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새롭게 단장한 남해 바래길은 본선 16코스와 지선 3코스로 구성되어 있으며 총 231km에 이른다. 부산 오륙도에서 시작하는 남파랑길 11코스와도 일치한다. 

바래길은 바다를 생명으로 여기고 가족의 생계를 위해 갯벌로 나갔던 우리 어머님들의 강인한 생명력과 무한한 사랑이 살아 숨쉬는 곳이기도 하다.

최미경 후배는 회사에 휴가를 내고 재경남해군산악회의 지원과 응원을 받으며 3월 13일부터 21일까지 일정을 잡아 여정을 시작하였다. 3월의 남해는 봄꽃의 향연으로 유채와 동백, 연분홍빛 진달래, 철 이른 벚꽃, 파란 하늘과 눈부시게 빛나는 쪽빛 바다로 장관이었다. 이렇게 좋은 계절에 내 고향 남해를 걷는다는 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큰 행복이었다.

<1코스 바래오시다길>은 남해의 관문인 읍을 중심으로 어시장과 청년 창업거리를 돌고, 아름다운 쇠섬을 지나 습지로 연결된 해안도로를 따라 이동면 행정복지센터에서 마무리하였다.

<2코스 비자림 해풍길>의 바자림숲은 이른 아침 물안개 자욱한 몽환적인 분위기 속에 묻혀있고, 북섬과 장구섬, 농가섬을 바라보며 걷다 보니 죽방림이 펼쳐진 지족에 도착했다. 이번 바래길은 앱을 설치하고 걷는 길이니 만큼 정확한 위치가 중요하다. 한 구간이 끝날 때마다 앱을 종료하면 뱃지를 획득하고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바래길을 위해 서울에서 준비한 노란 산악회 리본을 구간마다 이정표로 달면서 걸었다.

<3코스 동대만길>은 창선대교 남단 검문소에서 시작인데 우린 여기서 한참을 헤매다 남파랑길 36코스와 중복되는 곳임을 알았다. 수령 500년이 넘은 왕후박나무를 지나 편백숲 임도를 따라 창선면 행정복지센터에서 마무리하였다.

<4코스 고사리밭길>은 고사리로 유명한 창선면 동대만 간이역을 시작으로 적량까지 이어진다. 거미줄처럼 이어진 길은 아름다운 해안과 바다를 조망할 수 있고 창선면의 주 소득원인 고사리밭은 끝없이 펄쳐진다. 아! 이 많은 고사리는 누가 다 꺾는지 고사리 채취 시기에는 예약제로 인솔자와 함께 이 코스를 걷는다고 한다. 우리는 다행히 하루 전에 걸을 수 있어 예약 없이 가능했다. 고사리 밭길 중간쯤에서 마시는 커피 한 잔과 시골쑥떡 맛은 말로는 표현이 부족하다. 고사리밭길은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5코스 말발굽길>은 고려시대 말을 기르던 지역에서 유래해 붙여진 이름이란다. 적량에서 아름다운 장포항을 뒤로 한 채 추섬공원에 도착하니 잘 다듬어진 공원이 동백꽃 속에 묻혀있다. 동백은 두 번 핀다고 했던가, 나무에서 한 번 떨어진 꽃봉오리로 또 한 번 추섬을 바라보며 지족으로 오는 길은 위험천만 찻길을 걷는다. 무섭게 달려오는 차들의 굉음소리와 아스파트길은 지금까지의 모습과는 또 다른 불편함이었다.

매일 산길만 걷던 습관이 시멘트 길을 걸으니 발바닥은 물집이 생기고 불편하던 발목도 무리한 강행군에 반항을 하는 느낌이다. 일정을 잡고 왔으니 하루에 두 코스 25km, 4만 보 이상을 걸었으니 그럴만도 하다.

<6코스 죽방멸치길>은 지족해협을 따라 죽방렴을 바라보며 옛 선조들의 지혜로움에 탄복하면서 바다 위에 떠 있는 죽방림 관람대에서 흔적을 남기고 물건리 방조어부림에 도착했다. 오랜 역사를 가진 물건리 고목이 우거진 해변숲을 잘 꾸며서 걷기에 안성맞춤이다.

<7코스 화전별곡길>은 이국적인 독일마을과 아름다운 바다와 어우러진 물건리숲을 뒤로 한 채 역사의 한 페이지인 독일마을을 벗어나 끝없는 마을 뚝방길을 한참을 걸어 편백나무가 유명한 내산에 이른다. 내산저수지를 따라 꼬부랑길을 숨가프게 오르다 보니 땀으로 범벅이다. 전망 좋은 능선길에 도착해 멀리 바라보이는 수평선 상의 작은 섬들이 한폭의 그림 같다. 편백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청량감을 더해주고 우리는 조망이 아름다운 능선에서 커피와 빵으로 점심을 대신하고 천하마을을 향해 바쁜 걸음을 재촉한다. 천하 마을에서 앱을 종료했다.

