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신문은 장하다. 창간 31주년을 축하한다. ‘축하’는 자랑스러움과 막중한 책임감을 함축한 말이다. 남해신문이 지역신문의 그 척박한 풍토에서 뿌리를 내리느라 눈물겹게 분투했던 초창기의 역사를 필자는 알고 있다. 언젠가 필자는 남해신문 기사의 정확한 모국어 구사력을 상찬한 바 있다. 처음부터 신문의 기초 다지기에 철저한 그 자세가 아름다웠다.

저널리즘 존립의 양대 축은 사실 보도와 비판의 기능이다. 사실 보도는 정확해야 하고, 비판은 공정성을 잃어서 안 된다. 남해신문이 오보를 내어서 지탄받은 일은 기억나지 않는다. 정치·사회 문제에 대하여 편파보도를 하여 문제를 일으킨 적도 없었던 것으로 안다. 남해신문은 이 두 가지 원칙을 충실히 지켜왔다는 점에서 축하받아 마땅하다.

향토 신문인 남해신문은 고향 남해에 거주하는 분들과 출향 향우들과의 소통의 장을 마련하는 데에 인색하지 않았다. 금산의 정기를 받고 자라난 남해인들이 늘 고향을 잊지 않고 우의를 다지며 살 수 있게 하는 중심에 늘 남해신문이 있었다. 초·중학교를 졸업한 후 시간의 여울 속에서 잊혀가던 그리운 이름을 문득 남해신문 기사를 통하여 발견하게 된 감동을, 남해 향우들은 예외 없이 경험하였을 것이다. 남해신문은 이같이 소중한 지면들을 할애해 왔다. 우리 출향 남해인들은 남해 마늘, 시금치 보물초와 함께 남해신문을 사랑할 것이다.

당부할 말도 있다. 잘 달리는 말에 채찍질하는 격이다.

첫째, 정치 권력 지향적 과잉보도를 자제하고, 사회봉사와 문화 관련 기사를 확충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동안 남해신문이 기울인 문화 관련 기사는 소중했다. 고향 남해가 외지에서 어려운 이웃을 위하여 봉사하는 갸륵한 향우들의 진면모를 소개함으로써 후손들의 귀감이 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보물섬 남해는 교육으로 성공한 고장이다. 남해의 교육, 교육자와 학생 관련 기사를 자주 보았으면 한다. 교육 강국, 문화 강국이 진정한 강국이다. 우리 남해에 ‘유배문학관’을 세우고 김만중문학상을 운영하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다.

둘째, 전통적 보수·진보의 관점은 수정해야 한다. 시대 정신이 격변하고 있다. 디지털, 알고리즘 민주주의가 앞으로의 문명사를 주도해 나갈 것이다. 보수·진보보다 정의와 공정성, 자유와 평등의 조화 문제가 삶과 역사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이 경우에도 자유 민주주의는 훼손되어서 안 될 기본 가치여야 한다.

셋째, 지금까지 그랬듯이 남해신문은 비극적 상황에서도 긍정적 비전을 제시하는 신문이 되어야 할 것이다. 심리학의 ‘피그말리온 효과’처럼, 긍정적 비전을 품고 사는 사람의 삶은 해피 엔딩을 맞이한다. 어둡고 부정적인 기사에도 구원의 빛이 드리워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남해신문 창간 31주년을 축하하며, 지령이 무궁하기를 빈다.

저작권자 © 남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