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면 대정에 자리한 ‘돌창고프로젝트 대정’ 1층 전시 공간에서 양이와 장이, 두 작업자의 판화를 중심으로 한 프린트워크 전시 ‘경계도 없고, 경계도 없고, 경계도 없이’가 열리고 있다
서면 대정에 자리한 ‘돌창고프로젝트 대정’ 1층 전시 공간에서 양이와 장이, 두 작업자의 판화를 중심으로 한 프린트워크 전시 ‘경계도 없고, 경계도 없고, 경계도 없이’가 열리고 있다

‘양이’와 ‘장이’라는 두 청년이자 연인이 준비한 일명 ‘경경경 프로젝트’, ‘경계도 없고, 경계도 없고, 경계도 없이’는 우리에겐 판화라는 단어로 더 익숙한 ‘프린트워크’ 전시다. 

남해의 사랑하는 것들을 오리지널 판화 원본으로 표현해놓은 ‘경경경 전시’는 방랑자의 시선으로 본 일상의 아름다운 순간을 담아낸 것으로 무엇보다 보는 재미가 크다.

서면 대정에 자리한 ‘돌창고프로젝트 대정’ 1층 전시실에서 지난 15일부터 열린 이 전시는 9월 30일(목)까지 휴관일인 화, 수요일을 빼고는 오전 11시부터 누구나 자유로이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를 같이 고민하고 기꺼이 곁을 내어준 미공 김영호 씨는 “서울에서 광고기획 일을 하던 두 전문가이자 부부가 몇 년 전부터 본인들의 자유로운 창작작업을 위해 남해와 하동 등지를 오가며 생활하고 있었다. 기획하고 디자인하는 데 재능을 가진 친구들인데 남해에 살고 싶어도 마땅한 장소를 구하지 못해 마음 고생하는 것을 보며 안타까움이 컸다. 그래서 우선은 하고 싶은 일을 먼저 경험하게 하고 싶었다”며 “누구나 경계 없이, 문턱 없이 올 수 있는 무료 전시이니 안전하게 감상해주시면 준비한 양이와 장이라는 두 작업자(a worker)에게 큰 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경계를 넘어 남쪽으로 온 두 사람 
사람은 마땅히 ‘서울’에서 먹고 살아야지 하지만 이제는 재미없고, 형편없다고 생각하며 ‘남쪽으로’ 선을 넘어온 양이와 장이, 경계를 넘어 남쪽으로 온 이들은 ‘잠깐의 벅참 후 긴 인내가 필요한 취미가 일이 되는 삶으로의 시도’에 몸담았다. 

무지개마을의 바다 빛과 게스트하우스 다락에서 만난 고양이를 기억하고 남면 B급상점에서 경험한 실크스크린을 재현하고 달콤한 사과 맛이 난 시금치의 경이로움을 ‘판화(print)’를 통해 깎고 찍어냈다.  

판화 외에도 인쇄, 날염, 전사 등 다양한 프린트 방식을 만날 수 있는 ‘경경경 전시’를 준비하면서 ‘양이’ 씨는 “부인과 전시를 준비하면서 ‘망하진 않겠지?’ 하는 걱정이 있었다. 물론 망할 수도 있지. 돈이 문제가 아니야 라고 생각했다가도 돈도 문제긴 하다는 생각도 이어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 직장생활에서 표현해내지 못했던 창작의 즐거움을 향해 쫄지 말고 보여주자고 다짐했다”며 “해왔던 것도 하고, 못했던 것도 하면서 ‘정체성 없게’ 다 해 보자”는 결심이 섰다고 한다.

‘경경경’에서 전시하고 판매하는 판화는 오리지널 판화 원본으로 메인 에디션 50매 이하로만 프린트되며, 구매 시 작가의 인증서가 함께 동봉된다. 또한 이 전시의 색다른 즐거움은 전시 작품마다 작품 설명인지 만담인지 다소 헷갈리는 ‘경경경 코멘터리’도 들을 수 있다는 점이며, 이들 부부의 애정어린 시선이 겹치고 덧대진, 가내 수공업 형태로 만든 다양한 굿즈(Goods)도 인상적이다.  

전시를 보면서, 작가가 아닌 작업자로 스스로를 일컫는 이들을 보면서 ‘작업자의 지속가능한 작업에는 수요자의 인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면서, ‘주기적인 불안을 간헐적인 믿음’으로 다스려 가는 두 청춘의 시도에 조용한 박수를 보탰다.

(돌창고프로젝트 대정 : 서면 스포츠로 487, 매주 화, 수 휴관, 운영시간 11시 ~ 18시)
 

저작권자 © 남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