<8코스 섬노래길>은 남해에서 가장 큰 미조항으로 가는 삽십 리 물미해안 허리에 낭창낭창 감기는 바람이 좋다. 해발 286m의 망산에 오르니 그 절경에 숨이 턱 막힌다. 점처럼 떠 있는 섬들이 수평선 끝을 잡고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파노라마에 한동안 넋을 잃고 취해 있다. 겨우 정신 차려 미조북항과 미조항으로 원점회귀하였다. 

긴 코스 두 구간은 어려울듯하여 차로 이동해서 지선 2구간 3.2km 구간을 걷기로 했다. 노량대교 선착장에 도착해서 부지런히 걷다보니 또 알바를 했다. 해는 어둑어둑 지는데 우리 두 사람은 산성탐방로를 따라 레인보우 전망대까지 남해대교와 노량대교를 한눈에 바라보는 곳에서 땀을 식히고 인증샷을 남기고 선착장에서 앱을 종료했다. 1차 3월13일부터 5일 동안 본선 7코스와 지선 1코스로 마무리하고 서울로 왔다.

2차는 다시 5월 8일부터 시작됐다. 새벽 일찍 출발하여 남해금산지선 3코스를 먼저 걷기로 하고 복곡주차장에서 마을버스를 이용해 금산에 오르니 가히 절경이다. 평소에 잘 안 가던 제석봉을 거처 상사바위까지 이르렀다. 금산의 진정한 진수는 상사바위에서 보는 아득한 수평선! 세상을 품고 있는 기분이다. 정상까지 단숨에 찍고 하산하여 남은 시간을 아껴볼 생각으로 지선 1코스 읍내 바래길로 차를 몰았다.

공용터미널을 시작으로 남해향교와 성당을 지나 봉황산 숲길, 아산저수지를 지났고 남산공원의 잘 꾸며진 공원에는 꽃들이 지천으로 피어 향기로 가득하다. 서울서 먼길을 달려와 오후에 2코스를 마무리하니 힘은 들었지만 참 많은 일을 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9코스 구운몽길>은 서포 김만중 유배지였던 노도를 바라보면 바닷가 마을 벽화가 그려진 잘 정돈된 마을길이 인상깊다. 산길에 접어드니 좁은 오솔길에서 잘못하면 바다로 풍덩 할 것 같은 아찔함에도 그 절경에 빠져든다. 상주해수욕장과 대량을 지나는 산길에 지천으로 탐스럽게 익어 있는 산딸기에 가던 발길 멈추고 마냥 산딸기 따먹느라 한동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동심에 젖었다.

백련부터 원천까지는 조심해야 하는 구간이다. 속력을 내고 오는 차들과 함께 걷는 공포감에 등줄기가 땀으로 범벅이다. 무사히 원천항에 도착하여 앱을 종료하고 시원한 물회 한 그릇으로 늦은 점심을 먹고 나니 오후 3시다. 

아직도 해가 중천이라 조금 더 걷자고 시작한 <10코스 앵강다숲길>에서는 파도치는 소리가 앵무새 소리처럼 들린다. 하여 앵강다숲길. 여기 어디쯤에 꽃무릇 군락지가 있다고 했는데 눈에 보이지는 않는다. 여름철 꽃무릇이 필 무렵 꼭 한번 오고 싶은 곳이다. 아름드리 나무숲을 지나니 팔각정 연못은 신전숲을 큰 정원으로 꾸며놓은 느낌이다. 꽃들이 어찌나 발길을 잡는지 한참을 머물면서 렌즈에 담아본다. 단연코 여기가 바래길 중에 최고인 것을….

내친김에 미국마을까지 가보자는 마음으로 발길을 재촉하니 아뿔싸 해는 기울고 석양은 물드는데 호구산 아래 공동묘지 근처까지, 오르막길 미국마을까지 겨우 도착해서 내일을 기약하고 이쁜 커피숍에서 목을 축이고 오늘 일정을 마무리한다.

어제 길을 이어 남면이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지만 지금은 아무도 없다는 생각에 갑자기 고아 같은 느낌이 들어 눈시울이 뜨거워짐을 느끼면서 추억어린 곳을 지난다. 남면 정포를 지나 두곡, 월포, 홍현으로 향한다. 홍현은 외갓집이 있던 곳이라 이 길은 나로 하여금 아련한 추억 속에서 자꾸만 걸음이 멈춰졌다. 가천까지 오는 해안 숲길은 찔레꽃 향기에 취해서 어떻게 걸었는지 어느새 가천 다랭이 마을이다. 앱을 종료했다. <11코스 다랭이지게길>에서는 점심도 거르고 간식만 먹고 걷다 보니 배고프다. 빛담촌 펜션마을을 지나는데 어디 외국으로 여행 온 것 같다. 

