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옥 작가의 색연필 작품들
김현옥 작가의 색연필 작품들
색연필 같은 느낌을 주는 김현옥 선생
색연필 같은 느낌을 주는 김현옥 선생
자신들이 그린 그림을 들고 선 수강생들
자신들이 그린 그림을 들고 선 수강생들

예술이라 하면 오랜 수련과 학습을 거친 전문가들만의 세계라 오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예술은 오감(五感)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렵지 않게 다가갈 수 있다. 무심히 종이에 그림을 그리고, 기쁘거나 슬플 때 흥얼거리며 춤을 추고, 간단한 메모를 하는 일 등도 결국 예술이 실현되는 첫 발걸음이다. 두려워하면 한 걸음도 뗄 수 없다.

남해는 자타가 인정하는 예술의 고장이다. 섬이라는 고립된 지역이 주는 독특한 미감(美感)은 개성 있고 창의적인 생각과 몸짓을 펼치는 데 적합한 환경이다.

남해에는 악기를 다루며 여가를 즐기고, 수채화나 유화 등 그림으로 자신을 표현하거나 수필이나 시를 써 체험과 감흥을 담는 이들이 많다. 예술의 효용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이 있지만, 결국 재현 또는 모방(mimesis)을 통해 정화(catharsis)를 꿈꾸는 행위임은 분명하다.

그래도 여전히 예술을 취미로 삼는 데 부담을 느낀다면, ‘색연필 그림’이 있다고 추천하고 싶다.

색연필은 아주 어릴 때부터 쉽게 만날 수 있는 표현 도구다. 침을 발라가며 꾹꾹 눌러쓰던 연필도 ‘검은 색연필’의 하나다. 도화지 몇 장과 집에 굴러다니는 몽당연필만 있어도 색연필 그림을 시작하는 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

그런 색연필 그림을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한 장 한 장 그려나가는 모임이 있다. 남해문화원 문화학교에 개설된 색연필 그림반이다. 이곳에서, 걸음마를 떼듯 색연필 그림을 시도하는 이들을 지도하는 김현옥 선생을 만나 색연필 그림에 대해 들어보았다.

색연필 그림은 힐링의 시작
김현옥 선생은 남해읍 유림동 출신이다. 서예가 신갑남 여사의 장녀다. 남해에서 학창시절을 보내고 경남대학교에 들어가 제품디자인을 전공했다. 광고회사에서 디자이너로 건축설계회사에 들어가 도면을 그리는 일을 직업으로 삼았다.

그러다 색연필에 흥미를 느껴 배우기 시작한 게 2006년부터라고 한다. 그 분야의 전문화가 밑에서 체계적으로 그림을 배웠고, 작품을 모사하는 과정을 거쳐 지금은 어엿한 전문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2019년 오랜 타지 생활을 청산하고 귀향해 그림을 가르치는 일을 새로운 삶으로 삼았다.

김현옥 선생은 그림 그리는 일은 고정관념 깨기라고 말한다. 사물을 있는 그대로 그려도, 사람의 시각은 다양한 빛깔을 인식해 나름의 표현을 얻어낸다는 것이다. 왜 남들과 같지 않은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 그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나만의 그림을 찾는 동안 나는 또 하나의 자아를 만나게 된다면서, 그 즐거움은 자신밖에 모르는 비밀이란다.

인물이든 풍경이든 경험하고 느끼면서 그리기에 집중할 때 마음의 묵은 때는 말끔히 씻긴다. 한번 그 매력에 빠지면 좀체 헤어날 수 없고, 세상과 사람을 색다르게 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색연필은 그런 희열을 만끽하는 데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김현옥 선생은 강조한다. 색연필 공부반에서 그림을 그리는 분들 대부분은 태어나 처음으로 그림을 위해 색연필을 잡았다. 이제 두어 달 지났는데, 벌써 자신만의 그림 세계를 발견한다는 것이다.

수업 받는 두 시간이 부족해 집에 가 짬짬이 색연필을 놀리며 경이로운 시간을 가진다. 아직은 검은색 연필만으로 모사하는 단계에 머물지만, 곧 색연필의 진경(眞景)에 접어들 참이다. 그래서일까? 수업에 들어가 보면 다들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며 웃음꽃이 피어난다. 그러면서도 연신 연필이 선을 긋고 문지르는 소리가 쉴 새 없다.

시작할 때가 가장 빠를 때다
색연필 공부반은 10여 명의 수강생들로 문을 열었다. 중간에 소문을 듣고 찾아온 이들도 꽤 있다. 나는 이제 선을 긋는데 남들은 벌써 풍경을 그린다고 초초해하지도 않는다. 얼마 뒤면 우열은 지워지기 때문이다.

몇 가지 간단한 색연필과 교본, 지우개, 자, 연필깎이만 있으면 전문가와 다를 바 없는 진용을 갖춘 셈이다. 도구에 대한 욕심은 한이 없지만, 비용 때문에 주눅이 들 정도는 아니란다.

색연필반은 문화원에서 수요일 오후 2시부터 시작된다. 지금 달려와도 지각했다는 소리는 듣지 않는다. 몰입하다 보면 두어 시간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간다. 김현옥 선생이 친절하면서도 세심하게 기초부터 단계단계 가르쳐주어 모두 가족 같은 친근감을 느낀다고 입을 모은다.

김현옥 선생(m.010-3558-8053)은 낮에 시간을 내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저녁반도 모집할 채비를 하고 있다. 이 유쾌한 행진에 참여할 의욕이 불타오른다면, 낮이라면 문화원(☎864-6969)으로, 저녁이라면 핸드폰으로 연락주시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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