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나라 남해에서 춤추는 꽃의 왈츠
꽃의 나라 남해에서 춤추는 꽃의 왈츠
  • 남해신문
  • 승인 2021.07.02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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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욱 작가의 남해화첩 (10)
작가  임 종 욱
작가 임 종 욱

남해의 옛 이름에 ‘화전(花田)’이 있다. 말 그대로 ‘꽃밭’이란 뜻이다. 삼천리금수강산 어디엔들 꽃이 없을까만, 남해에는 유독 아름다운 꽃들이 지천으로 계절마다 피어난다. 그런 면에서 남해는 ‘꽃의 나라’다.

‘화전’이란 말의 유래가 무엇인지는 모르겠다. 아마도 유배와 살던 자암 김구의 경기체가 <화전별곡(花田別曲)>이 가장 오랜 명명이 아닐까 싶다. 김구는 기묘사화 때 남해로 쫓겨나 1519년부터 1531년까지 햇수로 13년 동안 남해에서 살았다. <화전별곡>도 당연히 이 시기 언젠가(후반기겠지만) 지었겠다.

김구의 ‘꽃’은 단지 나무나 풀에 핀 화초만 가리키지 않았다. 그는 남해를 두고 ‘일점선도(一點仙島)’, ‘천남승지(天南勝地)’라며 칭송을 아끼지 않았다. 남해는 인물과 풍류, 명주(名酒), 시와 문장 등 여러 방면에서 ‘꽃’과 같은 존재들이 그득하다고 평했다. 그래서 시끄러운 도회지보다 이곳이 훨씬 살기 좋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남해는 3, 4월이면 온통 벚꽃으로 장관을 이룬다. 해변도로부터 길이 난 곳이면 곳곳에서 벚꽃을 만난다. 설천면 왕지마을 해변도로를 따라 촘촘히 들어찬 벚꽃의 행렬은 때 아닌 교통체증을 빚을 만큼 상춘객을 유혹한다. 이어 4, 5월이 오면 남해의 진산 망운산이 골골마다 등성이마다 철쭉꽃을 깔아놓는다. 철쭉제도 열려 탐화객(探花客)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또 요즘 많이 볼 수 있는 꽃은 노란 유채꽃이다. 생명력이 강한 유채꽃은 크게 관리를 하지 않아도 봄철 활짝 폭소를 터뜨린다. 남해 어디를 가도 유채꽃은 눈길을 사로잡는데, 특히 고현면 둑방길에 핀 유채꽃은 세상을 온통 노랗게 물들인다. 4월마다 ‘둑방길 유채꽃 축제’가 열렸는데, 작년과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건너뛰었다.

고현면 둑방길 유채꽃길 / 유화 / 41X60cm
고현면 둑방길 유채꽃길 / 유화 / 41X60cm

엷은 핑크 벚꽃의 터널과 붉은 철쭉의 융단폭격. 그리고 노란 유채꽃의 잔잔한 오페라. 떼로 모여 합창하는 꽃들이 군중의 눈길을 사로잡는다면 옹기종기 다소곳이 모여 소박한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꽃들도 있다.

6월 용문사의 수국도 탐스럽다. 

분홍의 연꽃이 핀 곳은 군락에 가깝지만, 산과 들에 난 오솔길, 마을을 수놓는 골목길, 논두렁과 밭두렁 길에도 이름 모를 꽃들이 시선을 기다린다.

몇 년 전인가, 남해문화사랑회(회장 서재심) 회원들과 함께 바래길을 걸은 적이 있다.

야트막한 산등성이 길을 굽이굽이 지나가는데, 불쑥 우거진 긴 풀숲 사이로 온갖 빛깔로 치장한 꽃들을 보았다. 초록 옷에 무지갯빛 단추를 여며놓은 듯 앙증맞은 꽃들은 이름도 몰랐다. 하루 내내 꽃 사진을 찍다가 정작 목적지에 닿지도 못했다.

올봄 아이들이 멍순이 나니를 데리고 저녁 산책을 갔다 찍은 사진을 보내주었다. 하늘에는 형형색색의 구름 꽃이 피었고, 땅에는 편야황황(遍野黃黃) 노란 유채꽃이 바람개비 무리가 되어 하느작였다.

사진만으로도 그렇게 고왔으니, 실경은 얼마나 황홀했을까?

이 즈음 산과 들은 녹색 외투를 두껍게 입었다. 그러나 자전거를 타고 길을 오가다보면 집 정원에서 또는 길가에서, 국기봉 아래 작은 뜰에서 여전히 키 작은 꽃들을 만날 수 있다.
겨울 하얀 눈꽃을 만나기는 어려워도, 남해는 사람의 꽃과 식물의 꽃이 어우러져 내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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