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면 장전마을, 마을회관 뒤 골목길로 들어서면 편안한 집 하나가 보인다.
‘골목길 공작소’라는 공간. 들어서는 길마저 싱그러운 꽃과 식물이 반겨준다. 짚으로 깔아둔 융단을 따라 문을 빠곰 열고 들어서면, 환하다.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눈빛에 활기가 가득한 장가희 씨가 반겨준다.
카페 겸 공방 겸 작업실인 이곳은 그야말로 골목길에 자리한 꿈의 공작소이다. 

쉼의 공간 찾다가 만난 장전마을, 개성 있는 작품으로 채워가는 공작소
굳이 무얼 만들겠다는 거창한 목표가 있어 시작한 건 아니었다. 
내면을 살피는 명상과 치유 등 쉼의 자리를 찾다가 장전마을, 이 골목까지 들어온 게 계기라면 계기였다. 허름한 시골집, 마당 가운데로 쏟아지는 햇살이 좋아 덜컥 샀다. 집의 골격만 남겨두고 여기저기 고치기 시작했다. 손수 페인트칠을 하고 나무를 잘라 하나둘 이어 만들기 시작했다. 
홈패션 강사로 오랜 시간 살아왔고 공예가 좋아 시작한 그림도 본인의 색과 감성을 잘 살려 나가는 장가희 씨는 남해군미술협회 소속이기도 하다. 가희 씨는 “작고 허름할지언정 우리만의 색깔로 채워가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하나둘 그려내면서 채워가는 즈음 작년 2월 코로나19가 극심해져 인도네시아 출국이 무산된 딸도 남해로 오게 되었다”고 말했다.

 

재주 청년, 이경서 씨는 주얼리 디자이너, 무궁무진 은점토 세계 소개 
지난 2020년은 엄마 장가희 씨와 딸 이경서 씨에겐 혹독한 한 해였다. 엄마는 난소암 4기 판정을 받아 항암치료로 여념이 없었고, 주얼리 디자이너로 인도네시아 출국행이 확정돼 있었던 딸 또한 코로나19로 꿈을 접어야만 했다. 
하지만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내는 건 두 모녀의 긍정의 성정이었다. 경서 씨는 “엄마는 강하고 활기찬 분이셔서 ‘아픈 엄마 때문에 네 꿈을 접지말라’고 늘 강조하셨다. 코로나19라는 외부요인으로 출국이 금지되었으나 투병하는 엄마 곁을 지킬 수 있어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예술이 생에 배인 두 모녀가 만나 ‘골목길 공작소’는 그야말로 ‘꿈을 짓는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은공예를 전문으로 하는 경서 씨는 ‘은으로 된 점토로 반지, 팔찌 등 다양한 은 공예’ 체

험을 진행하고 그 외에도 비즈 팔찌, 매듭 공예 등은 가희 씨가 예약받아 진행한다. 뿐만 아니라 이곳만의 의미 있는 체험으로 ‘석고 손뜨기’가 있다. 자녀들이 엄마를 모시고 와 부모와 자식이 맞잡은 손을 석고상처럼 뜨기도 하고, 부모님 손을 본뜨기도 하는 체험이다. 가희 씨는 ‘손뜨기’ 작품을 보여주면서 “우리 엄마의 손을 손뜨기로 한 건데 참 해두길 잘했다 싶다. 누군가를 기억하고 싶은 흔적의 하나로 ‘손뜨기’를 추천한다. 여기 마을 어르신들부터 무료로 해드리고픈 심정”이라며 “(암을 만나) 그렇게 한번 호되게 당하고 나면 삶이 얼마나 귀한지 모른다. 병실에 누워있으면 엊그제 같이 있던 사람이 새벽에 통곡 소리가 나면서 떠나는 걸 보게 되고, 그럼 또 ‘이젠 내 차례인가’ 싶은 마음이 절로 든다. 그러기에 ‘내가 현재 살아있는 이 순간이 가장 귀한 것’이라는 깨달음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남해 청청 먹거리로 채워가는 카페 겸 공작소
그래서일까. 현재 살아있는 순간에 충실하고자 노력하는 가족들은 ‘모녀의 시간’이라는 전시를 준비하면서 ‘남해 청청 먹거리’를 활용한 다양한 음료, 먹거리를 만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취재 당일 맛보았던 ‘바질 치자 차’는 마시는 순간 입속에 초록의 건강이 번지는 기분이었다. 치자가 염증 치료에 좋다더니 그래서인지 기분부터 상쾌해진다. 오전 11시부터 저녁 7시 사이 마실 거리를 즐길 수 있고 체험은 미리 예약해야만 가능하다. 쉬이 낙심에 빠지기보다 누구라도 자기만의 몫의 행복과 즐거움을 스스로가 만들어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지었다는 ‘골목길 공작소’ 이곳에 가서 ‘남해 청청 먹거리(사단법인 남청푸드)로 힐링하며 두 모녀가 합작해 만든 작품을 감상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남해 사는 즐거움일 것 같다. 
(※주소: 이동면 삼이로 573번안길 15/ 주차: 장전마을회관 앞. 금속공방, 은점토 공예, 원데이클레스 예약 ☎ 867-8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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