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끝자락 최남단, 설흘산을 품은 가천다랭이마을, 산꼭대기 봉수대에서 바라본 천혜의 절경, 동쪽에는 한려수도가 한 눈에 가득, 서쪽에는 여수 달산반도가 물안개에 가려져 아스라이 보일 듯 말 듯, 남쪽에는 발아래 다랭이마을이 평화롭게 앉아 있고 망망대해의 바다 물결이 시리도록 푸르다. 
수백년 전 화전민들이 일구어 놓은 구부러진 긴 다랭이논, 땅 면적을 조금 더 넓히기 위해 돌 석축을 길게 세워 만든 높은 논 언덕, 한 사람이 겨우 누울 공간에도 삿갓배미 논을 만든 지혜, 밥 한그릇이 절실하고 간곡한 마음에 산비탈진 곳에 일군 계단식 밭배미, 풍작을 기원하던 밥무덤. 
또한 암수바위를 미륵바위로 모시고 마을의 안녕을 빌었던 토속신앙, 지갯다리에 짐을 지고 넘어지면 짐 전체가 냅다 바다속으로 뒹굴 수 있어 항상 가슴이 조마조마 했던 사람들, 그 옛날 삶의 고통과 애환 그리고 때묻은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전설처럼 전해지는 땅, 유채꽃 피는 정원, 응봉산 짙은 안개는 연기처럼 흩날리고 거센 파도에 자갈 구르는 소리 부드러운 첼로 선율에 젖고 교향곡에 취해 잔잔히 들려온다. 

 

글 /  그림  정 길 호(읍 현대마을 독자)
글 / 그림 정 길 호
(읍 현대마을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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