유구를 조금 남겨두고 눈에 보이는 식당으로 무조건 들어가서 저녁 같은 점심을 먹었다. 장어국 한 그릇을 국물까지 깨끗이 비우고 다시 유구마을로 향한다. 만조의 위험을 알리는 경고표지판을 보면서 해지기 전에 평산 마을에 도착해야 한다는 생각에 우린 뛰다시피 부지런히 걸었다. 평산의 능선길 눈앞에 바로 손 닿을 듯 보이는 여수. 아! 오늘도 끝이 보이는구나. 평산 작은 미술관에서 앱을 종료했다.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있어 코스를 변경하여 <16구간 대국산성길>을 먼저 걷기로 했다. 설천면 행정복지센터에서 오르막을 오르니 금음저수지를 지나 끝없는 편백숲 임도가 나온다. 삼국시대 최초 축성되었다는 대국산성 성곽을 한 바퀴 돌고 다시 임도를 걸어 끝없는 해안길을 걷다보니 갯벌에 바지락 채취하는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살아있는 갯벌의 모습에 나도 같이 해보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다시 읍 공용터미널에서 마무리했다.

<12코스 임진성길>은 평산항을 출발해 오리를 거처 임진왜란 때 축성되어 지역을 수호했던 임진성에 도착하니 바람이 몹시 강했다. 겨우 인증샷을 남기고 천황산 임도를 걸었는데 오래도록 기억에 남은 곳이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임도길 어느 지점에선가 아름다운 조망을 선물하려고 멀리 보이는 바다와 어우려진 골프장과 서면 스포츠파크까지 눈에 들어온다.

<13코스 바다노을길>은 해질 녁에 걸어야 제대로 노을을 감상할 수 있다고 해서 기대와 설렘으로 노을길을 시작한다. 길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거친 자갈길을 돌고 걷고를 얼마나 했던지 만조시 경고문자도 마음을 사뭇 긴장케 한다. 중간중간 바래길을 나서는 사람들도 만난다. 무엇을 하는지 물어보니 쏙을 잡으려 간단다.
해안을 벗어나니 서면 노구마을은 온통 들이 푸르름이다. 단호박을 제일 많이 재배한다고 하는 곳이다. 해질 무럽 아름다운 석양을 보며 중현 하나로마트에서 오늘 긴 두 구간을 마무리하였다.

<14코스 이순신호국길>은 중현에서 시작하여 바다와 마을길을 번갈아 가다 보니 백년고개 포상마을을 지나 관음포에 도착하여 시원한 얼음과자로 더위를 식혔다. 이 구간에서도 한참 길을 헤맸다. 이순신호국길에서 남해 노량 선착장까지 늦은 점심을 먹었다. 마지막 남은 <15코스 구두산목장길>은 지선 2코스와 마주치는 곳이라 초입을 찾으려고 이리저리 다니는 중 구덕순 군향우회 회장님을 우연히 만났다. 얼마나 반가운지. 구 회장님은 이미 바래길을 연초에 완보했다. 구 회장은 있다가 어디서 끝나는지 축하저녁을 사 주신다기에 악속했다. 구두산 목장길을 1시간 반만에 끝내고 하산을 하여 설천면 행정복지센타에서 마무리했다.

 긴 여정을 끝내는 오늘 여기에 구 회장님의 축하를 받으면서 마무리할 수 있어 너무 행복다. 시작이 반이란 말이 있듯이 산악회에 몸담고 있으면서 수많은 산을 오르고 여행을 다녔지만 오늘처럼 아름다운 고향 남해의 여러 마을을 알 수 있는 바래길! 정말 유익하고 보람있는 일을 해냈다는 뿌듯함이 가슴에 밀려왔다.

우리가 다녀온 길에는 재경남해군향우산악회 노란리본이 다음에 오실 분들의 이정표가 될 것이며, 큰 용기를 줄 것 같아 마음 뿌듯하다.

구덕순 회장님, 최미경 총무와 맛있는 저녁을 먹고 구 회장님 자택에 가서 차 한 잔의 여유로움으로 긴 일정을 마무리했다. 그동안 재경남해군향우산악회 최태수 회장님, 최미경 총무님 부군, 숙박을 책임지신 난음에 계시는 최미경 총무 친정어머님께 감사드린다.

걷는 내내 수확을 앞둔 마늘밭의 풍요로움에 마음 든든함을 느끼면서 보물처럼 볼거리가 많고 삶의 에너지가 새순처럼 충만해지는 바래길 체험을 향우님들도 꼭 해 보시길 권해드린다.

내 글솜씨로는 표현해 내기 어렵고 한정된 지면에 다 옮길 수 없어 아쉬움이 남는다. 남해 바래길 81호 값진 공동 완보증을 받았다. 2022년은 남해 방문의 해다. 
고향 바래길에 꼭 도전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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