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는 두고 걷고 싶은 거리, 나무들, 작은 공원… 낭만적인 서정이 있는 아름다운 남해이길
자동차는 두고 걷고 싶은 거리, 나무들, 작은 공원… 낭만적인 서정이 있는 아름다운 남해이길
  • 강영자 기자
  • 승인 2021.08.13 09: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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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남해군 도시미관연구소 박영희 소장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는 ‘함께’ 의식과 단 한 사람이 지나는 골목일지라도 ‘한 송이 꽃’을 가꾸는 그 마음이면 가능하다
남해읍 남변리 일대에 남천 나무와 트리안, 다육 등 화분으로 표현해놓은 ‘골목길에 햇빛 한 줌’, 남해군 도시재생 주민공모사업의 일환으로 어둡던 거리가 환해졌다
남해읍 남변리 일대에 남천 나무와 트리안, 다육 등 화분으로 표현해놓은 ‘골목길에 햇빛 한 줌’, 남해군 도시재생 주민공모사업의 일환으로 어둡던 거리가 환해졌다

남해읍 남변리, ‘골목길에 햇빛 한 줌’이 우리를 반겨준다. 

일미리 금계찜닭과 테마유흥주점, 40년 전통 미성 이용원 등 우리 사는 이야기가 펼쳐지는 여기 ‘골목길’에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는 표지판 대신 정말 쓰레기를 버리려는 것인지 되묻는 듯한 남천 나무와 트리안, 다육이 ‘햇빛 한 줌’처럼 자리하고 있다.

비슷비슷하거나 지나치게 화려하게 보이는 벽화를 주로 보아오다가 의외의 곳에서 삼삼오오 앉아 있는 ‘골목길 식물’을 보니 어느샌가 ‘잊고 산 작은 자연’을 마주하는 것 같다.

2021년 남해군 도시재생 주민공모사업의 하나로 펼쳐진 ‘골목길 햇빛 한 줌’의 기획자이자 구현자인 남해군 도시미관연구소의 박영희 소장을 만나 우리가 찾아내야 할 골목길과 햇빛 한 줌을 이야기했다.

남해군 도시미관연구소 박영희 소장
남해군 도시미관연구소 박영희 소장

차를 내버려둔 채 걷고 싶은 골목길은 유럽만의 전유물일까
골목길 애호가인 박영희 소장. 서양화 화가이면서도 지금은 공간연출가로 더 잘 알려진 그녀는 도시의 얼굴, 인상을 관장하는 도시미관에 애정이 깊다. 그녀는 “세계 각국으로 참 많이도 여행했다. 결국엔 뮤지엄을 찾아다니기보다는 여행의 대부분은 소소한 이야기가 살아있는 골목길을 거니는 것이다. 유럽의 여러 곳을 다니며 인상적이었던 건 단 한 사람이 지나다닐 법한 굽은 길에도 꽃 한 송이가 나무 한 그루가, 자투리땅이 없으면 창에 화분을 걸어서라도 반겨주던 그 쨍한 환함이였다. 그 좁고 복잡하다는 홍콩에서마저도 조금만 걷다 보면 ‘미니 공원’을 만날 수 있어 숨 쉴 수 있었다”며 이러한 걷고 싶은 작은 길은 결코 유럽의 전유물이 아님을 강조한다. 그녀는 “남해 온 지 16년이 넘었다. 군데군데 살아있음을 알리는 ‘돌담’과 효자문 거리의 은행나무나 군청의 느티나무와 골목길을 사랑한다. 이곳 남변리 골목을 선정한 것도 옛 읍성의 돌담이 남아있고 아스콘 길이 아니라는 점도 한몫했다”고 한다. 

어린 왕자, 브레멘 음악대 선으로 된 그림의 동화처럼
남해초등학교와 남해경찰서 사이에 LED불빛을 넣은 ‘어린 왕자’를 테마로 한 ‘동화벽화’ 역시 박영희 소장의 아이디어였다. 박영희 씨는 “여러 곳의 벽화를 보며 안타까움이 컸다. 좀 더 아기자기하고 더 부드러운 그림으로 표현하거나 브레멘 음악대나 어린 왕자처럼 우리가 익히 아는 상징성 있는 그림을 넣고 선 부분만 불빛으로 따스함을 주는 등 잔잔하길 바랐다. 그런데 자꾸만 적은 비용으로 뭔가 했다는 느낌을 주려는 대안으로 벽화를 선택하는 게 문제 같다. 작가가 컨셉을 잡아 진행하는 좋은 벽화도 많다. 하지만 이미 삭고 어울리지 않는 기존 벽화 중 지울 건 흰색 페인트로 지우고 담쟁이 넝쿨 등 식물을 살게 자리를 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도시미관이라는 게 건드리려 하면 광범위하고 사유지와 주차 불편 등 주민 민원 등 문제나 한계가 많다 보니 최대한 있는 것을 잘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며 “자연이건 골목길이건 약간의 인위성, 기획과 작업이 들어가야 풍성해진다. 그러기 위해선 약간의 불편을 함께 감수하려는 의식과 단 한 그루의 나무와 꽃일지라도 내가 살린다는 애착이 있어야한다”고 말한다.

휴양ㆍ여행지 ‘남해’라지만 공원보다 로터리가 많고, 낭만적인 공간은 부족하다
‘순천시 청수골 새뜰마을’ 정도가 그나마 도시재생마을 중 걷고 싶은 길이었다는 박영희 소장은 “꼭 어딜 참조하자는 마음보다는 남해군이 그 대표적인 곳으로 선점하자”는 생각을 전했다. 그녀는 경주의 보문길을 예로 들면서 말했다. “보문대로는 봄이면 벚꽃이 흐드러지게 있고 가을이면 은행이 길 전체를 뒤덮고 있다. 굳이 쓸어 없애는 것만이 아름다운 것인가 하는 생각은 많이 든다. 나무들을 죄다 자르는 것도 그렇고 남해읍시장만 해도 그렇다. 현대화라는 명목으로 난전은 자꾸 줄이려 하고 비슷한 모양새의 새 간판으로 바뀌는게 아쉽다. 시장은 본디 더 잡다하고 자유로운 곳 아닌가?”

그녀는 “이웃에 대한 연민이 있어요. 저 이는 계절의 변화를 알고 있을까. 문화적인 게 가미되어 있는 계절의 변화를 보여주고 싶다는 소망이 있었던 것 같다”며 “남해 또한 마찬가지다. 여행지이며 휴양지라면서 계절의 변화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가. 좋은 게 많이 훼손돼 버려 그나마 남은 건 해안길뿐인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해안길에 대해서도 “자연을 나대지로 그대로 둔 것을 자연이라 하는 건 아니다. 약간의 정리가 된 인위적인 문화적 연출이 약간 가미가 되어야 자연에 머물 수 있다”고 한다.

안타까운 미관에 대해 박영희 소장은 “남해터미널이다. 남해의 얼굴이라면서 얼굴을 왜 그렇게 두는 걸까. 터미널 뒤편 직원 전용 야외주차장이 있는데 이곳을 작은 공원화하면 구불구불 조롱조롱한 계단과 어우러져 버스킹 공간도 되고, 만나고 헤어지는 낭만성이 있는 공간으로 충분히 살릴 수 있을 것 같다”고 한다. 이어 “공원이나 쉼터는 사라지고 로터리만 늘어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또 어울리지 않는 조형물도 아쉽다. 남해병원 근처 좋은 공원 부지에도 난해한 칼 형상의 조형물이 있어 사실상 쉴 곳이 되지 않는다”며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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