가나 장인이 그린 그림을 비천하게 보았지만 문인의 내적 수양으로부터 표출되는 기운인 일기(逸氣), 사기(士氣)가 나타난 시·서·화가 결합된 문인화를 높게 평가하였다. 동양과 서양의 미술사에서 어떤 것이 더 뛰어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신분과 학문적 능력을 떠나 영혼의 충만을 표현한 서양의 미술이 좀 더 자유로움을 느꼈을 것이라 생각한다. 

신분의 귀천을 떠나 예술 작품은 예술가의 인격, 품격, 감정, 경험이라는 내면적인 정신세계를 표현하고 있으며, 예술가의 예술에 대한 위대한 인격과 품성이 창조한 아름다움이 모든 사람을 감동시키는 것이며, 훌륭한 예술가들의 정신세계는 순수하고 고귀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세계적 화가인 반 고흐는 일생동안 수천 점의 작품을 그렸지만 단 한 점밖에 판매하지 못했고 우리가 상상하기 힘든 생활고를 겪으며 예술혼을 불태웠다. 

피그말리온과 그가 만든 조각상
피그말리온과 그가 만든 조각상

대부분의 화가, 음악가 등 예술가의 삶 속에는 항상 가난이 등장하고 괴로운 병마에 시달리는 이야기가 나온다. ‘꿈을 꾸는 아름다운 패배자’라는 말처럼 예술가의 삶을 잘 설명해주는 단어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그들의 삶의 모든 것과 바꾼 예술혼이 깃든 작품을 보고 위안을 얻고 깊은 감동을 느낀다. 인간이 만든 문화 가운데 예술은 종교의 희생과 또 다른 영역의 자기 희생으로 우리의 삶에 치유를 주고 아름다움을 전해주는 것이다.    

창조적 활동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관용적인 사회풍토가 조성되어야 한다. 서로의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다양성을 이해하지 않는 사회에서는 예술이 살아남기 힘들다. 예술인들이 아름다운 패배자가 아닌 미를 추구하는 아름다운 동반자가 되면 우리의 일상과 삶이 더욱 더 풍요로워 질 것이다. 

우리는 특정계층만 향유하는 미술이 아닌 모든 계층의 사람들이 함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창조하는 작업에 공감하고 우리의 삶 속에 녹아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예술과 문화는 관광의 가장 기본 요소이므로 예술인에 대한 깊은 이해는 우리의 삶에 문화의 씨앗을 심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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