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래길 연가
바래길 연가
  • 윤혜원 기자
  • 승인 2021.05.17 0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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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신문 창간 31주년에 부쳐
시인  고 두 현
시인 고 두 현

내 나이 서른하나
여해 이순신이 무과에 급제하고
서포 김만중이 홍문관에 들던 나이
노량에서 노도까지 새 길을 다시 걷네.

백두대간 정맥 끝이 해저에서 꿈틀댄 곳
바다 한가운데 섬이 우뚝 솟아났지.
망망한 대해에 수직으로 일어선 섬
길이 끝나는 이곳에서 새로이 길을 여네.

내 이름은 바래
한 점 섬 신선이 놀던 화전(花田)을 지나 
어머니 바지락 캐던 물두렁 따라
푸른 물 꽃밭 사이 바닷길 내며 가네.

여해의 갈기 소리 말발굽길에 나부끼고
서포의 붓끝에선 구운몽길 펼쳐지고
동대만 고사리밭 화전별곡 섬노래길
앵강다숲 바다노을 대국산성 빛나는 길 

그 길에서 나는 듣네. 펄럭이는 날개 소리 
창해 깊은 물굽이와 해안 절벽 숨결까지
남녘(南) 바다(海) 물소리를 새로(新) 듣는(聞) 아침마다
세상 가장 넓은 귀로 온몸 함께 열고 가네.

내 뼈는 꽃을 닮아 붉디붉은 동백으로
육백 리 바래길을 뜨겁게 휘감고 도네.
첫 생의 혈맥처럼 뛰고 솟고 춤을 추네.
서른한 번 생일을 맞은 첫사랑 사내 같네.

 

작가 약력 ㅣ 
1963년 남해 서면 출생, 199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현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시집 『늦게 온 소포』『물미해안에서 보내는 편지』『달의 뒷면을 보다』
『남해, 바다를 걷다』 등 출간,  시와시학 젊은시인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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