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고현초 백종필 교장, 박기석 운영위원, 도마초 정금도 교장의 모습. 세 사람은 작은 학교를 살리고 빈집을 살려내고 궁극적으로 고현면과 남해군을 살려내는 중심축이 되어왔다
왼쪽부터 고현초 백종필 교장, 박기석 운영위원, 도마초 정금도 교장의 모습. 세 사람은 작은 학교를 살리고 빈집을 살려내고 궁극적으로 고현면과 남해군을 살려내는 중심축이 되어왔다
작은학교살리기 캠페인의 연장으로 시작된 빈집 살리. 각 마을에 전입 가족들이 살만한 집을 찾아내고 집주인을 설득하면 전입세대는 집수리 비용을 부담하고 무상 또는 저렴한 임대료로 몇 년간 살 수 있게 된다. 고현 주민이자 학부모인 박기석 씨는 지역 내 여러 단체와 회사 등 다양한 도움이  연결될 수 있도록 앞장서서 돕고 있다
작은학교살리기 캠페인의 연장으로 시작된 빈집 살리. 각 마을에 전입 가족들이 살만한 집을 찾아내고 집주인을 설득하면 전입세대는 집수리 비용을 부담하고 무상 또는 저렴한 임대료로 몇 년간 살 수 있게 된다. 고현 주민이자 학부모인 박기석 씨는 지역 내 여러 단체와 회사 등 다양한 도움이 연결될 수 있도록 앞장서서 돕고 있다

백종필, 정금도, 박기석, 류성식, 박규진, 박만진…이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이들은 나비다. 고현면을 주무대로 훨훨 나는 나비. 이들 나비가 없었다면 나비효과도 없었다. 가장 먼저 나비가 되어준 백종필, 정금도 두 교장 선생님과 고현초 학부모운영위원장인 박기석 씨를 지난달 27일 고현초등학교에서 만나 고현면에 부는 ‘작은 학교 살리기’를 중심으로 일어난 나비효과를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1년 만에 37가족이 고현면 전입

고현초 백종필 교장은 1년간의 과정을 두고 “사람들이 들어와 산다는 게 가장 큰 기적”이라며 “2020년 9월 18일 1호인 천동마을에 자리한 송 정 씨 가족에 이어 2호인 이어리 하상현 씨 가족 등 작년에만 무려 30세대가 전입해왔고 올해 7월 말 현재 7세대가 더 와서 현재 37가족, 약 180명이 고현면으로 오셨다”며 격앙된 목소리로 감동을 전했다. 도마초 정금도 교장 또한 “정말 기적 같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작년에 학교가 통폐합되는 일만은 막자는 심정으로 백종필 교장과 함께 뛰어온 것인데, 지금은 그 절실함이 널리 번져 고현면으로 전입해오는 분들을 위해 집 구하기, 집 고치기, 일거리 찾기 등 지역공동체 전부가 한마음을 모아주고 계신다”며 감사를 전했다. 

가족과 마을 살리는 빈집·귀촌이음 

‘무조건 오시다, 잘해주겠습니다’라는 공동 선언으로 시작한 ‘고현면 살리기 캠페인’이었기에 지역주민들 또한 거의 하나가 되어, 새로이 이사 온 이들이 마음 붙이고 살 수 있도록 물심양면 돕고 있다.

백종필 교장은 “가장 큰 구심점이 되어주는 게 박기석 운영위원이다. 고현면 주민이자 고현초 학부모이기에 이주해오는 가족들이 느끼는 친근함이 상당하고, 실제 박기석 씨가 이사나 집수리에 필요한 지원요청을 지역의 단체나 업체에 적극적으로 알려 그들이 도울 수 있도록 가교역할을 잘 해주셨다. 전입 가족들이 이구동성으로 감사를 표하고 있고 저나 정금도 교장도 늘 고마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금도 교장은 “작은 학교 살리기로 시작한 이 캠페인을 겪으면서 처음엔 우리도 ‘일자리’가 없어서 시골에 선뜻 못 온다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막상 아이 교육이 시작되는 시기 부모들의 속내를 들으면 학교가 얼마나 아이들의 돌봄과 성장을 지원하는 곳인가와 안정적인 거주지에 대한 고민이 가장 컸다. 부담되는 사교육비 제로면서 여러 체험과 활동으로 아이들의 심신을 키워주는 믿을만한 학교가 있고, 안정적으로 다닐 수 있도록 빈집을 고쳐 최소 2-3년간 살 수 있도록 하면 장기정착으로 갈만한 디딤돌이 된다”고 강조했다. 빈집을 구하고자 백방으로 뛰어 본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은 “고현면 마을의 절반 이상이 빈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 빈집을 살 수 있도록 허락해준다면 여기 온 가족들이 수리해 사용하면서 집도 살리고 가족도 살리고 마을도 활기차게 살리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살 집을 중심으로 사람들은 모인다남해전기 박규진 대표는 약 50년 된 집의 전선 배선을 전부 교체해주는 등 빈 집에 활기를 주고 있다. 만남건설 박만진 대표는 누수로 고생하는 집의 고민을 해결해주었으며 남해청실회에서 방충망 교체 등 ‘빈집’을 중심으로 지역민들이 정(情)과 관심이 흘러들었다. 함께 집을 고치는 과정에서 전입해온 가족들 또한 자연스레 남해에 스며든다. 진주에서 남해로 이사 온 초등생 자녀 둘을 둔 우수권(46), 이수옥(41) 부부는 “아들이 코로나19로 1년간 50일 이상을 학교에 가지 못했다. 원격수업에 치이고 코로나 블루로 우울해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과연 이렇게 사는 게 맞나 회의가 들었다. 여행으로 자주 오던 남해는 늘 관심지였다. 백종필 교장과 상담하는데 ‘집 보러 가시겠습니까?’ 하는 게 아닌가. 얼마나 든든하던지. 정말 백방으로 연락해서 빈집을 연결해주시는 데 감동이었다. 3개월 집수리하면서 박기석 씨를 중심으로 좋은 주민들을 대거 만났다. ‘진주에서 학교란 혼나는 곳’으로 인식하던 내 아이가 여기 남해에선 주말에도 학교 가고 싶다고 아우성이다. 아이가 느끼는 이 행복에 같이 웃음이 번진다”고 말했다.

고현면에 부는 긍정의 나비효과는 지금 이 순간도 누군가의 땀방울을 타고 더 멀리, 넓게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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