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우리에게 늘 다정했으니, 우리도 자연에게 늘 다정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이 얼마나 다정한 고백인가. 다정한 거리라는 별칭이 제법 잘 어울리는 지족 구거리에 지난 1일 또 하나의 다정한 공간이 등장했다. 이름부터 ‘우리 함께’를 품고 있는 ‘공동작업장’. 

이곳엔 그야말로 이슬 같은 이가 오롯이 손으로 느리게 느리게 지어낸 것들로 가득한, 자연으로부터 온 실을 한올 한올 엮어 직물을 만들어 내고 그 직물 위에 남해의 아름다움을 담아낸 소품들이 기다리고 있다. 자연물 책갈피, 자연물 파우치와 에코백, 삼베로 만든 수세미와 손수건 등 이곳에서 만난 소품들은 하나같이 투명한 빛을 내며 주변을 환하게 한다.

주인장 박이슬 씨(36)는 빽빽한 햇살로 비유되는 ‘밀양시’에서 남편(40)과 아들(9)과 함께 이곳 남해군으로 귀촌했다. 지난해 삼동초 입학 시기에 맞춰 귀촌한 이들은 이제 남해에 산 지 2년이 지났으며 아이도 어느새 자라 2학년 초등학생이 되었다. 

일상의 가치ㆍ자연의 가치, 좋아하는 것들로 응원하는 ‘공동작업장’
이곳을 뭐라 하면 좋을까. 이슬 씨 스스로는 그저 ‘시골상점’이라 부르는 소소한 소품 가게이기도 하지만, 좋아하는 마음을 바탕 삼아 좋아하는 자연재료를 담뿍 넣어 만든 자연 그대로의 과채주스(사과, 케일, 자두, 귤과 당근, 유자)와 우리통밀로 구워낸 귀여운 쿠키를 먹고 갈 수 있는 카페테리아 공간이 있다.

그뿐이랴. 안쪽으로 더 들어서면 이슬 씨가 일상의 틈새에서 하나씩 담아낸 따스한 순간이 사진 작품으로 전시되어 있는 무료 전시공간이 있으며, 비밀의 통로를 지나면 거짓말처럼 자연이 펼쳐지는 남새밭이 있는 햇빛 가득한 비밀 작업실도 있다. 

이슬 씨는 “공동작업장이라는 이름을 두고 재밌는 추측과 오해를 많이 받았다. 마늘과 단호박을 다 같이 취급해서 붙인 이름 아니냐는 오해도 있었다(웃음)…아이를 키우면서 ‘연결 혹은 순환의 힘’을 느꼈다. ‘건강한 사람, 건강한 자연, 더 나아가 건강한 지구의 회복’을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공동 작업이 필요하다는 걸 깨닫는다. 가령 저부터도 이 공동작업장이 있기에 좋아하는 일을 지속할 수 있다. 제가 좋아하는 일에는 자연의 건강이 필수며, 함께 해주고 찾아주는 여러분 또한 건강해야 지속되고 순환될 수 있다. 그러하기에 제 개인적인 작업장이 아니라 공동작업장인 셈이다. 그런 뜻을 새기고 싶어 가게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수고로움의 가치
아이를 낳기 전까지 사회복지분야에서 일을 했다는 이슬 씨. 그녀는 아이를 낳자마자 직장을 쉬며 아이가 40개월을 채울 무렵까지 오로지 그녀의 품과 자연 속에서 키워냈다고 한다. 그렇게 만난 천천히 가는 삶은 그녀의 방향을 바꿔놓았다. 다니던 직장으로 돌아가는 것을 접고 6년전부터 자연물로 하나씩 만들어 보기 시작한 것. 그러다 3년전부터는 베틀의 매력에 빠져 자연재료에서 느리게 짓는 작업에 온전히 자신을 맡겼다.

이슬 씨는 “현재에 집중할 수 있어 특히 좋았다. 무언가를 만드는 데 시간은 오래 드는데 해놓고 나면 속내까지 정화되는 느낌이 참 좋다”며 그렇게 손으로 만드는 일상이 시작되었노라 말한다. 더불어 아이를 키우면서 겪게 되는 다양한 과정들 역시 ‘우리의 삶 천천히 맞이하면 참 맛있고 다정해진다’는 기록으로 자연스레 이어진 것.

이러한 그녀의 걸음에 신랑도, 아이도 함께 발맞췄다. 남편과의 첫 여행지가 남해 바람흔적미술관이었다니 아무래도 예사롭지 않은 인연인 셈. 좋았던 기억을 살려 남해로의 여행을 더욱더 했다. 그러다 세 가족이 함께 ‘바다를 볼 수 있는 삶’을 꿈꾸며 ‘남해한달살이’를 몸소 경험하고 2년 전 결정한 ‘남해행 귀촌’. 

남해에서의 삶에 대해 이슬 씨는 “조용해서 좋았다. 방해받지 않아서 귀했고, 무언가 흔들림 없이 내가 가고픈 대로 온전히 자유로울 수 있어 가장 좋았다”고 말한다.

가장 먼저 비밀의 남새밭에 보리수나무 한 그루를 심고 안팎의 공간을 꾸몄다. 공동작업장 내부의 여러 목재 작업은 남편의 도움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한다. 이들 가족은 공동작업장을 통해 평범한 일상의 작은 기록을 해 나가며 동시에 이곳을 찾는 모두의 삶을 응원하는 힘을 얻어가고 있다.

대단치 않은 하루 속에서 먼지 같은 존재로 우수에 젖을 즈음, 공동작업장에서 만난 눈부신 일상의 힘을, 좋아하는 마음으로 빚어낸 다정한 작업물을 꺼내보아도 좋겠다.

(※삼동면 동부대로 1876번길 20, 삼동면사무소 아래 식당 마루옥 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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