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존도 / 아크릴화 / 41X31cm
세존도 / 아크릴화 / 41X31cm

너무 오래 외로워하지 말라 하네 / 갈매기 둥지를 틀면 정수리가 따뜻하고 / 물고기 자맥질 할 땐 발바닥이 간지러우니 / 혼자만 있는 날은 없다고 일러주네. / 세상이 온통 축제로 몸부림쳐도 / 밤이면 별 하나 어둠을 밝힌다 하네 / 여윈 몸체는 철갑 대지가 감싸고 / 벌거벗은 몸일랑 구름옷이 두른다 하네

나 태어날 때 무엇이 있었나? / 아비와 어미 없이 물위에 던져졌어도 / 물결을 탯줄 삼고 해초를 젖줄 삼았으니 / 무게를 이기지 못해 무너지지 말자 다독였네 / 둘러봐도 드리운 건 공허와 적막뿐 / 때 없이 귀를 울리는 천둥과 번개 / 해일이 갈고리 되어 얼굴을 할퀴어도 / 마음은 장고로 날아 세마치장단을 두드렸지

조물주가 웅숭깊어 암수의 섬을 빚어내 / 잠 못 드는 날이면 더러 어깨를 기댔고 / 비 내리면 손을 모아 타는 목을 축였네. / 추운 날엔 눈 이불로 얼은 몸을 데우면서 / 세존께서 오시는 날 공양주 되자 다짐했지

떠날 때 억울하지 않은 삶이 어디 있을까 / 누구는 무너져 가뭇없이 작별하고 / 누구는 솟아올라 산맥으로 당당해도 / 아득한 세월로 보면 그저 한 점 티끌 / 세상의 모든 소리는 한갓 굴레일 뿐이라 / 차라리 침묵의 바위 속에 나를 갈무리네
언제나 우리는 젊지도 늙지도 않은 나이 / 억 겁의 흐름일랑 찰나의 순간에 휘갑했고 / 만 겹 별들의 터전도 겨자씨 안에 모았다네 / 쨍쨍한 눈동자와 비취빛 가슴을 거두어서 / 남루한 이웃의 누비옷이 되어도 좋으리니 / 파도의 고향, 물새들의 낙원 / 나는 여기 있고 그대는 거기 있어도 / 흙 묻은 보습을 냇물로 씻어내듯 / 나이테를 지우고 하얀 치아로 웃는 날 / 우리 무뎌진 두 손을 얼싸 부여잡고 / 푸르른 힘줄 실린 정강이를 내디디며 / 너럭바위에 올라, 한사코 춤추자 하네 / 살갗을 부비면서, 덧없이 살자고 하네

작가  임 종 욱
작가 임 종 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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