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읍도시재생사업 센터장 조시영 박사
남해읍도시재생사업 센터장 조시영 박사

남해읍은 지금 변화를 향한 행보로 부산하다. 

여전히 남해군 행정과 사회활동, 문화의 중심이긴 하지만, 중심지로서 구실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에 대한 평가는 딱히 일치하고 있지는 않다. 여기저기 아파트가 신축되고 상점이 들어서고 있어도 활기찬 면모를 찾기란 쉽지 않다고 걱정하는 목소리도 일부있다.

지방 지자체가 발전보다는 답보 상태에 빠진 것은 꼭 남해군만의 일은 아니다. 인구는 계속 줄어들고 곳곳에 빈 집은 늘어간다. 위기 상황이 읍과 면이라고 다를 리 없지만, 심장이라 할 남해읍이 살아나지 않고 국면의 전환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남해읍이 변화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은 전통시장 일대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도시재생사업에서 찾을 수 있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 동안 군비와 국비 200억 원이 투입되어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수익 증대를 꾀하며 관광지로 굴기하기 위한 사업들이 펼쳐지고 있다. 이 사업만으로 남해읍이 환골탈태할 수는 없다 해도 도약을 위한 마중물이 되게 만들어야 한다.

이에 본지는 남해읍도시재생사업은 어떤 사업이고 얼마만큼 진척되고 있는지, 사업이 마무리되면 어떤 변화가 따르는지 살펴보았다.

관광특화가로로 조성될 전통시장 이면도로
관광특화가로로 조성될 전통시장 이면도로
남해읍 먹자골목에 조성 중인 청년문화공방
남해읍 먹자골목에 조성 중인 청년문화공방

현재 사업 진행도는 30% 결코 더디지 않다
사업의 현황을 알아보기 위해 시장 인근에 있는 도시재생지원센터를 찾았다. 마침 때가 그랬는지 사무실에는 센터장 조시영 박사와 직원 한 명만 있었다.

먼저 사업을 추진하는 인력 구성에 대해 물었다. 센터장과 팀장 2명, 인턴사원 1명 등 4명이라는 대답을 들었다. 의외로 사람이 적어 놀랐다.

사업은 하드웨어 부문과 소프트웨어 부문으로 나눠졌다. 하드웨어는 사업을 추진할 땅을 매입하고 건물을 새로 짓거나 리모델링하는 일이 중심이다.

옛 장수장 모텔에는 창생플랫폼이 들어서고, 옛 ‘여의도’ 건물과 이면부지도 매입해 정리 작업을 끝냈다. 회나무 옆 ‘화수분’ 건물도 사들여 평탄작업을 마쳤고, 전통시장 안 점포도 네 군데 매입해 활용할 준비를 갖추었다. 그리고 전통시장 이면도로 중 LS마트부터 회나무까지 관광특화가로를 조성해 풍치를 새롭게 하면서 거닐기 좋은 보행자 중심 도로로 탈바꿈시킬 예정이다.

회나무 주변 특화가로 공사 이야기가 나오니 자연 근래 쟁점이 되고 있는 일방통행 해제 논란이 떠올랐다. 센터의 입장은 어떠냐고 물어보았다.

“그 일은 군청과 주민들 사이에서 원만한 합의가 있어야 할 사안이죠. 저희 사업과 직접 연관은 없지만 관심은 두고 있습니다. 몇몇 분들의 의견이 다른데, 큰 틀에서 접근하면 좋은 결과가 나오리라 생각합니다”.

난처한 부분이 없지는 않지만, 도시재생사업은 개인 차원의 이익보다는 주민 모두의 미래를 담보하는 일이라면서 협조와 양해가 있기를 바란다는 대답이었다.

현재 사업 진행 정도에 대해서도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략 30% 정도 진행되었다고 보면 될 듯합니다”.

기간의 반이 지났는데 늦은 감이 있다고 하자 사업의 성격상 더딘 것은 아니라는 대답이었다.

“재생사업의 핵심적인 부분은 주로 중반 이후부터 이뤄집니다. 기반을 조성하는 과정은 가시적으로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죠. 올해 후반기부터 굵직한 공사와 사업이 개시되는데, 완성은 시간문제니 80% 정도 진척된 것이나 마찬가집니다”.

부지와 건물을 매입하고, 사업의 큰 틀을 짜는 일이 사업의 초기 단계 중요 과제라는 말이었다. 그런 작업은 이미 매듭지어졌고, 하드웨어적인 공정이 시작되고 인력풀이 가동되면 폭포수가 쏟아지듯 가속이 붙는다는 것이다.

전문 전시공간으로 태어난 폐업한 떡공장
전문 전시공간으로 태어난 폐업한 떡공장
창생플랫폼으로 리모델링될 옛 장수장 모텔
창생플랫폼으로 리모델링될 옛 장수장 모텔

과제는 주민들의 참여와 협력을 구하는 일
기자가 생각해도 기초공사가 끝나면 건물은 빠른 속도로 세워질 듯했다. 그러면 그런 기반 아래 성과를 거두려면 효율적인 사업 추진과, 참여도와 숙련도가 높은 인력을 구성하는 일이 뒤따라야 하지 않나 싶었다. 그리고 어떤 사업을 추진해야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필요한 인력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조시영 센터장은 지적했다.

