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자 친구의 주위에서도 도움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S회사의 M사장은 자신의 집을 담보하고 대출받아 1억 원을 그냥 쓰라고 주었다. 지인인 K이사도 자신이 써야 할 4억을 먼저 쓰라며 서슴없이 주는 것이었다. 부도를 당해 어려운 회사에는 형제간이라도 돈을 빌려 주지 않는 법이다. 이 상황에서 피도 섞이지 않은 사람이 도와준다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다. 

이 외도 여러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고, 심지어 급할 때는 회사 직원들도 1~2백만 원을 자진해서 보태기도 했었다. 생각해 보면 다급한 상황에서 주위로부터 도움을 받아 재기에 성공할 수 있는 것은 평소 겸손한 자세와 장인 정신으로 쌓은 신뢰의 힘일 것이다. 

내 친구는 직원들에게 항상 당부하는 것이 신용을 잃지 말라는 것이다. 자신이 어려움을 겪어 보고, 어려움 가운데서 다시 일어섰기에 가장 힘이 되었던 것은 자신이 쌓은 신용이라는 것을 굳게 믿고 있다. 그 신용은 그에게 항상 배어있는 겸손의 미덕에 의한 것이다. 

내 친구는 1998년 10월에 회사를 하나 더 설립하였다. 종합건설회사인 에스제이건설(주)이다. 2014년 11월에는 아파트 전문 건설회사인 에스제이개발(주)를 설립했다. 친구 회사의 1년 매출은 천억 원을 초과한다. 직원의 수가 100명이 넘고, 일력(日力) 노무자 1,600명을 고용해 이끌어가는 건실한 회사이다. 

친구의 회사는 국내의 여러 가지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14곳의 현장에서 공사를 하고 있으며, 국내 굴지의 회사로부터 공사를 맡아 달라는 부탁이 들어오고 있다. 다른 회사들은 공사를 한 건 수주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인데, 친구의 회사는 공사를 맡아 달라고 부탁을 받는 실정이다. 

※수처작주(隨處作主), (어디에 있든 주인이 되라.) 
입처개진(立處皆眞), (내가 서 있는 자리에 진리가 있다.) 

내 친구 이 회장은 『금강경』을 모를 것이다. 아상, 인상, 중생상, 수자상이 ‘나라고 하는 교만심’이라는 것도 모를 것이다. 그러나 친구는 장인 정신으로

공사현장에서는 주인이 되었다(隨處作主). ‘나라고 하는 교만심’이 없이 항상 누구에게나 겸손하였다. 이것이 진리이다. 
산속 깊은 곳, 금빛 불상이 휘황한 법당에만 진리가 있는 것이 아니라, 항상 일하는 고된 건설 현장에도 진리가 있는 것이다(立處皆眞). 내 친구는 진리를 몸으로 실천했다.

『금강경』을 읽을 때면, 그 때마다 내 친구 이소영이 꼭 생각이 난다. 지금도 열정적으로 일하는 모습이 부럽고 자랑스럽다. 지금 모습 같으면 100세까지도 염려 없을 것 같다. 이런 좋은 친구가 평생 곁에 있어 참 좋다.

※수처작주, 입처개진: 당나라 임제선사의 『임제록』에 나오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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