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철 호남해발전연구소장
이 철 호
남해발전연구소장

우리 남해군은 60년대 말 인구 13만 5천 명을 정점으로 지금까지 꾸준히 인구가 줄어들다가 이제 인구 4만 2천 명으로 4만선도 위협받고 있다. 특별한 대책 없이 현 상태가 지속되면 지역소멸이라는 낭떠러지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막다른 길에 놓인 우리 군에 지난 주 국도 3호선 확장과 국도 77호선 마지막 연결구간인 남해여수간 해저터널 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는 낭보가 들려왔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우리 군에 새로운 희망을 불어 넣어주는 정말 한줄기 단비 같은 소식이다.

이 소식을 접한 우리 군민들은 진심으로 기뻐할 뿐만 아니라 각 지역신문들은 우리의 미래에  장밋빛이 보장된 것처럼 보도하면서 현 군수의 노력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우리 군민 모두는 조금 냉철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과연 작금의 보도처럼 해저터널이 현 군수만의 노력으로만 가능했다고 보는지, 그리고 그 성과를 군수의 공으로만 보는 것은 아닌지, 무엇보다 우리 지역과 여수지역 출신의 국회의원들의 역할이 없었다면 가능했을까 하는 점, 특히 국토위 간사인 우리 지역 하영제 국회의원의 심혈을 기울인 노력과 활동이 없었다면 사실상 어려웠었다는 후일담을 들려오는 것도 그런 이유라고 판단된다.

또한 남해군 서면과 여수시 상암동 간의 해저터널 건설이 과연 우리 군의 발전을 담보하고 있는지, 아니면 창선 삼천포 대교 개통 이후 창선, 삼동, 미조, 이동 일부 지역 등이 삼천포 경제권의 영향을 받고 있는 현실처럼 여수권 경제에 우리 군이 빨려 들어가는 빨대효과로 인한 지역소멸을 앞당기는 또 다른 위기로 작용하는 것은 아닌지 차분하고 냉정히 생각해 보아야 한다.

필자는 과거 창선삼천포연륙교 건설이 시작될 때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상존하며 연륙교로 인해 창선 삼동 미조가 삼천포 경제권으로 뺏길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이를 막기 위해서 지족과 남해읍간의 4차선 도로건설이 시급하다는 내용의 글을 지역신문에 기고한 적이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들이 준비 없이 해저터널이 건설되어 남해읍에서 여수중심지까지 20분 만에 갈 수 있다면 남해읍을 중심으로 서면 고현 남면 설천까지 우리지역 경제는 빨대효과로 인해 급격히 여수에 흡수되어 갈 것이고 이로 인하여 우리 군의 지방소멸은 더더욱 가속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예비타당성조사가 통과되었다고 당장 길이 뚫리는 것은 아니고 빨라야 10년이라는 건설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기에 아직 준비할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고 본다. 어떤 준비를 해야할까, 개통에 대비 면밀한 검토를 거친 계획을 바탕으로 여수, 순천에 오는 연 천오백만 관광객들을 자연스럽게 우리 군으로 오게 하여 우리 지역의 관광소득, 지역특산물 판매를 통하 지역경제에 어떤 효과를 낼 수 있을지, 화학단지로 공해에 시달리고 있는 여수산단 등의 입주민의 영입을 위해 남해읍과 서면에 주거타운 조성이 가능한지 등의 고민과 대비가 필요한 것이다.

이번 여름휴가는 여수에서 특별하게 보냈다. 이유는 해저터널 통과가 가능하다는 예상과 여수가 국내도시 중 어떤 이유로 매년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게 된 것일까 하는 궁금증도 있고 해서 여수에서의 3일간 체험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 기회의 시간이었다. 남해에 없는 관광기반시설을 둘러보고 직접 체험도 하고 여수지역의 맛집들을 둘러보았다. 여수밤바다의 포장마차거리와 여수해상케이블카, 라마다호텔의 짚라인, 이순신광장과 여수당 빵집에 줄지어선 관광객들, 게장골목에 인산인해를 이루는 맛집을 찾는 관광객들, 또 여수밤바다를 가로지르며 선상불꽃 파티 크루즈선에 탑승한 수천 명의 관광객들을 보면서 밤이면 암흑으로 변하는 우리 남해와 너무 대비되는 모습에 솔직히 충격을 받았다.

여수에서의 체험은 우리들에게 주어진 십 년이라는 시간을 여수보다 더 맛있고 즐겁고 재미있는 남해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과 여수에 없는 남해에서만 느끼고 즐길 수 있는 관광의 요소들을 만들어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즉 여수를 철저히 분석하고 벤치마킹하여 우리 군만의 특색 있는 관광인프라를 구축해야만 여수로 오는 연간 천오백 만 명의 관광객이 여수가 여행의 최종 종착지가 아니라 여수를 거쳐서 보물섬이 여행의 종착지가 되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우리 군에는 한해 약 삼백 만 명의 관광객이 오지만, 그들이 하루 소비하는 관광비용이란 숙박료를 빼고 1만 원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해저터널이 완공되고 우리들이 준비만 잘 한다면 연 1천 만 명의 관광객시대와 일일 관광소비액이 5만원 이상이 될 수도 있다. 덩달아 수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군민들의 소득도 비약적으로 늘게 되어 인구감소에서 인구증가로 반전될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남해여수간 해저터널, 우리 군이 하기에 따라 위기도 될 수 있지만, 재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꺼져가는 심장에 새 피를 공급하는 것처럼 우리 군에 희망의 불씨를 지피게 한 해저터널 건설이라는 성과를 이끌어낸 하영제 국회의원님과 장충남 군수님, 그리고 염원을 모아준 군민들 모두가 노력한 점에 감사드리면서 또다시 힘을 모아서 새롭게 도약하는 남해군을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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