“건물 자체가 수익을 내지는 않습니다. 운영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성패가 달려 있죠. 이곳 주민들이 모두 사업에 필요한 역량이나 지식을 갖추고 계신 것은 아니니 집약적인 교육이 필요합니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면서 창의적인 콘텐츠와 특화된 상품, 서비스의 질을 높이려는 자기 노력이 뒤따라야 합니다. 저희들도 마케팅 비용을 지원하고 컨설팅 전문가를 불러 사업을 성공으로 이끌 인력을 키우는 데 심혈을 쏟고 있습니다”.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니 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자기 일처럼 참여해야 사업이 제 궤도에 오른다는 뜻이었다. 구매자나 관광객은 건물을 보러 오는 것이 아니라 흥미로운 볼거리와 먹거리, 감동을 맛보러 오는데, 그 관건은 사람에게 달려있다는 것이다. 어떤 방법을 구상 중이냐고 물어보았다.

“주민 분들에게 공동체 의식을 북돋우려고 합니다. 찾아뵙고 여쭤보면 주민들도 지금이 위기 상황이라는 데는 공감하세요. 뭔가를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계시는 거죠. 그 나침반 구실을 저희들이 맡으려는 겁니다”. 

먼저 절실한 것이 협동조합의 구성이라고 한다. 모래알 자체는 미약하지만 시멘트와 섞이면 단단한 콘크리트가 되듯 개개 주민들이 협심하면 시너지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또 막연히 조직만 만들지 않고 그에 따른 적절한 교육과 투자가 부수되면 바람직한 결과를 유도할 수 있다는 방안이었다.

시설도 구비되고 인력 배치나 조직도 갖춰졌다면 사업 내용의 선정이 핵심이다. 이곳에서만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으며 볼 수 있는 사업으로 무엇을 생각하느냐 물었다.

“아이템 개발은 이 사업의 화룡점정이라 볼 수 있습니다. 지역 특산 음식이나 개인만의 독특한 메뉴 등을 개발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드리려고 합니다. 저희들이 이것이라고 내놓는 것은 한계도 있고 시행착오를 빚을 염려도 있어요. 창생의 의미도 여럿이 모여 지혜를 맞대고 현안을 고민해 대안을 찾는 것입니다. 천려일득(千慮一得)이란 말도 있듯이 여러분들이 고민해 의견을 내고 수렴하면 특화된 사업이나 상품이 창안될 것이라 봅니다”.

그래서 관광창업 아카데미도 개설하고, 창생플랫폼을 통해 의견의 자유로운 교환과 그에 따른 확대재생산을 꾀한다는 말이었다. 기자는 창생플랫폼에 들어온다는 ‘디지털아쿠아리움’에 대해 물어보았다.

“그렇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가상현실 속 수족관 뿐만 아니라 다양한 스토리를 구현해내는 시설입니다. 전혀 다른 디지털아쿠아리움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대단히 흥미진진한 볼거리가 될 겁니다”.

그 밖에도 여러 가지 구상에 대해 들려주었는데,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면 내용은 손쉽게 확인할 수 있어 보였다.

회나무 옆 주민광장 투시도
회나무 옆 주민광장 투시도

개막을 앞둔 수준 높은 문화예술 공연들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것은 문화예술 공연이나 전시에 대한 것이었다. 그런 공연이나 전시가 바로 수익 창출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좋은 공연과 예술성을 확보한 전시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마련이다. 입소문을 통해 남해읍 시장 안에서의 공연문화가 뛰어나다고 알려지면, 멸치쌈밥을 먹으러 남해에 오듯 남해읍을 찾아오는 효과가 일어난다.

“센터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 많은 배려를 하고 있습니다. 회나무 앞 화수분 부지 일대를 주민광장으로 조성할 예정인데, 읍사무소 앞 야외무대와 함께 여러 가지 문화행사의 요람이 될 겁니다. 야외무대에서는 6월 중순부터 9월 중순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2시부터 버스킹 공연을 열 예정이고요”.

우수한 공연팀을 확보하는 일은 필요하다. 그러나 남해에도 활동 중인 예술단체가 많은데, 외부에서만 수혈한다면 자생 예술단체의 기량을 높이는 데 저해요인이 되지 않을까 우려를 던졌다. 그런 점을 고려해 남해군에서 활동하는 단체들을 필수적으로 참여시킬 계획이라고 대답했다.

지역 뮤지션과 초청가수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이 공연은 매주 2팀씩 총 12주 동안 연계성이 담보되는 지속적인 공연이 되도록 계획하고 있단다.

기왕 공공자금으로 사업의 성공을 뒷받침하려 이뤄지는 공연이라면 많은 단체와 인원들이 참여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센터장도 동의했다. 그들 대부분이 남해 군민이기 때문이다. 혜택이 고루 돌아가야 뜻 깊은 행사에 불필요한 잡음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다양한 뮤지션과 예술단체가 참여해 볼거리가 넉넉한 공감의 장이 되기를 바란다.

전시에 대해서는 예전 떡공장이 있던 건물을 매입해 전시도 가능하게끔 꾸미는 중이라고 답했다. 또한 창생플랫폼 자리에도 남해군 내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을 위한 전시공간도 확보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었다.

기자는 기사를 쓰기 전에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전통시장과 회나무 앞 사거리, 먹자골목 안 청년문화공방 등을 두루 돌아보았다. 사업이 마무리되면 어떤 공간이 들어설지 상상할 수 있었다.

조시영 센터장도 말했듯이 이번 사업은 남해읍 변화의 시작이지 끝이 아니다. 이 사업을 잘 마무리하면 다시 파생 사업의 수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 첫 삽에서부터 차질이 빚어지면 후속 사업의 선정은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결국 손해는 개인이 아니라 남해 군민 전체가 덮어쓸 수밖에 없다.

한 땀 한 땀 수를 놓아 아름다운 태피스트리가 만들어지듯 이 사업은 주민 ‘참여형’이자 ‘주도형’ 사업이다. 남해읍 주민 모두가 내 일처럼 관심을 가지고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사업에 참여할 때 재생사업의 목적은 달성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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