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임 종 욱
작가 임 종 욱

응봉산(鷹峰山, 해발 472미터)은 남면에 있는 산이다. ‘매봉산’으로도 불리는데, 매의 한자어가 응(鷹)이니 기왕이면 우리말이 들어간 매봉산이 더 정겹긴 하다. 산 정상을 따라 매가 발톱을 세운 듯한 날카로운 칼바위가 이어져 이런 이름을 붙여졌다고 한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남해에는 예전에 설천면을 중심으로 매 사냥이 성행했다고 한다. 매 사냥을 업으로 한 사람을 ‘주갈치’라 불렀다는데, 지금은 명맥이 거의 끊겼지만 이 산의 이름 유래도 이것과 관련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산 왼쪽으로는 설흘산(482미터)이 형제처럼 사이좋게 어깨를 비비며 멀리 남해 푸른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남해를 대표하는 명산인 망운산(786미터)이나 호구산(618미터), 금산(701미터)보다 높지는 않지만 좁은 공간인 데다가 해안에서부터 불쑥 솟아올라 그다지 낮은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 

응봉산에서 / 유화 / 좌우 각 72X53cm
응봉산에서 / 유화 / 좌우 각 72X53cm

조금 더 높은 설흘산에 봉수대가 있었다는 사실이 그만큼 전망이 탁 트여 사방을 살피기에 좋았다는 반증이다.

산 정상에 서면 오른쪽으로는 바다 건너 여수시가 길게 늘어섰고, 앞으로는 수평선이 아득한 바다가 시원하다. 왼쪽은 이름도 예쁜 앵강만이 설흘산 사이로 속살을 살짝 드러낸다. 

어귀에 있는 삿갓 모양 노도는 가려 보이지는 않고, 시선을 조금 오른편으로 옮기면 앙증맞은 소치도가 외롭게 떠 있다.

응봉산은 낮아 보이지도 않지만 오르기에도 만만하게 볼 산이 아니다. 남해에 살면서 나는 응봉산을 딱 한 번 올라가 봤다. 몇 년 전 읍에서 살 때인데, 동네에서 서로 알고 지내던 후배들이 등산을 가자 해서 따라 나섰다. 가천 다랑이마을에 가면 늘 보던 산이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나섰는데, 막상 올라보니 제법 험준했다.

오르는 길도 가팔랐지만 칼바위라 불리는 산등성이 바위 길은 만만히 지나갈 코스가 아니었다. 안전을 위해 나무로 난간과 계단을 만들어 놓았기에 망정이지 ‘뒷산’쯤 생각하고 방심했다가는 낭패를 겪기 십상이다. 

오죽했으면 고소공포증이 있는 한 후배는 그 길을 거의 엉금엉금 기다시피 해서 지나갔다.

그때는 정상 부근에서 막걸리와 생수, 간단한 안주거리를 팔던 사람이 있었는데, 지금도 장사를 하는지는 모르겠다. 

거기서 우리는 시원한 막걸리를 마시며 등산의 갈증과 피로를 풀었다.

그림은 항촌에서 낚싯배 ‘베드로’호를 운영하는 후배 이태인이 봄날 올랐다가 찍어 보낸 사진을 보고 그렸다. 

여수시가 보이는 바다가 푸르고, 아래로 항촌마을도 나온다. 가운데 그린 칼바위 능선이 그럴듯한지 모르겠다. 얼핏 보면 매가 날개를 펼친 모습으로도 보이는데, 나만의 착각일까? 파노라마 사진이어서 20호 크기의 캔버스 두 장에 나눠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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