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정 연설천면장
박 정 연
설천면장

“햇빛은 달콤하고, 비는 상쾌하고, 바람은 시원하며, 눈은 기분을 들뜨게 만든다. 세상에 나쁜 날씨란 없다. 서로 다른 종류의 날씨만 있을 뿐이다.” - 존 러스킨

장마 비가 그치고 초복을 지나고 나니 여름은 무더위에 자리를 내어주었습니다. 녹음이 우거진 산길을 조용히 걸으며 7월의 대지를 에워싸고 있는 자연의 맑은 공기가 몸 속 깊숙이 스며들도록 호흡을 길게 들이켜 봅니다.

이 여름, 여러분의 기억 속에는 어떤 향기로 남아 있으신가요? 까슬까슬하게 잘 말린 빨래에서 나는 기분 좋은 내음, 귀퉁이를 접어둔 오랜 시간 손떼 묻은 책 내음, 싱그러운 풀 내음, 나무 내음, 비온 뒤 숨쉬는 흙 내음, 바람결에 묻어오는 바다 내음‥‥ 우리가 머물러 생활하고 있는 주변의 친근하고 다정한 이웃, 자연이 품은 향기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하여 새롭게 알아가는 것, 새로이 부딪치는 일들이 많은 요즘입니다. 매 순간 마음의 온도와 습도를 정성껏 살피며 약간의 불편함을 오히려 특별함으로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더해진 새로운 기회라고 생각해봅니다. 자신만의 호흡과 걸음으로 시간의 의미를 되새겨보며 마음의 힘과 밸런스를 맞춰가는 지혜가 필요한 때입니다. 존 러스킨의 표현처럼 우리의 삶도 날씨와 많이 닮아 있는 듯합니다.

균형 잡힌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습관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끝없이 펼쳐지는 우리를 둘러싼 세상의 변화 속에서 무너지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언제나 단단하면서도 유연한 마음을 준비하고 있어야 합니다. 세상의 변화를 잘 받아들여야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테니까요. 또한 소중하고 간절할수록 적당한 거리를 두고 마음을 내려놓는 연습이 필요하듯이.

이 시간이 지나고 나면 우리의 삶도 한 뼘 성장할 것이고 또 한 겹의 기억은 우리의 특별한 이야기로 완성될 것입니다. 이번에 소개해 드릴 프랑스 자수 소품은 작열하는 여름날의 강한 햇살에 어울리는 완벽한 소품, 햇빛 가리개입니다.

햇빛 가리개
햇빛 가리개

자외선으로부터 자극받는 눈 건강도 생각하고 햇살에 은은하게 드리운 크리놀린 레이디를 감상할 수 있는 쓰임새를 두루 갖춘 매력적인 소품입니다. 이 햇빛 가리개는 아주 얇고 가벼운 프렌치 빈티지 하얀 린넨 위에 감성을 듬뿍 담아 표현한, 보는 이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 너무나 사랑스러운 소품입니다. 

크리놀린 레이디가 입은 드레스는 백 스티치와 아웃라인 스티치로 심플하게 옷을 입혔고, 둥근 접시꽃은 서클 버튼 홀 스티치로 그리고 꽃씨는 앙증맞은 프렌치 넛 기법으로 표현했습니다. 그 외의 다른 꽃은 레이즈드 스템 스파이더 웹 스티치로 살짝 입체감을 주었더니 만지면 금방이라도 꽃잎이 하늘하늘 춤출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잎은 트위스트 체인 스티치로 잔잔하게 마무리를 했습니다. 

소재의 특성상 짜임새가 가볍고 시원한 린넨의 느낌을 제대로 살리기 위하여 특별히 실매듭을 사용하지 않고 뒷면을 깔끔하게 마무리를 하고 나니 사랑스런 낭만소품이 완성되었습니다.
한 조각의 원단이 소품으로 만들어지는 과정 동안 몰입하는 시간을 경험하면서 차곡차곡 감성 소품을 완성해 나가는 기쁨이야말로 시간이 저에게 주는 값진 보상으로 여겨졌습니다.
우리의 일상도 여행지에서 숨은 보석을 찾듯이 매 순간 설렘과 희망과 우연으로 소소한 즐거움에 집중해 보시는 건 어떠실까요?

크리놀린(Crinoline) : 19세기 중엽 서양 여성들이 스커트를 부풀게 하기 위하여 천을 지탱하는 살을 넣어 만든 페티코트(복식의 한 종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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