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코로나 시대다. 환경 오염으로 인한 기후 변화로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폭염과 혹한에 시달리는 재난이 일상화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개인이 감당하기 어렵고 그 근원조차 규명하기 힘든 거대한 문제들 앞에서 ‘내일 지구가 멸망할지라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던 스피노자처럼 작은 물맷돌을 들고 선 현대의 스피노자가 있다. 문원경 한국뉴욕주립대 석좌교수(72·사진)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지난달 말 그는 신간 ‘태생적 위험사회’(학현사 펴냄)를 세상에 내놨다.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공직에 진출해 옛 내무부에서 방재 담당을 하고 행정자치부에서 민방위재난관리국장과 제2차관으로 활동하다 소방방재청장까지 역임한 그는 안전과 방재에 관한 한 최고의 전문가다. 퇴임 후에도 한국뉴욕주립대 위험사회경영연구원장을 맡는 등 꾸준히 현대의 환경 문제를 어떻게 체계적으로 풀어낼 수 있을까를 고민해왔다.

문 교수는 “책을 쓰겠다고 생각한 것은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때문이었다”며 “전문가의 관점에서 세월호 참사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대한민국 사회구조의 복합적 위험성을 드러낸 사건이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간 현장에서 겪은 경험과 물리학적 이론을 접목해 본격적으로 위험사회에 대해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문 교수는 “35년 전 울리히 벡이 ‘위험사회’라는 책을 내놓았고 세계적으로 이에 대해 많이 회자됐지만 그는 철학과 사회학의 관점에서 관념적으로 ‘위험사회’에 대해 이야기했다”며 “하지만 현실사회와는 동떨어져 있는 측면이 있고 현실사회에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분명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저는 실제의 경험이 체화돼 있고 사회 현상을 분석하는 복잡계 물리학의 이론을 가지고 와서 새로운 관점에서 사회의 문제를 분석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연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문 교수가 이번에 내놓은 책은 이러한 연구의 출발점을 다루는 책이다. 위험사회가 무엇인지 정의부터 내리고 종류별로 분류한 다음 그 구조를 이론적으로 설명한다. 이후 코로나19 시대를 조망하며 이번 사태의 본질을 분석한다. 백신의 접종효과에 대한 전망을 자신이 세운 방정식을 통해 예측한다.

문 교수는 “원고를 준비하다 보니 어느새 1,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 나왔다”며 “한 권에 다 다룰 수 없어 여러 권으로 묶어 내기로 결정했는데 향후 2~3년 사이에 위험사회에 대한 연구를 더욱더 체계적으로 추진해 정치적 위험사회 및 인류멸망의 시나리오까지 7권에 걸쳐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원경 교수는 향우들에게 “그동안 잘 뵙지를 못해서 송구하다. 6여년간 초야에 묻혀 피와 땀으로 집필 끝에 저의 졸저 7권 중 1권을 이번에 펴내게 되었다. 코로나19로 뵙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이렇게 서면으로 전하게 되었다. 아무쪼록 코로나와 무더위에 건강하시길 기원드린다”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남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