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가까워서인지 연일 혐오 표현과 차별적 말, 갈등을 부추기는 내용이 신문 기사를 채운다. 갈등은 원래 ‘칡과 등나무’를 이르는 것이라고 한다. 칡이나 등나무는 바닥을 기다가 나무를 만나면 휘감아 오르는데, 하나는 오른쪽으로 다른 하나는 왼쪽으로 감기는 성향이 있어 서로 엉키면 좀처럼 안 풀리는 지경이 된다. 

인기있는 드라마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뛰어난 감독의 연출에 유명 배우의 역할이 크지만 무엇보다 그 드라마에는 흐르는 강물처럼 재미난 이야깃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등장인물들 사이에, 아니면 인물과 주위환경 사이에 내재된 갈등이 적절히 밀고 당기면서 몰입시킨다. 갈등은 드라마가 밋밋해지지 않도록 적당히 긴장하며 집중하게 하는 양념과 같은 것이다. 

다원화된 우리 사회에서 갈등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갈등을 줄이고 타협을 통해 함께 가는 길을 도출해내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정치고 행정이다. 

국가정책 추진과정에서 보면 제주도 해군기지, 경남도의 무상급식, 우리 군의 정책추진에 있어서도 남해읍 일방통행로 추진, 쓰레기 매립장 선정, 군청사 위치 선정 등 정책추진과정에서 항상 많은 갈등이 수반된다.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긴 했지만 행정은 대화와 협의 등 갈등을 조정하는 정착단계에 있으나 정치는 오히려 유권자들의 갈등을 더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은 지 오래다. 

2016년 기준 OECD 가입 30개국의 갈등지수를 산출한 결과 한국은 55.1로, 멕시코(69.0) 이스라엘(56.5)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지난 3월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지표’의 갈등 확대에 가장 큰 문제는 정치인들의 막말이다. 갈등지수를 보면 우리나라는 △보수와 진보(85.4%) △빈곤층과 중·상층(82.7%) △노인층과 젊은 층(60.9%) △남녀(48.8%) 등의 분야에서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망국병인 지역 갈등은 완화됐지만 그 대신 진영·계층·남녀·세대 간 갈등이 더욱 심각해진 것이다.

누구나 비슷한 경험이 있겠지만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아직도 핏대부터 올리고 목소리 큰 사람이 잘한 것으로 인식되는 습성이 남아 있는 것과 같이 갈등 확대에 가장 큰 문제는 정치인들의 막말이다. 막말을 해서 인지도를 높이려는 전략인지 정치인들은 어떤 문제가 발생하기만 하면 기회다 싶어서 일단 목소리 높이고 수위도 점점 높아만 간다. 보수, 진보 각 진영의 지지자들은 그런 막장 정치인에 대해서도 ‘우리 편’이니까 눈감아주는 것은 당연하고 오히려 잘한다고 응원하기도 한다. 이런 행태가 인터넷과 SNS를 타고 점점 더 폭력적으로 증폭되고 있다. 

“네덜란드 사회가 다른나라에 비해 왜 합의가 잘되는지 특별한 비결이 있는가” 하는 물음에 네덜란드 정치인들과 공무원의 답변은 “비결이 따로 없고  합의가 이루어질 때까지 결정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극한 대립 없이 갈등을 풀어가는 네덜란드 사회를 부러워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옛날부터 이런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17세기 네덜란드의 황금시대를 이끈 더빗 형제 중 형 코르넬리스 더빗은 1667년에 잉글랜드 해군을 물리쳤고, 동생 요한 더빗은 권력이 집중되지 않도록 정치를 개혁하면서 서로 다른 시각과 의견을 받아 들이는 문화가 형성되었는데, 그런 치열한 정치적 갈등이 존재한 역사와 유물까지도 박물관에서 전시하는 네덜란드가 부러운 것이다. 나와 다른 의견을 틀린 것으로 배격하지 않고 내 의견과 접점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 역사나 현대사를 돌아보면 갈등이 없었던 시대는 없었다. 칡과 등나무가 얽힌 것을 문제로 보지 않고 역으로 서로 붙들고 의지한 모양새라고 판단하면 어떨까    

서로 반대되는 둘 이상의 요구나 기회 앞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대통령선거는 6개월 정도, 지방선거는 9개월 정도 남았다. 국가나 우리 남해를 통합할 수 있는 메시지로 사회 갈등을 줄이고, 비난보다는 칭찬하면서, 돈 안 쓰고도 이기는 선거, 우리 사회를 통합하는 혁신적인 리더가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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