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찜을 먹다

 

             -이상미-

                        

들소같은  하루였다

 
시간은 늘
발굽소리를 내며 다가 왔다


안장을 걸치면
가장 빨리 가슴 아파 오는 곳


그 여린 마디 어디쯤에
숨어 있는
잘 풀어지지 않는
천연 색소

 
그 초조함을
한 두근쯤
눈속임으로 팔아

                             
오늘은
부끄러운  나의 꼬리를
먼저 감추었다

 
 -시작노트-
막 모퉁이를 지날때였다.
소꼬리찜 집이라는 간판 안에 오십대 중년의 남자가 식사를 하고 있었다.
주변을 들러보니 중소 기업체들이 즐비하게 모여 있고 남자는 뒤늦은 점심을
부랴부랴하는 듯 했다. 유리창 밖에서 발길을 멈추고 나는 왜 한참을 들여다 보았는지
하늘은 더운 김을 내뿜는 들소 같기만 한데.
나무 의자에 바짝 몸을 기대고 앉아 있는 모습이 마치 벼랑에 서 있는 위기의 가장처럼
보여져 괜시리 연민마저 느껴졌다.
가정에서 직장에서 혹은 다른 이유로 이미 여러번의 꼬리를 다친 저 남자.
흡사 나의 모습 같아 슬며시 등뒤로 내 엉치뼈를 더듬어 보았다.
날마다 자라는 저 꼬리를 숨겨놓고 사느라 얼마나 숨가빴을까.
상념에 깊히 빠져있는 사이에 어느덧 식사를 끝내고
그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제자리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의 뒷모습이 얼마나 숙연하게 느껴지던지.
새삼 이 땅위의 모든 가장들에게 머리가 숙여지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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